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최초 극장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 개봉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3일 개봉)에서 유미(사진) 캐릭터는 원작과 싱크로율을 가장 중시했다. 성우(윤아영)도 드라마 주연 배우 김고은처럼 털털한 성격이 느껴지는 목소리톤으로 캐스팅했다. 사진 로커스, 스튜디오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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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슈퍼 IP(지적재산) 대표작으로 꼽혀온 ‘유미의 세포들’이 웹툰 사상 최초로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3일 개봉했다. 누적 조회수 35억뷰 웹툰 원작이 게임‧실사 드라마에 이어 극장판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된 첫 사례다.
'유미의 세포들'은 뮤지컬로도 제작중이다. 2015~2020년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원작은 평범한 30대 직장인 유미의 소소한 회사생활과 연애사를 유미의 마음속 1순위 연애세포를 비롯해 자린고비 세포‧판사세포‧불안세포‧출출세포‧명탐정세포‧응큼세포 등 감정 세포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모험에 담았다.
시시콜콜한 연애 참견부터 꿈과 현실 사이의 고민까지, 연재 기간 독자 댓글만 누적 500만개를 돌파했다. 일본‧북남미‧인도네시아‧태국‧대만‧중국 등 7개 언어로 번역돼 다국적 독자층을 키웠다.
연재 종료 이듬해 나온 김고은‧안보현 주연 동명 드라마(2021~2022)는 티빙 오리지널 역대 유료가입자수 1위(시즌2) 달성에 이어 전세계 160여개국에 출시돼 K-드라마 팬덤을 이끌었다. 실사 드라마 당시 세포 장면의 3D 애니메이션을 담당해 호평받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로커스, 네이버웹툰 자회사 스튜디오N이 이번 극장판도 함께 만들었다.
이런 기대감이 적과의 동침마저 빚어냈다.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는 라이벌 관계 멀티플렉스 CJ CGV‧롯데시네마가 개봉작이 적은 4월 비수기에 대비해 처음 공동 배급까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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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롯데 '적과의 동침'했는데 흥행은 왜
웹툰 '유미의 세포들'은 이번 극장판 애니메이션(사진)에 더해 실사 드라마, 게임, 뮤지컬로도 제작됐다. 원작이 재해석되는 저력에 대해 이동건 작가는 “누군가의 몸속 세포들이 움직이는, 이해하기 쉬운 세계관”을 들며 “한번쯤 상상해봄직한 이야기라 공감도 쉽고 확장해보고픈 마음이 드는 것 같다”고 했다.사진 로커스, 스튜디오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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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후 결과는 저조하다. 14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까지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 관객수는 6만6000명 남짓, 이날 박스오피스 11위였다. 일주일 뒤 개봉한 ‘쿵푸팬더4’가 나흘 만에 71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정상에 오른 것과 대조된다. 반면, 해외에서의 성과는 대단하다. 대만‧일본‧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 국가와 북남미‧유럽권 등 76개국에 선판매됐다.
이런 국내외 온도차의 배경은 무엇일까. 실사 드라마 속 애니메이션 공동 연출에 이어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로 장편 데뷔한 김다희(36) 감독, 원작자 이동건(43) 작가를 인터뷰했다.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3일 개봉)은 원작 후반부 사내연애로 만난 남자친구 바비(왼쪽)와 유미의 연애전선 변화,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된 유미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 로커스, 스튜디오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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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건 작가(이하 이): “드라마보다 먼저 제안받았다. 원작 연재 중이던 시기다. 웹툰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라니, 상상이 안 갈 때였다. 제작사 로커스 전작 애니메이션 ‘레드슈즈’(2019)의 완성도가 높아 기대가 컸다.”
김다희 감독(이하 김): “감정을 의인화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015)보다 먼저 나온 게 ‘유미의 세포들’이다. ‘지름신’ 같은 더 세밀한 캐릭터 요소가 해외에서도 강점이 있다고 봤다. ‘유미의 세포들’이란 슈퍼 IP에 힘입어 K-애니메이션도 K-웹툰처럼 아동용이란 편견을 깨고 세계적으로 관객층을 확장하길 바랐다.”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3일 개봉) 연출을 맡은 김다희 감독은 "로커스가 참여한 '유미의 세포들' 실사 드라마 때도 회당 60분 중 25분이 애니메이션인데, 2년간 16부작을 했으니, 장편 2편을 만든거나 다름없다. 아동용은 한국도 노하우가 많고 장난감 등 부가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저희는 작품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사진 로커스, 스튜디오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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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웹툰에 없는 스토리도 고려했지만, 결국 슈퍼 IP의 장점인 탄탄한 원작 내용을 택했다. 드라마가 연애담 위주라면 ‘더 무비’는 일과 사랑 사이에서 성장하는 유미를 보여주려 했다.”
이: “‘유미의 세포들’은 흔해 보이는 일상의 고민이 적어도 자기 자신에겐 큰 재난이고, 내 편이 되어주는 세포들과 함께 그걸 해결하는 과정이 모험 같은 이야기다. 원작에서 유미의 심경 변화가 가장 큰 구간이라 택한 것 같다. 그래야 세포들이 느끼는 일상의 재난도 커질 테니까.”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3일 개봉) 세포 캐릭터 포스터. 사진 로커스, 스튜디오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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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MZ세대를 노린 건 딱히 없었다. 기획할 때 유미가 30대 초반이던 나 같다고 느꼈고, 나를 대입해서 많이 생각했다. 이후 결혼해 아이를 낳고 지금은 육아 휴직 중이다. 우리 사는 모습도 남이 보면 잔잔한데 본인한텐 드라마틱하지 않나. 대단한 사건이 없는 드라마여서, 오히려 주인공한테 이입하는 효과가 클 거라 생각했다.”
Q : -캐릭터 구현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김: “유미의 성장통을 표현하기 위해 세포들의 우울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긴 싫었다. 세포들과 유미가 반반씩 동등하게 나아가는 구조를 생각했다. ‘징크스 세포’를 새롭게 출연시키고, 혀를 날름대는 과장된 표정 등 만화적인 액팅에 신경썼다.”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 개봉(3일)을 맞아 원작 웹툰을 그린 이동건 작가가 친필 추천사를 보냈다. 사진 로커스, 스튜디오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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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흥행이 기대보다 저조한 이유에 대해 “드라마로 이미 세포 캐릭터나 바비 이야기를 접하신 분들이 많은 탓 아닐까”라면서 “그래도 관람한 분들의 평가는 좋더라. 제작비가 ‘쿵푸팬더4’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한정된 여건 속에서 최선의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극장판이 2편 제작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해외 흥행을 더 지켜봐야 해서다. ‘유미의 세포들’은 배우 황정민, 제작자 김미혜 부부의 엔터테인먼트사 샘컴퍼니에서 뮤지컬로도 제작 중이다. 캐릭터가 이어지는 이동건 작가의 또 다른 웹툰 ‘조조 코믹스’도 드라마화를 준비중이라고 이 작가는 전했다. 팬들 사이에 ‘이동건 유니버스’가 거론되는 이유다. 당장 국내 극장 흥행이 아쉬워도, 슈퍼 IP의 행보는 계속될 거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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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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