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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살아남아 죄인이었다"…'세월호 의인'이 보낸 고통의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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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날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탈출했던 선장, 선원들과 달리 마지막까지 남아 승객을 구했던 생존자가 있습니다. '파란 바지 의인'으로 부르는 김동수 씨입니다. 김 씨 역시 트라우마와 싸우며 고통스러운 10년을 보냈습니다.

신진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매주 타는 배였지만 그날따라 불안했습니다.

제주와 인천 오가는 화물을 싣고 가는 길.

[김동수/세월호 참사 생존자 : 이렇게 다 뿌옜어요 전체가. (앞이) 1㎞도 안 보이고 몇백 미터 보이는데 출항을 할 거래요.]

안개는 짙었고, 화물칸 안은 트럭과 컨테이너가 무질서하게 엉켰습니다.

타면 안 되는 배였습니다.

그날 인천항을 떠난 배는 세월호가 유일했습니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예고 없이 배가 균형을 잃었습니다.

[김동수/세월호 참사 생존자 : 갑자기 배가 휙 돌면서 그냥 나는 바다 쪽으로 굴러떨어져서…]

승객들은 몰랐지만 김 씨는 나가야 산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김동수/세월호 참사 생존자 : 형님, 빨리 가라고. 우리 나가 있어야 구조될 거니까.]

배는 빠른 속도로 기울었고 수 미터 절벽이 생겼습니다.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는 말을 믿은 아이들은 미끄러지고 떨어졌습니다.

[김동수/세월호 참사 생존자 : 자판기가 하늘에 매달려 있고. 3층 바닥에는 다친 사람들이 나뒹굴고 있고.]

배 밖으로 기어 나왔지만 혼자 떠날 수 없었습니다.

저 아이들이 눈에 밟혔습니다.

[김동수/세월호 참사 생존자 : 학생들이 '아저씨 물 차오르면 나갈 수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소방 호스로 몸을 묶고 아이들을 끌어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없이 스무 명 넘게 구했습니다.

[김동수/세월호 참사 생존자 : 산 사람들이 배 아래, 유리창 아래 가라앉은 것을 다 봤고. 학생은 책장 막 깨면서 나오려고 하지…]

구조선과 헬기가 다가왔지만, 수색 대원은 배 안으로 진입하지 않았습니다.

답답했고 절망했습니다.

[김동수/세월호 참사 생존자 : 옮겨주지도 않고 위에서 손만 잡는 거예요.]

아픈지도 몰랐는데 어깨와 손가락 신경이 망가졌습니다.

겨우 뭍으로 나왔더니 고성과 울음소리가 뒤섞인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살아 돌아왔다'는 안도감보다 두고 온 눈빛들이 죄책감으로 남았습니다.

[김동수/세월호 참사 생존자 : 학생들 그 눈망울까지도 다 기억해요. 일반인 어르신 중 나이 드신 분이 '먼저 나가라'고. 그 메아리까지 있어.]

고향 제주로 돌아간 뒤, 예전 삶은 사라졌습니다.

마라톤이 취미였던 다정한 가장은 이제 없습니다.

트라우마가 남았고 수시로 스스로 해쳤습니다.

[김동수/세월호 참사 생존자 : 청문회 갔는데 (증인들이) 앉아서 변명하고. 해경 높은 놈도 계속…미칠 것 같았어요.]

자주 경찰서에 잡혀가고 구급차에 실려 갔습니다.

폐쇄병동에 제 발로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김형숙/김동수 씨 부인 : 남편을 범죄자 취급 안 했으면 좋겠어요. 아, 저 사람이 아파서 저렇구나. 얼마나 마음이 아프면 저럴까.]

김씨는 아직도 세월호 속에 삽니다.

[화면제공 : 김홍모 작가 / 영상디자인 한영주]

신진 기자 , 문석빈,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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