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약한 고리'로 EU 제재 돌파구 모색 속내…충칭 獨 기업들에 혜택 가능성
우크라전 계기 에너지비용↑에 경제회생 절실한 獨, 中시장 재공략 의지 다져
15일 중화권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리창 중국 총리의 초청으로 사흘간 일정으로 전날 중국을 방문한 숄츠 총리는 충칭 방문을 시작으로 상하이를 거쳐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창 총리와 회담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숄츠 총리는 2022년 11월 중국을 하루 일정으로 방문한 바 있으며 이번이 두 번째다.
눈여겨볼 대목은 쳄 외츠데미어 농업장관과 폴커 비싱 교통장관, 슈테피 렘케 환경장관 이외에 독일 자동차기업 메르세데스-벤츠·BMW와 화학기업 바스프(BASF), 기술기업 지멘스 등의 경영자 등이 대거 동행했다는 점이다.
첫날 충칭에서 독일 자동차 부품기업 보쉬와 중국 칭링 모터스의 수소 연료전지 합작 공장을 방문해 이번 방중이 경제적인 목적이 최우선임을 분명히 보여줬다.
중국 외교부는 숄츠 총리의 중국 방문으로 양국 관계와 공동 관심사가 깊이 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규모 독일 기업 대표단이 동행한 점에 비춰볼 때 경제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짚었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이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비용이 상승한 이후 어려움을 겪는 독일로선 중국 시장 재공략을 통한 경제 회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때문인지 독일은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의 중국 투자가 급감한 가운데서도 지난해 대(對)중국 투자를 크게 늘렸다.
실제 독일경제연구소(WI)가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독일의 지난해 대중 직접 투자는 전년 대비 4.3% 증가한 119억유로(약 17조460억원)를 기록,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2022년 1천700억유로(약 243조원)였던 독일의 해외투자 규모가 지난해 1천160억유로(약 166조2천억원)로 급감한 가운데서도 이뤄진 '중국 사랑'이었다.
그런데도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작년 독일과 중국 간 교역액은 2천68억달러(약 286조원)로 전년 대비 8.7% 감소했다. 중국이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독일산 제조업 제품의 수입을 줄인 탓에 독일은 타격을 입었다.
사정이 이렇지만 독일은 다시 중국에서 '답'을 찾는 모양새다. 독일은 작년까지 무려 8년간 독일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과 '공존·공생' 의지를 다지고 있어 보인다.
상하이 푸단대의 딩춘 유럽학 교수는 "독일은 중국과 분리될 수 없다"면서 경제·무역 협력을 더 강화해야 서로 살 수 있다고 짚었다. 중국은 선진국인 독일로부터 첨단 제조업 기술 전수를 염두에 뒀고, 독일은 중국의 시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윈-윈'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으로선 숄츠 총리의 이번 방중이 양국 협력을 통한 직접적 경제 이득 외에도 여러 가지 노림수가 있어 보인다.
싱가포르국립대의 좡자잉 정치학과 교수는 연합조보에 "중국은 숄츠 총리 방중 기간에 독일 자본의 투자와 기술 이전을 유도하면서 중국과 EU 간 갈등을 완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U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 터빈은 물론 전기자동차에 대해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부당하게 지급됐다면서 고율의 반(反)덤핑 관세 부과를 염두에 둔 무역 조사에 나선 데 대해 독일을 고리로 EU의 제재 전열에 균열을 내려 한다는 것이다.
사실 EU는 중국이 수십년간 막대한 보조금을 줘 자국의 CATL(닝더스다이·寧德時代)과 비야디를 세계 점유율 1, 2위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육성하는 한편 소비자에게 2009년부터 전기차 구매세 인하 조치로 엄청난 수요를 창출해 세계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것으로 본다.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EU의 중국산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는 올해 11월까지 이어진다.
이외에 태양광 패널, 철강 등을 포함해 중국산에 대한 EU의 반보조금 조사가 확대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
EU는 아울러 첨단반도체·양자컴퓨팅·인공지능(AI) 제품은 물론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미국의 디리스킹(de-risking) 정책에 가세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동안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도 '우회로' 역할을 해온 EU가 중국에 반기를 들고 나선 데 대해 중국은 크게 위협을 느끼고 있어 보인다.
이 때문에 올해 초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유럽을 순방하며 EU의 반보조금 조사 중단을 설득해왔으며 지난 7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유럽 각국을 돌며 반보조금 담판을 벌였다.
특히 중국은 독일을 '약한 고리'로 전기차 등 중국산에 대한 EU의 반보조금 조사와 제재를 약화하는 한편 EU의 대중국 디리스킹 정책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물론 그에 대한 '보상'은 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콩 명보는 "지난 2월 독일 측이 충칭에 모두 84개 외자 기업을 설립했으며 주로 제조·건설·과학연구·기술 서비스·금융 분야에 집중됐다"고 전했으며, 이와 관련해 중국 당국이 일정 수준의 혜택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숄츠 총리가 방중 첫날 충칭을 방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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