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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교보생명-어피니티, 6년 풋옵션 분쟁 실타래 풀 구원투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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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교보생명 광화문 사옥 전경. /교보생명 제공




풋옵션 행사 가격을 두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6년간 분쟁을 벌여온 사모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의 대표가 교보생명 이사회 구성원으로 합류했다. 지난해 선임된 어피너티의 새 대표는 과거 경영진과 달리 교보생명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이사 선임을 계기로 양측이 곧 분쟁을 해결하는데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신규 이사 선임을 의결했다. 지난달 편정범 전 사장에 이어 대표이사로 임명된 조대규 사장이 사내이사로, 2대 주주인 어피너티의 민병철 대표가 사외이사로 각각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어피너티 측 인사가 교보생명 이사회에 합류한 것은 지난해 8월 이철주 전 어피너티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후 8개월 만이다. 이 전 회장은 교보생명과 풋옵션 행사 가격을 놓고 분쟁을 벌였던 인물이다.

어피너티가 교보생명과 관계를 맺은 것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보생명의 2대 주주였던 대우인터내셔널은 사업 자금 확보 등을 위해 보유 중이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어피너티는 이때 신 회장 측과 3년 안에 증시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것을 약속받고 주당 24만9000원에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했다. 양측은 만약 예정대로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되팔 수 있도록 합의했다.

약속한 시기가 지날 때까지 상장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양측은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어피너티는 2018년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주당 41만원에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했지만, 신 회장 측은 터무니 없는 가격이라며 거부했다. 양측은 이후 지금까지도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어피너티는 지난해 8월 이철주 전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물러나고, 민 대표를 필두로 새로운 인사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 전 회장 등은 주당 41만원에 풋옵션을 행사할 것을 고집했지만, 민 대표 등 새 경영진은 협상을 통해 절충점을 찾아 물린 자금을 신속하게 회수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경영진이 장기간 분쟁을 감수하고 충분한 이익을 얻기를 원하는 ‘강경파’였다면, 민 대표는 ‘실리파’에 해당하는 셈이다.

어피너티가 교보생명 지분을 빠르게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이유는 또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진행해 온 투자가 대부분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를 거둬, 분쟁을 계속할 만한 여유가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지난 2017년 인수한 밀폐생활용기 제조사 락앤락은 이듬해인 2018년부터 6년째 실적이 뒷걸음질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7% 감소한 4846억원에 그쳤고, 1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2016년 사들인 버거킹(비케이알)의 경우 이미 재매각 시점이 지났지만, 지난 2022년 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민 대표는 이미 락앤락, 버거킹 등의 성공적인 엑시트(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교보생명과 분쟁을 지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그가 새롭게 이사진에 합류하고, 신 회장 측과 더 활발히 소통할 경우 양측이 이른 시기에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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