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알코올 의존도부터 탈모 등 분석
개인 식성도 나오지만 질병 예측은 불가
알코올 의존성이 높게 나타난 기자의 유전자 검사 결과. 젠톡은 검사 결과를 쉬운 삽화와 함께 제공한다. 젠톡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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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DNA’라 불리는 분자를 후세에 전하기 위한 생존 기계일 뿐이다.”
유전체 분석 기업 마크로젠의 ‘젠톡 올 패키지 129’ 검사 결과를 받고서 든 생각이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 말처럼 어쩌면 나의 모든 행동과 생활 패턴, 심지어 사고방식까지 사실은 유전자가 모두 결정하던 게 아니었을까.
받아본 유전자 검사 결과지에는 ‘세상에 없던 내 몸 사용 설명서’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실제 그 수식어처럼 과거 벌어진 나의 신체 현상 중 상당수를 유전자 검사로 설명할 수 있었다.
나를 더 정확히 아는 유전자 검사
기자는 2016년 7월 담배를 끊었다. 20년 가까이 흡연자로 살다 첫 시도에서 금연에 성공했다. 이후 8년째 담배를 한 대도 피우지 않았다. 그동안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욕구도 별로 없었다. 검사 결과 기자의 니코틴 의존성 관련 점수는 100점 중 98점. 점수가 높을수록 니코틴 의존성이 낮은, 니코틴 중독이 되지 않는 체질이란 뜻이다. 사람에게는 니코틴 의존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8개 있는데 기자는 이 중 하나의 유전자도 나오지 않았다. 젠톡이 보내온 결과 설명지에는 “유전적으로 흡연을 할 경우 낮은 의존성으로 인해 금연 실천이 비교적 쉬울 수 있다”고 적혀 있다. 8년 전 금연 상황과 정확하게 일치한 것이다.
반면 알코올 의존성은 높았다. 관련 점수가 100점 중 29점으로 한국인 평균(61점)보다 크게 나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위스키 등 독주를 집에서 홀로 마시는 이른바 ‘혼술’ 습관이 생긴 이후 계속해서 음주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결과지에는 마치 예상했던 것처럼 “혼술을 자제하고 ‘음주 충동 시 15분 참기’ 등 적극적인 음주 조절이 권장된다”고 적혀 있었다.
이 밖에 신체 상황을 한국인 평균과 비교해 알기 쉽게 표시해 줬다. 기자의 경우 △골질량(안심 등급·100점 중 98점) △혈압(안심·95점) △남성형 탈모(안심·94점) △비만(안심·91점) 등에서 유전적으로 강했다. 반면 복부비만(주의·35점)에 취약하고 근력운동(낮음·27점)과 유산소운동(낮음·34점) 등의 운동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실제와 비슷했다.
유전자는 개인의 기호까지 설명해 준다. 기자는 식욕이 많지 않고 음식을 먹었을 때 포만감을 잘 느끼는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 사람은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경우가 많다. 탄수화물과 맥주를 싫어하고 달콤한 음식과 채소를 좋아하는 식성 역시 실제와 거의 비슷했다.
‘폐암 위험’ 등 질병 예측은 불가
하지만 마크로젠 젠톡을 통한 유전자 검사로는 질병 취약성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예를 들어 “향후 대장암 발병 확률이 높다”거나 “당신은 당뇨 위험군” 등의 ‘진단’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건강 정보는 비만 위험이 있다거나 유전적으로 혈압이 높다는 등 간접적인 지표만 제공한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를 통한 질병 예측 서비스는 병원을 통해서만 할 수가 있다”며 “젠톡과 같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이뤄지는 검사는 암, 치매, 당뇨 등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것이 법률상 금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검사를 원하는 사람은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스마트폰 장터에서 ‘젠톡’으로 검색해 앱을 설치하거나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그러면 신청 주소로 타액을 담아 보낼 수 있는 검사 키트를 보내 준다. 이를 다시 마크로젠으로 반송하면 10영업일 이내에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편의점 GS25에서도 마크로젠 젠톡을 구매한 뒤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게 됐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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