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소년 에반 핸슨, 자살한 친구의 유서 때문에 갑자기 유명인사가 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편집자주

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한국일보

배우 김성규가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에반 핸슨을 연기하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독은 인간의 영원한 천형일지 모른다. 외로움은 현대인 누구나 겪는 증상이지만 오늘날 젊은이들의 고독은 삶을 갉아먹는 수준이다. 영국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저서 '고립의 시대'에서 공동체 파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 등을 고립의 배경으로 든다. 공동체 경험이 적고 온라인 매체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고립감을 강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한 10대 소년의 이야기인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일 것이다.

'디어 에반 핸슨'은 영화 '라라랜드'와 '위대한 쇼맨'으로 유명한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이 작사·작곡을 맡았다. 2016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으로 토니상 6개 부문을 휩쓸었고, 영화와 소설로 만들어지는 등 '디어 에반 핸슨 신드롬'을 일으켰다. 젊은 층의 팬덤이 열광적이었다. 지난달 개막한 한국 라이선스 공연에도 에반 핸슨의 트레이드마크인 파란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온 관객들이 있었다.

사회불안 장애를 겪는 에반 핸슨(김성규·박강현·임규형)은 정신질환 치료 목적으로 '디어(친애하는) 에반 핸슨'으로 시작하는,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다. 이 편지가 학교에서 고립감을 느끼다 자살한 코너 머피(윤승우·임지섭)가 에반에게 보낸 유서로 오인되며 에반은 갑작스러운 관심을 받는다. 코너의 가족을 위로하려 한 선의의 거짓말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의 부재를 겪으며 성장한 에반은 코너 부모의 관심에 거짓말을 멈추지 못한다. 짝사랑하던 코너의 동생 조이(강지혜·홍서영)와의 관계도 발전한다. 에반이 코너의 추모식에서 한 연설이 SNS를 통해 세상의 관심을 받으면서 하루아침에 동네 최고 유명인이 된다.
한국일보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에서 에반 핸슨(왼쪽부터·임규형)과 재러드 클라이먼(조용휘), 코너 머피(임지섭)가 '나로부터'를 노래하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브로드웨이 공연보다 현대적 무대의 한국 공연

한국일보

배우 박강현이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에반 핸슨을 연기하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손에 땀이 날 것이 두려워 좋아하는 사람과 악수도 하지 못했던 에반이 감동적인 연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코너에게 보내는 위로인 동시에 스스로를 향한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 갇혀 있을 때, 길을 잃고 무너졌을 때, 우리가 함께할게요, 그대 곁에." 넘버 '그대 곁에(You Will Be Found)'의 가사는 에반이 스스로도 간절히 듣고 싶었던 말이다.

작품마다 아름다운 선율로 감동을 전한 브로드웨이 천재 듀오 '파섹 앤 폴'의 음악은 한 곡 한 곡이 히트팝처럼 익숙하고 편하면서도 드라마와 절묘하게 연결된다. 가장 유명한 넘버 '창 밖에서 손을 흔들어(Waving Through a Window)'는 관심과 사랑을 바라지만 세상 밖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에반의 상태를 보여준다. 코너의 생각과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위장해 짝사랑하는 조이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는 '말할 수 있다면(If I Could Tell Her)'은 풋풋하고 귀여운 사랑 노래다.

브로드웨이 원작의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좀 더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오필영 디자인 디렉터의 LED 무대는 극의 집중도를 높였다. 디지털의 차가운 느낌을 주면서도 곡선을 이루는 무대 틀과 그 틀의 끝을 감싸는 빛은 에반의 세계를 차갑게만 두지 않는다. 외로움의 면역력을 길러 줄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6월 2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한국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객원기자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