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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상상력이 더 나은 역사를 만드는 건 분명해보입니다.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거대 양당이 입법 취지에 반해가면서까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았다면 비례 의석수가 어떻게 분배되었을지 계산해봤습니다. 어제(12일)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단지 복잡 해졌을 뿐인 비례대표제의 현 상황을 짚어봤습니다. (▶ [취재파일] '병립형 가정' 이번 총선 비례 의석 수는?…병립형보다 나쁜 위성정당) 오늘은 입법 취지대로 운영됐다는 가정 하에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새로운 정보를 담은 기사라기보다는 비례 대표제 사용설명서쯤으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계산을 위한 준비
계산 과정을 하나씩 따라가 보겠습니다. 아래는 계산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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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보이신다면 공직선거법 제 189조(클릭) 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비례 의석수는 '의석할당정당'의 자격을 갖춘 정당끼리만 나눠 갖습니다. '의석할당정당'의 자격은 '지역구 5석 이상 또는 비례 득표율 3% 이상'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정당은 민주당(민주연합), 국민의힘(국민의미래),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뿐입니다. 비례 정당 의석 수 배분에 다른 정당은 고려 조건이 되지 않습니다.
첫 번째 박스 안 '의석할당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 국회의원당선인수'는 말이 좀 어렵습니다. 쉽게 풀어 설명하면, 민주당(민주연합), 국민의힘(국민의미래), 조국혁신당, 개혁신당이 아닌 정당이 배출한 지역구 국회의원과 무소속 국회의원을 모두 합친 수를 의미합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새로운미래와 진보당이 1석씩 가져갔으므로 '의석할당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 국회의원당선인수'는 2입니다. 여기까지가 계산을 위한 사전 준비입니다.
본 계산
본 계산을 위해선 3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 먼저 연동 배분 의석수를 계산합니다. 소수점 이하는 반올림합니다.
② 모든 연동 배분 의석수를 더했을 때 46석을 넘긴다면(대부분 넘습니다.), '조정 의석 수'를 계산해야 합니다. 각 당 연동 배분 의석 수 비중에 따라 46석을 나눠 갖는다면 각자 몇 석씩 받게 되는지 소수점 이하까지 계산합니다.
③ 소수점 이하는 일단 버립니다. 이게 1차로 배분된 의석입니다. 1차 배분 의석의 총합이 46이 되지 않는다면(대부분 되지 않습니다), 46이 될 때까지 소수점 이하자리 숫자가 큰 정당부터 1석씩 배분합니다.
양당이 비례 정당을 내지 않았다면?
이번 총선에서 다른 조건은 모두 같고, 양당이 위성정당만 내지 않았다고 가정해 계산해보겠습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위성정당 지지율을 각 모 정당이 그대로 가져갔다고 가정합니다.
22대 총선 개표 결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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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개표 결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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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민주연합) 득표율은 26.69%입니다. ⓛ 위 수식에 따라 연동 배분 의석수를 계산하면 –40.7617석으로 음수가 나옵니다. 지역구 당선자가 161명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애초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거대 양당 비례 의석을 줄이고 소수 정당 비례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설계된 수식이 작동한 결과입니다. 민주당 비례 배분 의석은 0석이 됩니다.
국민의힘(국민의미래) 득표율은 36.67%입니다. ⓛ 위 수식에 따라 연동 배분 의석수를 계산하면 9.63입니다. 반올림하면 10석이 나옵니다. 이번 총선에서 얻은 18석보다 많이 적습니다. 마찬가지로 지역구 의석 90개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다만 최종 배정 의석수를 계산하려면 의석할당정당 간 연동 배분 의석 수 비중이 중요하므로 나머지 두 당의 연동 배분 의석수를 마저 계산해야 합니다.
조국혁신당 득표율은 24.25%지만 ⓛ 위 수식에 따라 연동 배분 의석수를 계산하면 36.13이 나옵니다. 반올림하면 36석입니다. 161석, 90석의 지역구 당선자를 낸 양당과 달리 조국혁신당은 지역구 당선자가 0명이기 때문에 훨씬 많은 비례 의석을 가져가게 됩니다.
개혁신당 역시 득표율은 3.61%지만 ⓛ 위 수식에 따라 연동 배분 의석수를 계산하면 5.37이 나옵니다. 반올림하면 5석입니다. 조국혁신당과 같은 이유로 득표율 대비 더 많은 의석수를 가져가게 됩니다.
② 이제 각 당이 얻은 연동 배분 의석수를 모두 더해 46이 넘는지 확인합니다. 민주당 0석, 국민의힘 10석, 조국혁신당 36석, 개혁신당 5석으로 모두 51석입니다. 46석을 넘기므로 각 당 '조정의석수'를 계산합니다. 위 수식에 따라 국민의힘 9.0196석, 조국혁신당 32.4705석, 개혁신당 4.5098석이 나옵니다.
③ 소수점 이하를 버리면 국민의힘 9석, 조국혁신당 32석, 개혁신당 4석입니다. 1차 배분 결과 모두 합쳐 45석이므로 1석을 더 배분해야 합니다. 소수점 이하 자리 숫자가 가장 큰 개혁신당(0.5098)이 남은 1석을 가져갑니다. 최종 비례 의석수는 국민의힘 9석 조국혁신당 32석, 개혁신당 5석이 됩니다.
위성정당이 없었다는 가정 하에 계산한 비례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수에 더해보겠습니다. 민주당 161석, 국민의힘 99석, 조국혁신당 32석, 개혁신당 6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입니다. 교섭단체가 3개 정당으로 늘어 현재 지형과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입법취지 반하고 정치 효능감 낮춰…'병립형 vs 진짜 연동형' 선택해야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숫자를 넣어 계산을 해봤을 뿐, 가정에서 나온 의석수 자체에 맥락을 부여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듯합니다. 이를테면 '국민의힘이 99석으로 줄 뻔했네. 위성정당을 안 만들었다면 개헌저지선이 무너질 수도 있었겠군' 등의 생각이 그 예시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어느 정당에게 유리해지고, 어느 정당에게 불리해지는지를 따지고자함이 아닙니다.
생각해봐야 할 물음은 '국회의원 6명 중 1명꼴인 비례대표를 뽑는 제도가 기형적으로 운영되어도 좋다는 데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동의하는가'입니다. 아마 아닐 겁니다. 원내 소수 정당 비중을 늘리기 위해 도입된 제도 취지를 회복하려면 위성 정당 방지법이 반드시 동반돼야 합니다. 반대로, 준연동형제가 양당에 대한 비례 득표율을 인위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그에 따라 민의가 왜곡될 수 있다는 여론이 힘을 얻는다면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어느 쪽도 정답이 아니고 오답도 아닙니다. 다만 입법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는 (준)연동형제는 명백한 오답입니다. 계산이 복잡해져 내가 찍는 표가 어떻게 작동할지 유권자들을 더 헷갈리게 만듭니다. 유권자의 정치 효능감을 떨어뜨리는 나쁜 제도입니다.
21대에 이어 22대 총선도 비례대표 선거는 제도 취지를 왜곡해 치러졌습니다. 누군가는 이 글을 사후약방문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국회가 열리려는 지금 시점에 대부분의 당선자들이 관심 가질 사안도 아닐 겁니다. 한동안 비례제 이야기는 논의밖이겠지요. 그럼에도 3년이나 3년 반 뒤쯤 23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제가 이대로 좋은지, 22대 때는 어땠는지 고민하다 이 글을 읽게 될 누군가를 위해 씁니다. 타임캡슐을 묻는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박찬근 기자 ge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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