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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게임으로 밝혀냈다”…수백만 게이머가 노벨상 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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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게이머가 밝혀낸 박테리아 진화과정
미생물 DNA알고리즘 게임화
퍼즐풀면서 구조분석 참여해
네이처 자매지 연구결과 실려


매일경제

보더랜드 사이언스. [사진 제공 = 기어박스소프트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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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1인칭 슈팅게임(FPS) ‘보더랜드3’. 이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100만종이 넘는 미생물의 진화 역사를 밝혀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학자 대신 미생물 간 유사성을 분석해 진화의 비밀을 풀어냈다는 것이다.

제롬 왈디스풀 캐나다 맥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15일(현지시간) “보더랜드3 게이머들이 인간 장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진화 관계를 추적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했다.

장내 미생물은 인간의 장 속에 사는 미생물이다. 위와 소장, 대장 등에 살며 음식물 소화와 배설 등을 돕는다.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이 심뇌혈관 등 온 몸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연구는 초기단계다. 미생물의 숫자가 너무 많아 어떤 미생물이 어떤 조건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주는지, 어떤 진화 과정을 거치는지 등은 베일에 싸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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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랜드 사이언스. [사진 제공 = 기어박스소프트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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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게임을 활용했다. 보더랜드3 제작사인 ‘기어박스소프트웨어’와 협업해 보더랜드3 내에 미니게임 ‘보더랜드 사이언스’를 개발했다. 이 미니게임은 장내 미생물의 DNA를 각자 다른 색상과 모양을 가진 네 개의 블록으로 형상화한 퍼즐이다. 퍼즐을 구성하는 스테이지는 미생물의 DNA 알고리즘을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플레이어가 동일한 블록을 연결해 스테이지를 깨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스테이지를 깨면 게임 토큰이 주어지며 이 토큰은 캐릭터의 능력치를 강화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플레이어가 동일한 블록을 연결하면 과학자들은 이 정보로 미생물 간 유사성을 알아낼 수 있다”며 “인간 장내 미생물에 대한 상당히 정교한 분석을 이끌어 냈다”고 밝혔다.

보더랜드 사이언스는 2020년 4월 첫 출시됐다. 이후 약 450만명이 게임에 참여해 1억 3500만여개의 퍼즐을 풀었다. 연구팀은 “이 정보를 기반으로 100만 종 이상의 미생물의 진화 과정을 추적하는데 성공했다”며 “게임이 과학계에 귀중한 자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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