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오산시에 출마한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8일 경기도 오산시 오색시장 앞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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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과 이름이 죄다 생소해 마음 정하기가 쉽지 않어.”
8일 오전 경기도 오산시 운암주공아파트 단지 공원에서 만난 강정자(79)씨는 투표 얘기를 꺼내자마자 “안민석이가 안 나오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왔던데?”라며 이렇게 말했다. 사전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강씨는 “아직 살아있으니 투표장에 가긴 해야지”라면서도 “파란색이나 빨간색이나 둘 다 젊다는 것밖에 모른다”고 말했다.
4·10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경기 오산의 유권자 표심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곳에서만 내리 5선을 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컷오프되면서 생긴 빈자리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모두 영입 인재를 전략공천했다.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부교수인 차지호 민주당 후보와 EBS 스타강사 출신 김효은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다.
정근영 디자이너 |
제3지대 없이 두 후보만의 대진표가 짜여 진검승부가 예상됐지만, 1차전 흥행은 저조했다. 오산의 사전투표율은 24.55%로 경기도 관내 45개 선거구 중 꼴찌다. 아직 마음을 못 정한 유권자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이곳에선 경기도의회 재보궐 선거도 같이 진행되는 터라 유세 중인 도의원 후보를 국회의원 후보로 오해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보들은 막판 얼굴 알리기에 주력했다. 7일 차지호 후보는 배우자와 벚꽃이 만개한 오산천을 찾았다. 일요일을 맞아 벚꽃구경을 나온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이곳에서 차 후보는 마주치는 시민들에게 “본투표 때 본때를 보여주시려는 거죠?”라고 웃으며 명함을 건넸다. 셀카를 요청한 한 중년 남성이 엄지척으로 1번을 강조하면서 “분위기가 좋은 거 같다”고 하자 차 후보는 “주변분들이 잘 뽑을 수 있도록 홍보 많이 해달라”고 당부했다.
경기 오산시에 출마한 김효은 국민의힘 후보가 8일 경기도 오산시 오산시자원봉사센터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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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김효은 후보는 대원동의 한 게이트볼장을 찾았다. 김 후보는 공원 벤치에 앉은 시민을 향해서도 브이자(V) 손모양을 지으며 “꼭 투표해달라”고 외쳤다. 게이트볼장에 들어선 김 후보는 13명의 어르신 손을 일일이 잡으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김 후보와 포옹한 한 여성은 “잘 오셨어요. 응원합니다”라며 등을 토닥인 뒤 구겨진 유세 점퍼를 당기며 옷매무새를 만져주기도 했다. 김 후보는 “제가 시어머님도 모시고 같이 산다”면서 “며느리 같고 딸 같은 사람이니 집안 살림하듯 알뜰살뜰 오산시를 잘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낙후된 지역 발전을 위한 인물론에 주목했다. 중앙동에 사는 임우진(57)씨는 “바로 옆 동탄은 신도시로 천지개벽했는데 오산은 여전히 낙후돼있다”며 “차지호가 유학파에 국제기구에서 활동도 많이 한 만큼 전문성에서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남촌동에 사는 이연길(62)씨는 “민주당이 20년이나 했는데 오산은 제자리걸음이었다”며 “이제 바뀔 때가 된 만큼 색깔이 다르고 여성인 김효은 후보가 더 참신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심판론에 대한 정서는 제각각이었다. 오산 오색시장 양말 가게 주인인 황경자(64)씨는 “대선 때 윤석열을 뽑았는데 이대로 두면 오산시장부터 경제까지 죄다 망하게 생겼다”며 “윤석열이나 한동훈이나 법치만 알지 민생은 하나도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산에서 40년 살면서 민주당만 찍어왔다는 이우희(76)씨는 “대권후보까지 나온 박용진을 세 번 죽이고 상스러운 막말 후보는 그대로 두는 걸 보니 아주 환멸이 느낀다”며 “이재명이 이번에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성토했다.
오산은 전국에서 7번째로 젊은 도시(평균연령 40.7세)인 만큼 실용적인 공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원동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세 아이의 학부모 조현정(38)씨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지원책이나 학군이 아쉽다”며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10일에 투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교신도시에서 판교로 출퇴근한다는 회사원 박병규(36)씨는 “교통 문제가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두 후보는 모두 GTX-C 노선 오산역 정차와 학교 신설 등을 공통 공약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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