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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국방과 무기

동맹국 협력 빌미로 해외 가는 日 무기… ‘평화국가’ 깨지나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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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수출 적극 나서는 日

3월 차세대 전투기 3국 수출 허용

2023년 12월 패트리엇 미사일 美 수출도

국제 안보 정세 악화 등 불가피성 역설

최근 “다이게이급 잠수함 수출 가능성”

자국 방산 육성 필요… 거침없는 행보

수출 제한 완화 과정 일방·비민주적

“국회 심의 거치지 않고 밀실서 결정

헌법상 평화주의 이념 벗어나” 비판

‘방위장비이전 3원칙’ 만들어

기시다, 지침 개정 수출길 넓혀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상은 지난 1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계속적인 지원 방침을 밝혔다. 그와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회담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은 우크라이나군의 대공 역량 강화였다.

이날 만남은 일본 정부가 지난해 12월 ‘방위장비이전 3원칙’과 그 운용지침을 개정해 자국에서 생산된 패트리엇 미사일을 미국에 수출하기로 한 결정 때문에 더욱 주목을 끌었다. 무기수출 규제 완화를 통한 미사일 수출은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패배 후 ‘평화국가’를 표방하며 무기 수출을 엄격히 제한해 온 일본 안보정책이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안보정책의 대전환’이란 평가가 나온다. 일본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군사적 팽창 등 국제 안보정세 악화, 자국 방위산업 보호·육성을 강조하며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군비경쟁 촉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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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만에서 지난해 5월 열린 국제관함식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왼쪽)와 자위대 관계자들이 사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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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향하는 일본 무기

지난달 26일 무기 수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강한 의욕을 보여주는 각의(국무회의) 결정이 나왔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의 제3국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다른 나라와 공동 개발한 완성품 무기의 수출이 가능해졌다. 대상국은 일본과 방위장비·기술 이전 협정을 맺은 미국, 프랑스, 베트남 등 15개국으로 제한했다. 현재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나라는 제외했다. AP통신은 “차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 국제 안보에서 일본의 역할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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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전투기는 일본 항공자위대 F-2로 영국과 이탈리아의 유로파이터 후속으로 세 나라는 2035년까지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이 미국 외의 국가와 무기를 개발하는 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패트리엇 미사일 수출 결정은 타국에 특허료를 내고 일본에서 생산하는 라이선스 방위장비 완성품의 수출길을 열었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전까지는 부품의 수출만 가능했다. 피침략국에 살상능력이 없는 방위장비 전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구난·수송·경계·감시·소해(掃海·기뢰 등 바다에 설치된 위험물을 없애는 것)를 위해서는 살상능력이 있는 것을 보낼 수 있다는 방침도 정했다.

최근엔 일본 잠수함이 수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캐나다 차기 잠수함 유력 후보로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개발한 최신식 ‘다이게이급’ 잠수함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는 오래된 잠수함 4척을 10년 이내에 퇴역시키고 최대 12척의 새로운 잠수함을 조달할 계획이다. 다이게이급 잠수함은 장시간의 항해·잠행 능력, 정숙성 등에서 높은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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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수출 통한 군사협력 강화

평화국가를 표방하며 무기수출에 많은 제한을 두었던 일본은 외부의 요구를 발판 삼아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차세대전투기의 3국 수출 허용은 이를 통해 개발 비용을 상쇄하려는 공동개발국 영국, 이탈리아의 압력이 작용했다. 지난해 12월 일본을 방문한 그랜트 샤프스 영국 국방장관은 “(무기수출을 제한하는 지침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본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판로가 제한되고, 개발 비용을 줄이지 못하면 개발 과정에서 일본의 발언력이 저하되고, 이후 (다른) 공동개발에서 일본이 파트너가 되기 어려워진다”며 수출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패트리엇 미사일 수출은 미국의 요구에 대응한 것이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무기 재고가 부족해지자 일본산 미사일 수입에 나섰다.

이런 모양새는 결국 일본이 바라는 각국과의 군사 협력강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무기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대해 “미국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맹국,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가 최대 이유”라고 분석했다.

일본이 군사 협력 강화에서 가장 염두에 두는 건 동·남중국해, 인도태평양 등 해양진출을 확대하고 대만에 군사적 압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과 갈등이 커지고 있는 필리핀에 방공 레이더시스템을 수출한 것은 무기 수출을 통한 군사협력강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필리핀에서는 일본 레이더시스템 도입을 “양국 간 안보 분야 파트너십의 기반”으로 평가하며 “정보 공유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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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방위산업 보호, 육성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무기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이다. 일본에선 납품처가 방위성, 자위대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자국 방산 업계가 쇠퇴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요미우리신문은 “2003년 이후 방산업체 100곳이 사업을 접었다”며 “성장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제정된 ‘방위장비품생산기반강화법’에는 이런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방위장비 공급망 강화, 사이버안보 강화 등에 정부가 업체를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한 해당 법률은 “수출상대국의 수요에 대응해 방위장비에 변화를 줄 경우 기업에 지원금을 준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헌법상 평화주의 일탈”

무기 수출에 적극 나서는 일본을 보는 시선에는 우려와 경계심이 담길 수밖에 없다

일본 내에선 수출 제한을 완화하는 과정이 비민주적이며 헌법이 규정한 평화국가 이념의 포기로 이어질 것이란 걱정이 크다. 관련 절차는 일본 정부, 연립여당인 자민당, 공명당의 일방적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아사히는 “무기수출 완화는 법 개정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어서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밀실에서 결정됐다”며 “자민당, 공명당의 실무자, 외무성과 방위성 관계자들이 주도하고 있고 의사록 등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사안의 중대성에도 야당이 참여할 길이 없고, 국민적 의견수렴이 막혀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평화국가로서의 기본이념은 견지한다”(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고 강조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헌법상 평화주의 이념을 벗어난 것”이란 비판이 강하다. 일본의 무기 수출이 분쟁을 조장하고, 수출 대상 지역 내 긴장을 높일 것이란 지적도 만만찮다.

무기 수출을 통해 견제하려는 국가들의 반발은 크다. 패트리엇 미사일 수출 결정이 나오자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일본 미사일이 우크라이나군 손에 넘어가면 러시아에 명백하게 적대적인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며 “일본에 가장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일본은 국방 예산을 매년 증액하고, 무기 수출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해 군사력 전개의 돌파구를 찾아왔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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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내각 때 ‘무기수출 금지 원칙’ 무력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무기 제조를 금지당했던 일본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탄약 등의 생산을 재개했다. 미군 발주에 응하는 형식이었다.

헌법상 ‘평화국가’ 이념을 대표하는 ‘무기수출 3원칙’이 나온 것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作) 내각에서였다. △공산권 국가 △유엔에서 금지한 국가 △분쟁 당사국 혹은 분쟁 우려가 있는 국가에 무기 수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1976년 미키 다케오(三木武夫) 내각에서는 평화국가의 이념을 중시해 무기수출을 사실상 금지시켰다.

그러나 관방장관 담화 등을 통해 예외를 인정, 무기를 파는 사례들이 이어졌다. 2011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내각은 평화공헌, 국제협력, 국제공동개발·생산의 경우라면 상대국과의 협정을 전제로 수출을 인정하기로 했다.

2014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서 무기수출 금지에 큰 변화가 생겼다. ‘방위장비이전 3원칙’을 만들어 무기수출 3원칙을 무력화한 것이다. 방위장비이전 3원칙은 △분쟁당사국 등을 제외하고 △엄격한 심사를 거치며 △목적 외 사용이나 제3국 이전에는 사전동의를 의무화해 무기수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은 지난해 방위장비이전 3원칙과 그 운용지침을 개정해 무기 수출길을 더욱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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