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이슈 이태원 참사

이태원·오송 ‘닮은꼴 참사’ 반복… 아직도 먼 ‘안전사회’ [심층기획-세월호 10주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 계속되는 인재(人災)

이태원, 112 신고 여러 차례 있었지만

지자체·경찰·소방 등 제때 대처 못 해

오송, 엉뚱한 곳 출동해 골든타임 허비

상황실선 제대로 확인 않고 종결 처리

제천·밀양, 비상구 막히고 방화문 철거

이천, 값싼 샌드위치 패널 써 피해 키워

전문가 “정부 혼자 예방·대비엔 역부족

민간 영역에서의 안전 의식 고취 필요”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제정된 ‘국민 안전의 날’이 16일 열번째를 맞는다.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고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취지인데, 지난 10년간 대형 재난은 수차례 반복됐다. ‘국민 안전’이라는 말이 허망할 정도다.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 2022년 이태원 압사 참사, 지난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은 모두 인재(人災)였다. 구체적인 사고 양상은 달랐지만, 부실한 재난대응 체계와 안전 불감증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에선 세월호 참사와 닮았다. 그날, 299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지만 우리 사회는 제자리였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이후 10년간 우리 재난관리체계가 전면적으로 바뀐 부분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1차적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으로 재난대응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계일보

지난 2022년 10월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 등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태원·오송 참사도 ‘골든타임 허비’

2022년 10월 이태원 압사 참사(159명 사망·195명 부상)와 지난해 7월 오송 지하차도 참사(14명 사망·9명 부상)는 총체적인 부실 대응이 인명 피해를 키운 사례다. 참사가 발생하기 전 112 신고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소방 등 관계기관은 제때 대처하지 못했다.

이태원 참사 당일인 2022년 10월29일 112신고가 최초로 들어온 것은 참사 발생 4시간여 전인 오후 6시34분이다. 11차례나 신고가 접수됐지만 실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것은 4차례에 불과했다. 대형 사고 징후가 뚜렷했음에도 현장을 통제할 인력 충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소방과 경찰 인력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사고가 일어나고 약 30분 뒤인 오후 10시40분쯤이었다.

세계일보

지난 2023년 7월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과 특전사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

지난 2023년 7월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15일 오전 7시2분과 7시56분 ‘오송읍 주민 긴급대피’와 ‘궁평지하차도 긴급통제’를 요청하는 신고가 두 차례 접수됐다. 정작 경찰은 엉뚱한 지하차도에 출동해 도로 통제에 실패했다. 경찰 상황실은 재난 관련 신고를 접수하고도 현장 경찰관이 지하차도에 도착했는지 확인하지 않고 종결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동 대응 실패가 ‘골든타임’의 허비로 이어지는 모습은 세월호 참사에서도 목격된 과오다. 사고 해역에 도착한 해경 123정은 배 안에 다수의 승객이 있음을 알면서도 우왕좌왕했다. 선체 진입 시도는커녕 상황실 지시를 어기고 퇴선 유도 방송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실구조를 감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구조 지시를 한 것처럼 함정일지를 조작하기까지 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안전 불감증이 피해 키운 제천·밀양화재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이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7년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29명 사망·40명 부상)와 다음해 밀양 세종병원 화재(47명 사망·112명 부상)가 그랬다. 두 참사 모두 안전규정을 위반한 탓에 비상구와 방화문이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제천 화재 사고에서 사망자 20명은 2층 여성 사우나에서 숨졌다. 비상구 출입구가 물품 보관대에 막혀 있어 사람들의 대피를 가로막으면서 피해를 키웠다. 밀양 세종병원도 12차례에 걸쳐 불법으로 증·개축하는 과정에서 1층 방화문을 철거하고 화장실을 지은 것으로 조사됐다. 1층 응급실에서 발생한 유독가스는 순식간에 건물 상층부까지 퍼졌다.

2020년 4월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38명 사망·10명 부상)는 비용 절감에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사례다. 공사를 빨리 끝내기 위해 우레탄폼 발포 작업과 승강기 설치를 위한 용접 작업이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된 것이 발화 원인으로 지목됐다. 용접 작업장 반경 10 안에 인화성 물질을 두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값이 싸다는 이유로 건물 외벽 자재에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한 것도 독이 됐다.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철판을 붙여 만든 건축용 자재인 샌드위치 패널은 불이 붙으면 연기와 유독가스를 뿜어낸다.

세월호 참사의 침몰 원인 역시 안전 불감증에 있었다. 1994년 일본에서 건조된 노후 선박인 세월호는 증축을 거치면서 무게중심이 더 높아졌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참사 당일 세월호는 화물 적재량(1077t)의 2배에 이르는 과적(2142t) 상황이었다. 화물을 더 싣기 위해 선체 복원에 필요한 평형수는 그만큼 덜 채웠다. 그마저도 적재 화물은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다. 배가 기울자마자 컨테이너가 순식간에 쏟아지면서 침몰을 부추겼다. 선원들은 재난 상황에서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했다. 선원 29명 중 15명이 계약직이었는데, 특히 핵심인 갑판부와 기관부 선원 17명 중 12명이 계약직이었다.

세계일보

지난 14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진도항) 인근에 마련된 팽목기억관에서 추모객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난 시 정부·지자체 유기적 대응해야”

전문가들은 “사회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1차적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의 유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지난 10년간 재난관리 체계가 전면적으로 바뀌었다”면서도 “시스템만 갖춘다고 재난 관리에 대한 역량이 저절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지난 2017년 12월 22일 전날 화재로 29명이 사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사회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중앙정부가 지나치고 성급하게 개입하는 상황들이 있다”면서 “1차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 돌아가야 하는 만큼 지자체나 관계기관에 명확한 권한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가 신설됐지만 지자체를 관할하는 기관은 아니다”면서 “초동 대처 역할을 맡아야 하는 시군구가 컨트롤타워의 지침을 따르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문 부회장은 “한국의 경우 지자체장과 중간 관리자들의 안전 관리 역량이 대체로 부족한 편”이라면서 “모든 재난에 대해 정부 혼자 예방과 대비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민간 영역의 안전 의식 고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준무·이정한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