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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노력과 재능 사이 [休·味·樂(휴·미·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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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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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靈感)으로 이루어진다.' 에디슨 위인전의 끝 문장이다. 동시에 유년 시절 노력 강요 사회 입문단계의 알림판이다. 이를 잊을 때쯤 '1만 시간의 법칙'이 등장한다. 말콤 글래드웰(영국)이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소개한 이 법칙은 노력에 관한 맹종을 담았다.

노력이라는 잣대는 우리의 삶 곳곳에 흘러든다. 특히 학업이나 스포츠 성과를 따질 때 주로 쓴다. 어느 고교 야구선수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야구할 때 가장 행복했다. 야구는 그의 존재 이유였다. 그런데 왜소한 체격은 야구선수로서 큰 단점이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다. 야구의 재미가 더 깊어져 가던 고2 때였다. 감독이 그를 불렀다. 감독은 체구, 체력 등의 한계를 언급했다. 그리고 야구를 그만두라고 했다. 눈앞이 어둑했다. 야구는 그의 삶 자체였다. 감독님께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간절히 졸랐다. 번복은 없었다. 그는 결국 인생의 전부였던 야구를 그만두었다.

'이젠 어쩌지?'라는 생각도 잠시였다. 하늘은 그에게 생각의 겨를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학교 시험 성적표가 현실을 알려주었다. 학교 성적은 755명 중 700등 언저리였다.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 학생의 현주소였다. 인생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학습의 기초부터 다시 다졌다. 우선 초등학교 수준의 영어 단어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가시 돋친 선인장밭을 뚜벅뚜벅 걷고 또 걸었다. 그야말로 '99%의 노력'을 삶에 갈아 넣었다. 그는 결국 검정고시, 법대 진학, 사법시험 합격, 변호사의 단계를 거쳤다. 그리고 현재는 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다. 부단히 노력했지만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대신 공부라는 재능을 발견했다. 그는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라는 진부한 격언을 부정했다. 세상엔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것들이 있다고도 했다.

우리는 노력 강요 사회에 살고 있다. 유년 시절에는 에디슨 위인전, 성인이 되어서는 1만 시간 법칙의 영향이 컸다. 노력 부족은 미진한 성과를 비난하기에 가장 좋은 표현이다. 또한 기득권 옹호의 수단이자 승자독식 사회의 정당화를 위한 변명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노력을 강조한다. 재능은 자신의 몫이고 노력은 아이의 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력은 홀로 빛나지 않는다. 재능 없는 노력은 시간 낭비이다. 이젠 노력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하다.
한국일보

조용준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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