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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선거와 투표

"양문석 빼고 투표" vs "사람 안 보고 민주당 찍었다"…안산갑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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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2024 총선 핫플레이스] 경기 안산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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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3동행정복지센터 인근에 걸린 두 후보의 현수막. /사진=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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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투기꾼은 빼놓고. 그 사람은 안 찍어요."

"사전투표했는데 사람 안 봤어요. 그냥 (더불어)민주당 찍었어."

4·10 총선을 이틀 앞둔 8일, 경기 안산시 상록수역 인근에서 유권자들을 만나보고 파악한 안산갑 지역 민심은 요동치고 있었다. 안산갑은 현역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리 3선을 지냈고 18대 총선을 제외하면 사실상 민주당 계열 정당이 독점해온 진보진영 텃밭이다. 그러나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출신 장성민 국민의힘 후보가 출사표를 내고, 경선에서 전 의원을 누르고 승리한 양문석 민주당 후보와 관련해 딸을 이용한 편법 사기대출과 재산 축소 신고 의혹, 막말 논란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열어봐야' 알 수 있는 혼전 지역구가 됐다.

이날 거리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지지 후보를 묻는 질문에 "아직 투표 안 했다. 일단은 투기꾼 빼놓고"라고 했다. 양 후보를 '투기꾼'으로 지칭한 것이다.

상록수역 인근 노점상에서 만난 50대 부부는 "전해철이 나왔으면 무리 없이 됐을 것"이라며 "손님들 말이 뽑을 사람 없다고 한다. 요새 젊은 사람들은 지지하는 당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적어도 양문석은 안 뽑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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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에 위치한 양문석 안산갑 후보 선거사무소. /사진=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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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낙후에 대한 성난 민심도 표출됐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40대 여성은 "우리 아들 평생 일해도 서울 아파트 한 채 못 산다. 그 아파트를 부정한 방법으로 그래놓고 표 달라면 되겠나"라며 "더 문제는 자영업자 힘들고 지역경제 말도 못한다. 으스대는 것 말곤 동네 위해서 아무것도 안 한다. 전에 하던 전해철도 마찬가지다.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아직 결정을 못 했거나 투표를 포기하겠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30대 여성 학부모는 "우리 동네 후보가 이렇게 기사로 나오고 이슈가 되는 건 처음 본다"며 "언행도 그렇고, (편법)대출 걸리고 뻔뻔하게 구는 것도 안 좋게 보인다. 이 동네 학부모들 다들 힘든 사람들이고 나도 그렇고 신혼부부들 부모 덕 안 본 사람들이다. 신랑은 민주당 찍어주자는데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록수역 앞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그놈이 그놈이다. 옛날 정치인들 따라가려면 멀었다"며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20대 여성은 "주말에 사전투표 끝냈는데 지역구는 도장 안 찍었다"며 "부모님은 민주당 찍는 분이고 그런 환경에서 커와서 민주당을 지지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선 양문석 뽑기 싫었고 그렇다고 장성민 뽑는 것도 내키지 않아 비례대표 투표만 하고 나왔다"고 밝혔다.

실제 안산갑이 포함된 안산시 상록구 지역은 사전투표율 25.61%를 기록했다. 전체 경기지역 사전투표율 29.5%, 전국 사전투표율 31.3%를 크게 밑돈다. 일각에선 양 후보 논란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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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에 위치한 장성민 선거사무소. /사진=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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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는 이도 있었다. 60대 남성은 "여긴 장성민이 이길 거다. 전남 고흥 사람인데 호남향우회에서도 도와준다"며 "양문석은 11억원 대출받아서 뭐하고 막말하고. 주민 여론이 저런 사람 뽑으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안산엔 호남 출신이 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 후보는 경남 통영 출신이다.

안산의 민주당 '몰표' 분위기는 이미 수년 전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단 의견도 있었다. 60대 택시기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안산시장에 국민의힘(이민근)이 뽑힐 그쯤부터 변화가 확실히 보인다"며 "양문석은 동네 변화를 촉진시킨 거지 양문석 때문에 동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핵심은 김남국(의원)이다. 김남국이 안산에서 민주당 이미지를 나쁘게 한 장본인"이라며 "이번 총선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변화는 분명히 느껴진다. 예전 같으면 뚜껑 열기 전부터 민주당이다 싶은데 확실히 요샌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여전히 안산의 민주당 지지세를 무시할 수 없단 목소리도 많았다. 한 50대 남성은 "양문석이 손가락질을 많이 받고 있지만, 이곳 호남 사람들은 생면부지인 사람들끼리도 똘똘 뭉친다. 안산은 호남, 민주당이 워낙 강해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50대 미용실 손님은 "무슨 대통령이 이렇게 불통이냐. 새로 나온 사람(양 후보)이 잡음 많은 거 보고 고민 많았는데 윤석열 때문에 그냥 1번 찍었다"고 했다. 60대 여성도 "사람이 죽어나가도 눈 깜짝 안 하는데, (의대 정원을) 차츰차츰 늘려야지 한 숟갈에 배부르나"라며 민주당 지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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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3동행정복지센터 인근에 걸린 두 후보의 현수막. /사진=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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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장 후보는 아침 출근인사 후 주부노래교실, 요양병원협회 등 각종 간담회 참석, 거리 유세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상대적으로 양 후보의 선거운동은 눈에 덜 띈다고 상록구에서 가장 많은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본오동 상점가 상인들은 전했다.

양 후보를 만나기 위해 선거사무소로 향했으나 만나볼 순 없었다. 양 후보 캠프 관계자는 "양 후보가 선거운동원과 동행하지 않고 유권자들과 만나고 있어서 그렇지 활발히 유세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경기)=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안산(경기)=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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