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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국방과 무기

[단독] 美 유엔대사 "한국 풍족한데, 北선 무기 개발에 굶어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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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렇게 훌륭하게 식량 안보에 대처하고 있는데, 북한에선 사람이 굶어 죽어 나가는 현실이 왜 벌어져야 합니까."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17일 식량 안보 관련 행보로 서울 동작구 상도역 역사에 있는 '메트로팜'을 방문해 동행한 중앙일보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북한 정권은 러시아에 무기를 팔아 번 돈으로 주민들을 배불리 먹이기는 커녕 또 다른 대량 살상 무기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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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가 17일 식량 안보 관련 행보로 서울 동작구 상도역 역사에 있는 '메트로팜'을 방문해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하는 모습. 주한미국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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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스마트팜, 식량 위기에 기회"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작물 재배가 실제 이뤄지는 공간에서 버터헤드와 바질을 직접 수확했다. '메트로팜'은 스마트팜 기업 팜에이트가 서울교통공사와 손잡고 서울 지하철 5개 역사에서 운영하는 도심 속 수직 농장이다. 작물 재배뿐 아니라 체험·교육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는 스마트팜에서 수확한 딸기를 주한 미국 대사관 직원들에게도 하나하나 권하며 담소를 나눴다. 또 "이런 방식의 작물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고 듣긴 했지만, 직접 경험한 건 처음"이라며 "기후 위기로 인해 극심한 식량난을 겪는 아프리카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통 받는 세계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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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가 17일 서울 동작구 상도역 역사에 있는 '메트로팜'을 방문해 도심 속 수직 농장에서 재배되는 작물을 직접 살펴보는 모습. 주한미국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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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토마스-그린필드 대사의 3박 4일 방한 기간 중 마지막 일정이었다. 국내 언론 중에서는 중앙일보가 유일하게 현장을 취재했다. 2021년 1월 부임한 그가 방한한 것은 처음이고, 주유엔 미국 대사의 방한은 약 8년 만이다.

그가 마지막 방한 일정으로 스마트팜을 택한 것은 평소 식량 안보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것과 무관치 않다.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유엔 안보리에서 의장국을 수임할 때마다 식량 안보를 주요 아젠다로 강조해왔다. 지난해 12월엔 아프리카 나미비아를 찾아 "식량 안보는 국가 안보"라며 "내 아버지는 삶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자녀들이 배고픈 채로 잠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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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가 17일 서울 동작구 상도역 역사에 있는 '메트로팜'을 방문해 팜에이트의 자회사 플랜티팜의 박용주 부사장, 이석우 마케팅 F&B팀장 등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주한미국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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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아사한 탈북민도 만나"



메트로팜을 둘러본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연신 "놀랍다. 대단하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그가 전한 식량 안보 관련 메시지는 엄중했다. 남과 북의 전혀 다른 식량 안보 상황에 더 큰 문제의식을 느낀 듯 했다.

그는 전날 간담회에서 만난 젊은 탈북민들과 나눈 이야기를 전하며 "아버지가 북한에서 굶어 죽었다고 털어놓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탈북 여성은 소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소고기를 먹는 것도 두려웠다고 한다"며 "감자만 먹다 보니 감자는 더는 먹기 싫다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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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가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메리칸 디플로머시 하우스에서 탈북 청년들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청사사진기자단.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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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런 탈북민의 목소리를 널리 알려야 하며,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욱 외부로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 올해부터 2년 동안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는 것과 관련해 "한·미가 안보리에서 식량 안보 이슈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민간이 추동할 수 있다"며 "서울의 메트로팜처럼 민관이 협력해야 식량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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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가 17일 식량 안보 관련 행보로 서울 동작구 상도역 역사에 있는 '메트로팜'을 방문해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는 모습. 주한미국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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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제재 이행이 관건"



한편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할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사라지게 된 현실에 대해서도 "유엔 안팎에서 새로운 대체 메커니즘을 찾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각종 무기를 사고 있다"고 양국 간 유착 관계를 지적하면서다.

다만 전문가 패널의 부재 속에 제재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이미 강력한 제재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준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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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UN) 미국대사가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메리칸 디플로머시 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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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대체 메커니즘 협조 안할 것"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아메리칸 디플로머시 하우스에서 개최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도 전문가 패널을 대체할 메커니즘과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가 협조하거나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로운 길을 찾아낼 것이며 전문가 패널의 업무가 후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3명의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한·미·일이 유엔 외부의 다국적 전문가 패널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새 패널은 한·미·일이 운영하며 호주, 뉴질랜드, 일부 유럽 국가 등 유 사입장국이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일본으로 이동해 오는 20일까지 일본인 납북자 가족들과 만나고, 2차 대전 당시 피폭지 중 한 곳인 나가사키를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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