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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여고 농구부, 1명 부상에 '경기 포기'…스포츠계도 저출산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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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오는 7월26일 개막하는 2024 파리 올림픽 조감도. 멀리 에펠탑이 보인다. 프랑스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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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중앙초등학교는 야구 명문 학교였다. 1963년 야구부를 창설한 이래 김성한·정대현·신경현·이대수 등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 선수 수가 5명으로 쪼그라들더니 8월엔 한 명도 남지 않았다. 결국 같은 해 9월 팀이 해체됐다.

심화하는 저출산 현상이 스포츠계에도 불똥을 튀기고 있다. 출생아 수가 급감하면서 한국 스포츠의 ‘뿌리’인 초등학교 선수 수가 3년 사이 반 토막이 났다.

15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체육회에 등록한 초등학교 운동선수 수는 2021년 말 2만4595명으로 고점을 찍은 뒤 2022년 1만9936명→지난해 1만9931명→올해 1만5427명으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3년 동안 40%가량 줄어든 것이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2015년을 기점으로 가팔라지기 시작한 저출산 현상이 초등학교 운동선수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5년부터 신생아가 적게 태어나고 그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22년부터 운동 선수 규모도 축소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출생아 수는 2015년 43만8420명에서 꾸준히 줄어 지난해 50% 수준인 22만9970명(잠정치)을 기록했다.

출생아 수 감소가 현재까지 지속하는 탓에 향후 초등학교 운동선수 규모도 계속해서 축소할 전망이다. 이런 흐름은 중·고등학교 선수 감소로 이어진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운동선수 수는 2019년 5만9000여 명에서 꾸준히 줄어 지난해 4만6000여 명을 나타냈다.

선수 감소로 운동부를 해체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전국 초·중·고 가운데 운동부를 육성하는 학교 수는 2012년 5281곳에서 2022년 3890곳으로 30% 가까이 빠졌다.

운동부를 해체하지 않아도 기형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수원여고 농구부는 지난해 8월 총인원이 최소 기준인 5명에 불과했는데, 선일여고와 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경기를 치르던 중 1명이 부상당하자 경기를 포기했다. 남은 4명 중 3명이 고의로 5반칙을 하고 퇴장당해 자격상실패를 하는 형식이었다. 이에 뒤이어 열린 경기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숭의여고가 자격상실패를 기록했다.

중앙일보

김영희 디자이너





파리 올림픽에도 그림자…선수단 48년 만에 가장 적을 듯



저출산의 그림자는 국가대표 선수층에도 뻗치기 시작했다. 오는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 규모가 1976 몬트리올 대회(50명) 이후 48년 만에 가장 적은 170명 안팎일 것으로 체육회는 내다본다.

선수 수 감소는 경기력 저하를 낳기 마련이다. 한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역대 최다(13개)로 딴 이후 2012 런던 13개→2016 리우데자네이 9개→2020 도쿄 6개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파리 대회에선 5~6개일 것으로 체육회는 예상한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지난 2월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이번 올림픽에서 종합순위 20위도 안심하지 못한다”고 했다. 만일 한국이 20위 밖으로 밀려나면 1972년 뮌헨 대회(33위) 이후 52년 만이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청소년 운동선수 수는 감소하는데 체육 교과목에 대한 사교육비 지출은 증가세다. 통계청과 교육부의 연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자료를 보면 연간 체육 사교육비 규모는 2020년 1조5861억원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 3조281억원을 찍었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체육회의 김대우 청소년체육부장은 “건강한 일상을 위한 생활체육 기반이 넓어지는 것”이라며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선수 발굴로 이어져야 올림픽 성적 향상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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