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샤이 용산’ 윤 대통령, 이번에는 이재명 대표 만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0월31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선 사전환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환담한 것은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며 여권에서 다양한 쇄신 요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독 회담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당연히 만나고 대화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과의 회동을 촉구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2022년 당 대표 취임 뒤부터 8차례 회담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모두 거절해왔습니다.



그러나 9번째 요구는 외면하기 힘든 상황에 몰렸습니다. 여당이 108석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며 임기 내내 여소야대 속에서 국정 운영을 할 수밖에 없게 된 탓입니다. 야당과 협치 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이 어렵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월7일 한국방송(KBS) 특별 대담에서 “대통령실은 여당과 별개이기 때문에 ‘영수회담’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진 지 꽤 된다. 우리 당(국민의힘)의 지도부를 배제하고 야당의 지도부를 (먼저) 상대한다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집권 여당 지도부와 당을 소홀히 하는 처사”라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말한 ‘영수회담’은 정말 ‘구시대의 상징’일까요. 윤 대통령은 이번에는 이 대표와 단독 회동을 할까요?



한겨레

2011년 6월 2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조찬회동 방식으로 영수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수회담’은 구시대의 유물?





“영수회담이라고 하는 건 우리 사회에서 없어진 지 꽤 된다”는 윤 대통령의 말 자체로는 틀리지 않습니다.



영수(領袖)는 집단의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두 사람이 만나서 하는 회담을 뜻합니다.



‘영수회담’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5년 7월20일 박순천 민중당 대표최고위원과 만나면서 시작됐습니다. 과거 대통령이 여당 총재직을 맡던 시절 쓰던 용어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집권당 총재를 맡지 않은 노무현 정부부터 역대 정부들은 ‘영수회담’이라는 말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는 2011년 2월, ‘영수회담’은 구시대 유물이라는 이유로 언론에 “청와대 회동이라 해달라”고 했습니다. 지난 2019년 5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을 때 당시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언론에 “1대1 영수회담은 과거 제왕적 대통령제 시절에 대통령이 여당을 좌지우지할 때나 가능했던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습니다.



‘박정희 5회, 전두환 1회, 노태우 2회, 김영삼 2회, 김대중 8회, 노무현 2회, 이명박 3회, 박근혜 0회, 문재인 1회.’



실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로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 간의 일대일 회담은 횟수가 줄었습니다. 김영삼·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 3자 회동, 여야 5당 대표 회동 등 다자 회동을 선호했습니다. 야당은 대표가 대통령과 상대하는 회담을 통해 정치적 위상을 올릴 수 있기에 일대일 회담을 선호합니다. 반면 대통령은 야당 대표가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할 경우 이를 거절해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겨레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2001년 1월4일 청와대에서 열린 영수회담에 앞서 웃는 얼굴로 악수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재임 5년간 야당 대표와 모두 8차례 영수회담을 했는데, 이 중 7차례가 이회창 총재와의 만남이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용어는 낡아도…‘소통’ 시그널은 확실





‘영수회담’이란 용어 자체는 구시대의 잔재일 수 있습니다. 역대 ‘영수회담’에서 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이 얼굴을 붉히거나 빈손으로 헤어진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와 만나는 것 자체가 지도자들이 문제를 책임 있게 풀어보려고 노력한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던지게 됩니다.



“영수 정치의 시대는 지나갔다”(2004년 11월25일)고 한 노무현 전 대통령마저 이듬해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테이블에 마주 앉았습니다. 야당 대표와 회담을 가장 많이 한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는 것도 눈에 띕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IMF) 직후에 집권해 기업 구조조정이나 노동 개혁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국정과제가 많았고, 여당이 집권 기간 대부분 원내 1당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협치가 절실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대장동 의혹 재판을 받는 ‘피의자’로 보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 대표와의 단독 회담에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 닥쳐온 상황은 녹록잖습니다. 정권심판론의 원인이 된 ‘불통’ 국정운영을 바꿔야 하고, 그러려면 야당의 협조가 절실합니다. 여당에서도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 자체가 우리 국민들께 보내는 분명한 시그널이 있을 거라고 본다”(15일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선자)는 말이 나옵니다.



대통령실은 비서실장 인사 등 인적 쇄신과 조직 정비 등 시급한 과제를 마친 뒤에 야당 대표와의 만남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세월호10년, 한겨레는 잊지 않겠습니다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