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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사설] 5.4%p 차이로 입법 독식, 0.7%p 차이로 행정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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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 지역구에서 민주당은 161석, 국민의힘은 90석을 얻었다. 그러나 두 정당의 실제 득표수 차이는 그보다 훨씬 적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역구 득표는 1475만8083표 대 1317만9769표로 157만8314표 차였고, 득표율로는 50.45% 대 45.05%였다. 득표율 차는 5.4%포인트인데 당선자 수는 두 배 가까이 벌어진 것이다. 승자 독식 체제인 소선거구제로 인해 박빙 승부가 많았던 수도권 122석 중 103석을 민주당이 가져갔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양당 득표율 차이는 5.9%포인트였지만, 48석 중 37석이 민주당 차지였다. 전체 득표율에서 5.4%포인트 이긴 민주당은 22대 국회를 마음대로 좌우하게 됐다.

4년 전 21대 국회도 마찬가지였다. 총선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은 49.9%,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41.5%를 득표해 8.4%포인트 차이였지만 지역구 의석수는 163 대 84석으로 거의 두 배 차이가 났다. 민주당은 ‘8.4%’는 생각하지 않고 ‘두 배’만 믿고 폭주했다. 입법권을 독점하며 공수처 신설, 임대차 3법 강행, 대북전단금지법, 경제계가 한사코 반대한 경제 3법 등 폭주를 거듭했다. 그러다 정권을 잃었지만, 전세가 폭등 등 국민이 입은 피해는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에서 불과 0.73%포인트 앞섰다. 불통의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며 청와대를 나왔지만 그 과정 자체가 ‘제왕적’이라고 느낀 국민이 적지 않았다. 그에 이어 많은 문제에서 오만과 독선, 불통이 이어지다 이번 총선에서 기록적 참패를 당했다.

지역구마다 국회의원 1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와 대통령제는 단 1표만 이겨도 모든 권력을 독점한다. 2·3등 후보를 찍은 절반 가까운 국민의 표는 전부 무의미하게 된다. 민의 반영이라고 할 수 없다. 승자 독식, 패자 절망 구조는 여야와 지지자 간 극한 대립을 부르게 된다. 그런 갈등으로 누가 무슨 이익을 얻었나. 여야와 국민 모두에게 결국 해로울 뿐이다. 소선거구제와 대통령제의 근본적 문제에 대해 모두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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