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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지평선] ‘삼체’와 미디어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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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중국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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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는 국내에서 낯선 단어였다. SF 애호가 정도는 돼야 알 수 있었다. 중국 작가 류츠신의 SF소설이다. 국내에서 2013년 출판된 이후 판매 실적은 저조했다. 번역돼 나온 게 신통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눈길을 끌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300만 부나 팔린 베스트셀러였다. SF계의 노벨문학상이라는 휴고상을 받기도 했다. ‘삼체’ 지식재산권(IP)을 관리하는 중국 회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세계적 인기를 모았다.

□ 10년 넘게 서점에 묻혀 있던 ‘삼체’는 최근 베스트셀러가 됐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17일 기준 지난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 15위에 올라 있다. 최근 개정판 기준 13쇄를 찍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판매 열풍은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동명 드라마 덕이다. 소설 ‘듄’은 더 극적이다. 2001년 국내 출간됐으나 20년가량 초판을 다 팔지 못했다. 2021년 동명 영화가 개봉한 후 20만 부가 판매됐다. 지난 2월 속편 영화인 ‘듄: 파트2’가 선보이면서 판매 순위가 다시 상승했다.

□ 2014년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 ‘벼락 베스트셀러’가 됐다. 한류 스타 김수현이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이 책을 읽는 장면이 등장한 후 책 판매량이 급증했다. 미디어셀러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 노출된 책이 급작스레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소설 ‘삼체‘와 ‘듄’의 뒤늦은 인기는 미디어셀러로 표현될 수 있겠다.

□ 영화와 드라마는 소설을 발판 삼아 성장했다. 대중에게 검증받은 베스트셀러를 밑그림 삼아 영상화한 후 다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순환고리가 20세기 초부터 형성됐다.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제작은 여전하다. 달라진 면이 있다.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경우는 갈수록 드물다. 독서량과 무관치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2021년 기준)에 따르면 연간 1인당 독서량은 4.5권이다. 국민 52.5%는 아예 책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삼체’와 ‘듄’은 국내 독서 문화의 어둠을 의도치 않게 드러낸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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