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유종 가격 배럴당 90달러 육박
수입액 증가에 경상수지 관리 비상
정부, 가격·품질·유통 모니터링 강화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하면서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5주 만에 동반 상승했다. 고유가 지속 흐름에 물가 불안과 경상수지 흑자 폭 감소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ℓ당 1662.55원, 자동차용 경유는 1545.69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3월 6일)과 비교하면 각각 23.03원과 5.17원 올랐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동반 상승한 것은 5주 만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휘발유 가격은 1638~1639원, 같은 기간 경유 가격은 1538~1540원 사이에서 소폭 등락하는 수준이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에 더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정책 유지 결정까지 더해져 국제 유가가 다시 치솟은 데 따른 결과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0.32달러(0.37%) 오른 배럴당 86.9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최고치로 이번 주에만 4.5% 상승했다.
우리나라 기름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 가격 역시 같은 날 배럴당 89.63달러로 90달러 목전까지 올랐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전날 종가 대비 52센트(0.6%) 오른 배럴당 91.1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 유가는 통상 2~3주 지나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당분간 판매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조만간 휘발유 평균 가격이 ℓ당 18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22년 8월 12일 1805.85원이 마지막이다. 이미 서울 내 주유소에서는 1800원은 물론 2000원이 넘는 가격표까지 눈에 띈다.
11개월 연속 흑자 행진 중인 경상수지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제 유가 상승은 수입액 증가로 이어져 상품수지 흑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66억1000만 달러 흑자로 11개월 연속 흑자를 보였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원유도입단가는 국제 유가보다 1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며 "3월까진 원유도입단가가 전년 동월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지만 최근 유가 상승 폭이 커지고 있어 4월 이후 단가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고유가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범부처 석유시장 점검단'을 구성해 석유 가격·품질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가짜 석유 판매 등 불법 석유 유통 이력이 있는 1600여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주말·야간 등 취약시간대 검사를 강화하고 암행 단속 차량 검사를 확대하는 특별 기획 검사를 실시 중이다. 현재까지 가짜 석유 4건과 품질 부적합 1건, 수급보고 위반 19건, 영업방법 위반 3건 등 27개 주유소의 불법 행위를 적발했고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오는 12일에는 과도한 가격 인상을 방지할 목적으로 석유 시장 점검에 나선다.
아주경제=최예지 기자 ruizh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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