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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늘 대비된 현장…그 배경에 "공부 많이 하는 서장"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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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경찰서장⑦]이광진 서울 강북경찰서장

[편집자주]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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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진 서울 강북경찰서장 인터뷰. /사진제공=강북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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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하는 게 즐겁더라고요. 우리가 어떤 문제에도 다 훈련돼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15년간 집회·시위(집시) 현장에서만 일한 서울경찰청 소속 경비계장은 머니투데이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함께 일한 3기동단장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경비 경찰로서 경험이 없어 보였던 신임 단장은 부임 첫 달 훈련 프로그램을 수두룩 내놨다. 본질을 꿰뚫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습에 베테랑 경비계장은 크게 놀랐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집회와 시위를 열 자유를 가진다. 이 때문에 집회 참가자나 개최 장소는 늘 제각각이다. 경찰은 매번 다른 현장에서 집회 참가자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공공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돌발 변수로 가득한 집회 현장, 경비 경찰들이 현장 대처 능력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단장은 1년에 2번 있던 훈련 일정에 '수시 훈련'을 추가했다.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슈에 특화해 대응하도록 연습했다. 회의도 수시로 진행했다. 주요 집회 출동 전 회의를 열어 단장과 함께 미리 현장을 상상하며 대비책을 세웠다. 집회가 끝나고 한 번 더 모였다. 단장은 집회를 단지 일회성으로 겪고 끝내서는 안 되고 대응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고 했다.

집시 현장에 나가는 경찰 500여명이 '몸으로만 때우는' 일은 없게 했다. 대신 전략을 세웠다. 중앙경찰학교를 갓 졸업한 경찰관들도 지하철 운행방해, 천막방해 등 각종 집시를 미리 경험해볼 수 있도록 상황별 훈련을 거쳤다. 필요 인원을 예측했다. 현장에 많은 경력을 배치해 위압감을 주지 않고도 집시에 대응할 수 있었다.

경비계장은 전에 없었던 훈련을 거친 경찰관들과 현장에 나서며 "출근하는 게 즐거웠다"고 한다. 집회·시위가 끝나면 단장은 "참가자가 다칠 수 있으니 방패를 너무 높이 들지 마라. 사회적 약자가 거리에 나서기도 하니 손짓 하나도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했다. 그 말에 집시 참가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되새겼다.


늘 대비돼 있었다…후배들 입 모아 "공부 많이 하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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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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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3기동단장이던 이가 지난해 7월 서울 강북경찰서에 부임한 이광진 서장이다. 그는 머니투데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 직원들이 알아서 잘한다"며 "내가 강조하는 것은 항상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후배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부임한 지난해 7월 말부터 지난 2월까지 경무계장으로 그와 함께 일한 정욱 경감은 머니투데이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공부를 많이 하는 서장님이다. 서장이 챙겨야 할 치안 이슈라면 과장, 팀장 의견을 디테일하게 듣고 업무 코칭을 꼼꼼하게 한다"며 "처음에 부담스러워하던 직원도 결국에는 업무 결과가 좋다고 느낀다. 치안 이슈가 나타나기 전에 미리 일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2013년 이 서장이 경찰청 특수장비계장으로 있을 때 1년간 함께 일했다던 당시 경위급 경찰은 전화 인터뷰에서 "경찰은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미리 이것저것 챙기라고 하시니 '계장은 굳이 왜 이런 지시를 하나' 생각하기도 했다"며 "몇 달이 지나고 나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언론이나 일선 경찰서에서 질문이 들어와도 할 답변이 마련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 서장은 2010년 7월 경정 특채로 경찰이 됐다. 이전에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일했다. 그는 "대학 시절까지 국가로부터 혜택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교통사고나 금융범죄 등을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국민 실생활에 더욱 유용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서장으로서 아무리 접촉면 늘려도, 현장서 묵묵히 일하는 동료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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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진 서울 강북경찰서장 인터뷰. /사진제공=강북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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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피해자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이 서장은 지난달 수사과 안에 악성사기추적팀을 만들자는 계책을 내기도 했다. 사기범 특성상 도피 중에 또 다른 사기를 저지르기 때문에 범인 추적에 특화된 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강북경찰서가 지난달 붙잡은 사기범도 지명수배자 신세로 3년간 도피하며 사기 범행을 추가로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서장은 "피해자들이 어렵게 직장 생활하면서 모은 돈인데 다 뜯어가는 사기는 사실상 경제적 살인"이라며 "경찰 백신으로 사기를 근절하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이 서장은 동료들에 대해 미안함과 고마움을 이야기했다. 그는 "주민들이 접촉하는 것은 결국 내가 아니"라며 "서장으로서 내가 아무리 접촉면을 늘린다고 해도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동료들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야 고객인 주민들의 안전까지도 같이 담보할 수 있다"며 "112 신고를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직원들의 안전도 보호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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