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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검찰 벼르던 조국이 캐스팅보트... 189석의 '검찰심판'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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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야권 검찰개혁 공약 살펴보니]
기소청 전환, 검사장 직선제, 대배심 등
기존 검찰조직을 완전히 해체하는 수준
법조계 "정치적 목적 개혁은 금물" 경계
한국일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비롯한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독재 조기종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팻말을 들고 서초역사거리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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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에서 '검찰 독재'와 '정권 심판'을 내세운 범야권(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진보당)이 189석을 차지하면서, 전 정부 때처럼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권 견제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검찰개혁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이뤄질 경우 특정 정치인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개혁 문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당은 비례대표로만 12석을 차지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캐스팅보트(민주당 175석)를 쥔 조국혁신당이다. 이 당의 공약에는 검찰의 힘을 최대한 빼고 검찰 조직을 여러 기관으로 나누는 식의 개혁이 모두 들어가 있다. 세부 손질 수준의 개선안을 내세운 민주당 공약보다도 더 급진적이어서, "공약이 모두 실현되면 검찰이 아예 사라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한국일보

시각물_야권의 검찰개혁 주요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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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을 검찰개혁의 제1 목표로 삼았다. 구체적으로 △대검찰청의 기소청 전환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권 완전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공약집에는 '경찰의 수사적법성 통제 기관으로 역할을 조정한다'고 돼 있지만, 이미 지난 정부에서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점을 고려할 때 검찰에는 기소만 할 수 있는 '기계적 기능'만 남기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검찰의 직접 수사 폐지로 생겨난 수사 공백은 '전문수사청'으로 채운다는 게 조국혁신당의 구상이다. 중대범죄수사청, 마약수사청, 금융범죄수사청, 경제범죄수사청 등 기능별 수사기관을 설치해 국가의 수사권을 분산시키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논의에서 사라졌던 '검사장 직선제'도 다시 등장했다. 조국혁신당은 검사의 기소권에서마저 독점권을 해체한다는 계획인데, 기소 여부를 국민이 판단하도록 하는 기소배심제(대배심)를 내세우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과격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수사지휘권 폐지 △직접 수사범위 축소 등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한 검찰개혁이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한번 형사사법제도를 뒤엎는 수준의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조국 대표의 공약대로라면 검사는 경찰과 법원 사이에서 사건 기록만 나르는 '짐꾼' 역할만 하라는 것"이라며 "국민 입장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 버리는 게 어떠한 득과 실이 있을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도 "검찰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없애게 되면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가장 중요한 원리가 깨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조계의 우려에도 야권의 검찰개혁 공약은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범야권 의석수는 패스트트랙 지정과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지연) 강제 종료가 가능한 180석을 넘겼다. 검찰개혁을 가장 큰 과제로 내세운 조 대표는 당장이라도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 처지여서, 시간이 많지 않다.

야권이 검찰 공약을 강행하는 경우 검찰 조직의 반발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검찰권 견제만을 목적으로 법안을 던지지 말고, 70년 이상 유지돼 온 기존 시스템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에 대한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의 온도가 미묘하게 다른 것도 변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민주당 내 검사·판사·변호사 출신 의원들은 조 대표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검찰주의자'로 유명한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개혁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역시 열려 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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