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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해병대 부사령관 “채 상병 사건, 법무관리관 ‘최종 정리’가 중요” 사령관에 전달…이종섭 지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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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전 주호주 대사)이 지난달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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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전 주호주 대사)으로부터 지난해 7월31일 ‘채 상병 사건’ 관련 지시를 받은 정종범 당시 해병대 부사령관이 해병대 수사단에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수사자료를 최종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주장에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수사 외압이라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최종 정리는 법무관리관실의 권한 밖’이라고 군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 전 장관이 해당 지시를 했다는 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규명하는 것이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1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 부사령관은 지난해 8·9월 군 검찰의 박 전 수사단장 항명 사건 조사에서 “(이 전 장관이) ‘수사자료는 법무관리관실에서 최종 정리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정 부사령관은 지난해 7월31일 오후 1시30분부터 이 전 장관 주재로 채 상병 사건 처리방안을 논의한 이른바 ‘현안토의’ 자리에 참석했다. 이때 이 전 장관이 ‘법무관리관실의 최종 정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가 현안토의 상황을 적은 메모 첫 항목에도 ‘최종 정리(법무)’라고 적혀있다. 그는 이 전 장관이 ‘혐의자 특정’에 관해서도 말했다고 진술했다가 번복했다. 반면 ‘법무관리관실의 최종 정리’ 관련 진술은 번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현안토의 직후 ‘법무관리관실 최종 정리’ 지시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달했다. 그는 군 검찰에서 “제가 사령관님께 ‘법무관리관이 최종 정리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김 사령관도 이 전 장관 방침을 정 부사령관으로부터 전해 듣고 박 전 수사단장에게 지시했다고 지난 2월1일 박 전 수사단장 항명 사건 재판에서 증언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이 문제로 김 사령관과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사령관은 “(해병대 회의에서) 사령관께서 ‘(이 전 장관이) 법무관리관실에서 최종 검토를 하라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게 맞다’라고 하자, 수사단장이 세게 나오면서 수사의 독립성을 말하며 위력 수사와 같은 단어가 나왔다”고 진술했다. 이어 “사령관께서 얼굴이 붉어지면서 생각에 잠겼다”고 말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말이 다르다. 그는 이 전 장관으로부터 채 상병 사건 수사자료를 최종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군 검찰 조사에서 “저희는 자료를 최종 정리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며 “부사령관이 어떤 취지로 그렇게 이해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만일 정 부사령관 진술대로 이 전 장관이 ‘법무관리관실의 최종 정리’를 지시했다면 권한 바깥의 지시를 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생긴다. 유 법무관리관은 이 전 장관 지시를 받고 박 전 수사단장에게 ‘혐의자를 빼라’고 말해 수사 외압 고리로 지목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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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변호인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항명 사건 재판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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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법무관리관은 해병대 사건 아무것도 모르지?’ 물어”


더욱 의아한 지점은 유 법무관리관이 현안토의에 갑작스럽게 참석했다는 것이다. 유 법무관리관은 군 검찰 조사에서 현안토의에 대해 “개최된 이유는 몰랐고 회의에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들어갔을 때 이미 회의가 진행 중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현안토의 전에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어떤 수사가 진행됐는지 몰랐다고 했다.

유 법무관리관은 “제가 들어갔을 때 장관께서 처음 물어본 내용이 군인의 사망의 원인이 된 사건의 이첩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관리관은 해병대 사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지?’라고 물었다”며 “당시에는 ‘네’라고 대답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안토의에서 참고한 자료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어떤 자료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었고, 그래서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지난해 7월31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른바 ‘격노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날이다. 이 전 장관은 해외 출장을 떠나야 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날 점심 해병대에 채 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고, 오후 1시30분부터 집무실에서 현안토의를 열었다. 유 법무관리관 진술에 따르면 그는 배경도 제대로 모른 채 회의에 참석한 뒤 박 전 수사단장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이런 진술은 국방부가 이 전 장관이 유 법무관리관의 법적검토 의견에 따라 박 전 수사단장에게 그 의견을 전하라고 했을 뿐 외압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도 배치된다.

이 전 장관의 변호인인 김재훈 변호사는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낸 의견서에서 “(수사단의) 조치 방향이 상식적인 측면에서 너무 지나친 것 아닌지 의문이 있었고 법률 전문가인 참모, 즉 법무관리관실의 꼼꼼한 법리 검토를 거쳐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관리관이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 업무를 담당했고 관련 법리를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해 해병대 수사단장에게도 법리적 내용을 잘 설명해주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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