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표로 바쁜 개표소 |
(서울=연합뉴스) 민심의 심판은 냉혹했다.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은 범야권의 압승과 여당의 참패로 귀결됐다. 총선 개표율이 70%를 넘은 11일 오전 0시 현재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지역구 159곳에서, 국민의힘은 92개 지역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민주당은 지역구 의석만으로 과반을 차지하는 압승이 예상된다. 민주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여기에 조국혁신당과 군소 야당까지 포함하면 최종 결과에 따라 190~200석에 달하는 '거야(巨野)'가 탄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총선에 나타난 민의는 안정보다 견제와 변화였다. 그 결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받아든 성적표는 한마디로 참패였다. 민심의 풍향계인 서울과 수도권에서 크게 밀렸다. 이는 선거기간 내내 정권심판론이 모든 이슈를 압도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결과이기는 하다. 국민의힘은 시종 '이(이재명)·조(조국) 심판론'을 띄우며 야권의 도덕성과 공정성을 파고들고 각종 초대형 공약을 쏟아냈지만 큰 흐름을 바꾸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막판에는 거대 야당을 최소한의 견제라도 할 수 있는 개헌저지선을 달라고 읍소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여당의 총선 참패는 집권세력 전체에 대한 총체적 심판의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온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스타일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윤 대통령에게는 취임 이후 소통과 타협을 외면하는 독선과 불통의 리더십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특히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통해 민심이 준엄한 경고장을 날렸으나 진정성 있는 변화를 체감시키지 못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불거진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논란, 의정갈등 장기화 등으로 민심 회복의 반전 계기를 찾지 못했다. 결국 국정기조와 스타일을 전면적으로 쇄신하라고 국민이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단독 과반을 크게 넘어서는 1당을 차지하면서 22대 국회에서도 사실상 무소불위의 주도권 확보와 함께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각종 법률안과 예산안 처리, 국무총리 등 주요 인사의 임명 등에서도 열쇠를 쥐게 됐다. 그러나 민주당의 승리는 스스로 잘해서가 아니라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의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속칭 '비명횡사'와 같은 최악의 공천 파동과 일부 후보들의 도덕성·자질 논란에도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표를 몰아준 것은 그만큼 현 정권에 대한 심판 정서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조국혁신당이 10석을 넘겨 의미 있는 제3당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총선 이후의 정국은 시계제로의 상태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처럼 정부·여당과 입법권을 쥔 민주당이 사사건건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대결의 정치를 바꾸라는 것이 총선 민의의 메시지다.
무엇보다도 여권은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성찰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광범위한 민심 이반의 이유를 되돌아보며 국정운영 스타일과 기조의 일대 변화에 나서야 한다. 국회의 협조 없이 국정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으로서는 야당과의 적극적인 소통 정치도 필요하다. 야권 역시 선거 결과에 자만하지 말고 두려운 마음으로 민심을 살피기 바란다. 원내 1당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대립과 갈등의 구태정치에 종지부를 찍고 대화와 소통의 정치가 복원되도록 힘써야 한다. 그것이 총선 민심에 응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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