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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독립운동가의 배신감 느껴”… 깊어지는 전공의·정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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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이 나라의 상식과 국격을 믿습니다. 법원이 엄격하고 공정한 잣대로 ‘사필귀정’의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전공의 1360명이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2차관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항의하는 전공의들을 ‘독립운동가’에 비유하며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의료계에 “배신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전공의와 정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전공의와 교수 간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세계일보

정근영 분당차병원 전공의대표를 포함한 전공의들이 1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정책피해 전공의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 집단고소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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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였던 정근영씨는 15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책피해 전공의 집단고소 기자회견’을 열고 “3일 동안 전국 1360명의 사직 전공의가 고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에는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 총 20명이 검정색 옷을 맞춰 입고 등장했다. 정씨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얘기처럼 ‘대한민국 의료가 죽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검정색 옷을 입었다”고 말했다.

◆“차관, 젊은 의사 인권 유린”

정씨는 “박 차관은 이번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을 주도하면서 초법적이고 자의적인 명령을 남발했고, 젊의 의사들의 인권을 유린했다”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고소장에는 조 장관도 포함돼 있다”며 “총선 후 조 장관이 그만둔다는 말이 잇어서 타겟을 박 차관으로 맞췄다”고 날을 세웠다.

복지부는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수련병원과 전공의에 대해 사직서수리금지명령·필수의료 유지명령·업무개시명령 등을 내렸는데, 이는 “전공의들의 휴식권과 사직권, 전공의가 아닌 일반의로 일할 수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 강제노역을 하지 않을 권리 등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장된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정씨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박민수 차관을 조속하게 경질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박 차관은 잘못된 정책을 주도했고, 그 과정에서 시민의 권리를 무시하고 헌정질서를 어지럽혔다. 가시 돋힌 언어로 의사들에게 끊임 없는 모멸감을 줬고 젊은 의사들의 미래를 저주했다”며 “박 차관이 경질되기 전까지는 절대 병원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박 차관이 건재한 이상, 의료계와 정부 사이의 정상적 소통을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이날이 박 차관의 생일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비꼬기도 했다. 정씨는 “오늘 기자회견은 박 차관 생일 축하도 드릴 겸 진행했다”며 “박 차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소가 패소할 수는 있지만, 박 차관에게 ‘당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라는 메시지라도 전달하는 차원에서 고소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정근영 분당차병원 전공의대표를 포함한 전공의들이 1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정책피해 전공의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 집단고소 기자회견'을 마친 후 손팻말을 들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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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 후배 마음 헤아려달라”

정씨는 의료계 내부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저희들은 박 차관과 열심히 싸우는데 대한병원협회(병협)는 정기총회에 박 차관을 불러 축사를 하게 했다”며 “‘일제시대 독립운동하는 사람들이 이런 마음이겠구나’ 할 정도로 배신감을 심하게 느꼈다”고 표현했다.

교수들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정씨는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한 칼럼을 언급하며 “교수님들은 많이 분노하시는데, 저는 여기(칼럼)에 상당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해당 칼럼은 수련병원과 교수들을 ‘착취 사슬 중간 관리자’라고 표현해 교수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정씨는 “전공의들이 나와서 싸우고 있는데 교수님들은 실질적으로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며 “항상 ‘너희 마음은 이해하지만 병원으로 도와주면 안 되겠니’라고 하니까 저희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중간 착취자’”라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전날 “박 위원장이 교수나 병원을 비난할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정씨는 “그 글로 시끄러워지니까 의협이 박 위원장을 지켜주려고 한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씨는 “의료계 선배들께 부탁드린다. 일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수련과 학업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후배들이 과연 어떤 생각, 어떤 마음일지를 부디 깊이 헤아려달라”고 당부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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