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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與, 급하면 외부간판 모시기…인재가 정치근육 키울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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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의원실 보좌진 경력 기준. 당직자 등 당료 출신은 집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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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진은 국회의원으로 가는 징검다리”라는 말은 더불어민주당에선 맞지만 국민의힘에선 틀린 말이다. 중앙일보가 15일 22대 총선 당선인 경력을 분석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에서 최소 18명의 보좌진 출신이 초·재선으로 22대 국회에 입성한 반면 국민의힘은 2명 가량에 불과했다. 민주당 소속 재선 9명(강득구·김영배·김원이·박상혁·박수현·신영대·이해식·장철민·허영)과 초선 9명(김성회·김영환·김우영·문대림·박민규·안태준·이기헌·이연희·채현일)이 과거 의원실 비서관·보좌관 등으로 활동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재선 정희용·초선 강명구 당선인이 같은 케이스다.

전체 의석수 차를 감안해도 민주당의 보좌진 출신 비율이 훨씬 높다. 야권에서는 “전통적으로 탈권위·수평적 문화를 강조하는 의원실 분위기가 다수 보좌진의 원내 입성으로 이어졌다”는 자평이 나온다. 전직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김경수 전 의원, 유시민 작가 같은 거물급 정치인도 과거 신계륜·이해찬 의원실 보좌관 생활로 정치 근육을 키웠다. 전례가 쌓이다 보니 의원과 보좌진이 보수 정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동지적 관계’를 표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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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성룡 기자, 연합뉴스



여권에도 과거엔 야전에서 구른 보좌관 출신 정치인이 여럿이었다. 이정현(3선), 김선동·정양석(이상 재선) 전 의원 등이 신한국당·한나라당 시절부터 정치 일선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고 이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은 험지에서 낙선했다. 이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보좌진·당직자 등 내부 자원을 국회의원 후보군에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잖았다. 4선 중진 권성동 의원은 지난달 19일 페이스북에 “(비례 공천 명단을) 당 사무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좌진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순번) 배치는 어떻게 돼 있는지, 그걸 보면 답이 나온다”고 썼다. 익명을 원한 TK지역 보좌관은 “국민의힘에선 의원과 보좌진은 주종 관계라는 인식이 있다보니, 사람이 필요하면 외부에서 급조하는 게 이 당의 공식”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외부 인재의 긴급 수혈이 보수 정당의 총선 3연패를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급할 때면 간판스타부터 밖에서 찾는 문화가 여권의 인물난을 가속했다는 것이다. 21대 총선을 지휘한 황교안 전 대표와 22대 총선을 이끈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모두 정치권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로 선거판에 불려 나왔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통화에서 “비대위를 자꾸 만들고, 외부에서 인물을 영입한다는 건 정당이 약해졌다는 방증”이라며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내 인사들이 안팎에서 부정당하는 국면을 맞아 자생적 스타 발굴이나 육성이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새누리당은 탄핵 찬반에 따라 당이 둘로 쪼개졌다. 이후 이른바 ‘정통 보수’와 ‘중도 보수’로 갈라지면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내부 반목에 시달리곤 했다. 여권 내에서 “탄탄한 보수 정체성 위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이 허용되던 당의 전통이 탄핵 이후 단절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엄기홍 경북대 교수는 “현재 국민의힘에는 보수 정당이 응당 가져야 할 가치관이 결여돼 있다.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정당인지 모르겠다는 게 여당의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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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서울 도봉갑 김재섭 당선인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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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총선에서 진영 내 기대를 가까스로 모아 검사 출신 스타 정치인을 내세웠지만, 이들조차 중도층 호소력 부족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한동훈 전 위원장도 권력에 할 말을 못 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에는 중도적 스탠스의 인물이 하나도 없었다”며 “보수 유튜버한테 휘둘리고, 권력에 할 말 하는 사람이 요직에 없다 보니 수도권에서 이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제라도 30~40대 젊은 인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절실하다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 당선자는 “영남 중심의 꼰대당 문화를 벗어나는 게 급선무”라며 “이준석 전 대표를 두고 ‘싸가지 없다’고 하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는 개혁도 쇄신도 먼 얘기”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재섭(서울 도봉갑),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당선인은 모두 4년 넘게 당내에서 정치 경험을 쌓은 인물들이다. 최 소장은 “이회창 대표 시절 유승민·나경원·오세훈 같은 인재가 계속 길러지고 키워졌던 것처럼 좋은 밭에 젊은 인재를 보내서 스타를 계속 발굴하고, 그들이 수도권에서 어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김재섭 “열정 페이 없애고 당직 기회 제공해야” [스팟 인터뷰]

서울 한강벨트 이외 강북에서 유일하게 국민의힘 소속으로 이긴 김재섭 당선인(37·서울 도봉갑)은 “영입 인재에 목을 매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청년에게 책임 있는 자리를 맡기고 정당한 보상을 하면서 정치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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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당선인이 지난 11일 서울 도봉구 선거사무소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는 모습. (김재섭 후보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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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당선인은 “당선의 기쁨은 하루 밖에 안 갔다. 함께 고생했던 청년 후보가 경선 혹은 본선에서 대거 낙마한 것이 더 뼈아팠다”고 했다. 4년 전 정치 신인으로 도봉갑에 공천받았던 그는 2020년 총선에서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13.5%포인트 차로 졌다. 김 당선인은 4년 간 당협위원장을 맡아 절치부심한 끝에 이번엔 안귀령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1.2%포인트 차로 신승했다.

Q : 국민의힘 소속 청년 정치인이 이번 총선에서 대거 낙선했다.

A : “영남과 서울 강남 3구 외 국민의힘 신인이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는 사실상 없다. 인재 영입도 어렵지만, 영입한 인재를 당선권에 배치할 수 있는 지역 자체가 부족하다. 인재영입→험지 낙선→여의도 이탈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장경태·전용기 의원 등 청년 몫으로 당선된 의원이 안정적인 지역에 공천을 받아 재선 고지에 오르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

Q : 국민의힘이 ‘수포당’(수도권 포기당)으로 전락했다.

A : “불과 2년 전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그때는 영남 정당이 아니었다. 그때 잘했던 걸 복기하면 된다. 대통령실과 국민 생각이 괴리가 있으면 당이 바로잡고, 민주당이 지켜내지 못했던 정의와 공정을 관철하려고 했던 때로 돌아가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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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정치 신인은 생계도 고민이지 않나.

A : “4년 전에 처음 출마했을 땐 미혼이었고, 직업이 없어도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나’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하지만 이제는 결혼도 했고, 곧 아내가 출산도 앞두고 있다. 다행히 글을 쓰거나 방송에 나가는 등 4년 동안 여러 기회가 있었지만, 정규직 직장인이 원외 당협위원장을 하는 건 너무 어렵다. ‘부자만 정치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의 ‘열정 페이’ 문화,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책임 있는 자리를 맡기고 정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Q : 22대 국회에서 어떤 의정 활동을 하고 싶나.

A : “대화와 타협이 이뤄지는, 말 그대로 정치를 하는 국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지금은 여당과 야당이 대화가 안 되고, 제도와 제도가 부딪히고 있다. 민주당은 무리하게 법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실도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치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 또 여야 젊은 의원끼리 모여서 공통된 문제의식을 느끼는 ‘위성 정당 방지법’과 같은 법안을 논의하고 싶다.”

심새롬·이창훈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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