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190석 안팎, 與 108석 참패
尹 불통과 독선, 권위주의적 리더십 원인
"의료 개혁마저도 물 건너가…심판 넘어 응징"
집권 3년 차에 치러진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이처럼 참패한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치러진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133석을 차지하긴 했다. 하지만, 당시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115석으로 의석수 차이는 18석에 불과했다. 여당의 참패는 중도와 무당층이 대거 야당에 투표하면서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최다 의석수가 걸린 수도권과 캐스팅보트 지역인 충청권에서 고전하면서 기대만큼 의석을 얻지 못했다.
2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사들의 집단행동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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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취임 이후 이어진 윤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 권위주의적 리더십 등 논란에 중도층이 등을 돌린 것을 참패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과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출국 논란까지 이어지며 정권에 회초리를 들었다는 평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정권 심판론 바람이 매우 거세게 불었기 때문"이라면서 "중도층은 확실히 가세했고, 일부 보수층마저도 가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지 않고서는 이 정도 표 차이가 날 수 없다는 것이다.
고물가 속 민생고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대파 값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점, 의료 공백 장기화에도 정부가 제대로 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입법 독재를 막아야 한다며 '거야 견제론'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했지만, 정권 심판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책이나 비전을 내세워 승부를 걸어야 하는 여당이 '심판론'을 내세운 것이 선거 전략상 패착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을 때 여의도 문법을 타파하는 정치 혁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국민의 기대치가 있었는데, 윤 대통령은 완전히 거꾸로 섰다"면서 "소통을 차단하는 등 완전히 정반대 행보를 보였고, 국민들은 심판을 넘어서 응징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 동안에 보여준 (윤 대통령의) 정치 무지는 정치를 완전히 몰락시켜 버렸고, 그렇게 외쳤던 3대 개혁도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막판에 내세웠던 의료 개혁마저도 물 건너가 버리면서 이런 상황에서 표를 달라고 하니 국민들은 분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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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야권의 압승으로 22대 국회는 개원 직후부터 여야 간 극한 대립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이 전 대사 출국 논란과 관련해 윤 대통령을 겨냥한 국정조사 및 특검(특별검사)법 추진을 밝힌 바 있다. 조국혁신당도 민주당과 힘을 합쳐 '한동훈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정책 및 입법 주도권을 범야권이 쥐고 가면서 윤석열 정부는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 내부에서도 수도권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선거 패배에 대한 정부의 책임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 동작을 당선인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저희 당, 여당부터 개혁하고 국민께 더 가까워지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희 스스로 더 각고의 노력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경기 성남분당갑 당선인은 "지금 현재 정부가 하는 일 자체가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집행력을 가진 정부여당은 민생 문제를 어떻게 풀고 앞으로 미래 비전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할 계획을 세워 희망을 주는 일인데, 그 일에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윤상현 인천 동구미추홀구을 국민의힘 당선인은 이날 당선 소감을 통해 "선거 과정에서 민심의 엄중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저의 생환과 관계없이 우리는 참패했다. 국민 여러분의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앞으로는 국민의힘이나 정권의 정치 태도가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이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확실한 태도 변화를 보인다면 민주당은 너무 강공만 고집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그러나 대통령실이 만약에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권 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국민이 판단할 수가 있다"면서 "민주당에는 한동안 국민의 지지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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