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석 전남소방본부 소방행정팀장이 11일 전남 장흥군 본부청사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팽목항 지원활동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장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실종자 가족 천막에서 들리던 흐느낌이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것 같아요.”
11일 전남 장흥군 전남소방본부에서 만난 이민석 소방행정팀장(52·소방령·사진)은 10년 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 팀장은 2014년 4월 16일 참사 당시 진도군 팽목항에 가장 먼저 도착한 119구조대원 중 한 명이다.
그는 참사 3, 4시간 후 팽목항에 도착한 단원고 학생들을 보며 ‘큰일이 났구나’라고 직감했다고 한다. 세월호 승객 인원보다 구조된 사람이 턱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흠뻑 젖은 채 추위에 떠는 학생의 손을 잡아 짐배에서 내려주는데 왈칵 눈물이 났다. 그 길로 이 팀장은 70일간 버스 등에서 새우잠을 자며 팽목항에 머물러 구조와 실종자 수습을 도맡았다.
이 팀장의 기억은 10년 전 그날에 못박혀 있다. 특히 한 학생이 자기 생일에 차가운 바다에서 수습된 기억은 이 팀장의 29년 구조대원 인생에서 가장 가슴아픈 장면이다. 이 팀장은 “희생자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 어선 36척을 타고 구조에 참여한 진도군 조도면 어민들도 여전히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는데’라는 탄식 속에 살고 있었다. 박종온 진도군 번영회장은 “일상을 회복한 지금도 마음의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광희 진도군 수산단체연합회장은 “어민 모두 가급적 그날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김영서 전 진도군 통발협회장(67)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조업에 더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장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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