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민의 42%가 비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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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인기를 끈 비만치료제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삭센다,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 등이 있다. 특히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살 뺄 때 사용했다고 해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판매되는 대표적인 비만약이 삭센다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약이지만 공급 대비 수요가 많아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종로 일대 약국에 가면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식의 팁들이 공유되는가 하면 ‘삭센다 처방 잘해주는 병원’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9월 방송에서 다이어트에는 운동과 식이요법이 중요하다면서 “내 의지로 살을 빼겠다”고 선언했던 미국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석 달 만에 비만약을 복용 중이라고 고백하기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개미 돈 끌어들이는 비만약 ETF
비만약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국내 증시에 처음 등장한 비만약 ETF 3종목의 합산 순 자산이 3월 12일 기준 1508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자산운용이 우선 비만약 ‘KODEX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 ETF(티커 476070)’를 출시한 올해 2월 14일 이후 한 달 만에 누적 순자산이 150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순자산은 삼성자산운용 비만약 ETF 순자산이 1104억원으로 가장 컸고 이어 올해 2월 27일·29일 연달아 상장한 KB자산운용의 ‘KBSTAR 글로벌비만산업TOP2+ ETF(476310)’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ETF(476690)’도 상장 2주 만에 순자산이 각각 99억원, 305억원으로 불어났다. 세 상품을 주로 사들인 것은 개인 투자자들로 개인 누적 순매수액은 누적 순자산의 절반인 750억원으로 집계됐다. 세 ETF는 글로벌 비만약 시장을 주도하는 덴마크계 기업 노보 노디스크와 미국계 기업 일라이 릴리에 집중 투자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처럼 투자 수요가 몰리는 것은 비만약 시장 확장세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월가의 경우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비만치료제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현재보다 16배 이상 증가한 1000억달러, 우리 돈으로는 약 13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계 유명 투자사인 구겐하임은 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이 1500억~2000억달러 규모까지 불어날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해 세계비만연맹은 최근 전 세계 비만 인구가 약 6억 5000만명일 것으로 추산했다. 전 세계 인구가 약 79억 명인데, 비만연맹은 오는 2035년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으로 분류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까지는 체질량지수(BMI) 기준 비만율이 30% 초반을 유지해 왔는데 2020년에는 38.3%로 급증해서 이대로라면 40%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비만 인구가 늘다 보니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21년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한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비만치료제를 필수의약품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비만이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 대사 질환과 함께 관찰되는 식으로 상관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 움직임이다. 이창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비만약은 미용 목적을 넘어 합병증 예방을 위한 필수의약품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노보 노디스크 vs 일라이 릴리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비만약 개발과 관련해 노보 노디스크(뉴욕증시 티커 NVO)와 미국 기업인 일라이 릴리(LLY)가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나머지 바이오 기업 중에서는 대형사인 암젠(AMGN)과 비교적 신생 기업인 바이킹 테라퓨틱스(VKTX)와 프랙틸 헬스(GUTS)가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우선 노보 노디스크는 삭센다와 위고비를 개발하면서 ‘바이오 업계 엔비디아’라는 별명을 얻었다. 노보 노디스크의 지난해 비만치료제 매출은 43억달러(약 5조7000억원)로, 이 중 75%가 위고비 매출이다. 현재까지 약 100만 명의 미국인이 위고비를 복용했고, 현재 60만여 명이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노보 노디스크는 3월 7일부로 테슬라 시가총액을 앞질렀다. 회사가 실험용 약물인 아미크레틴의 알약 버전 1상 임상시험 결과 해당 알약이 위고비보다 체중 감량에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밝힌 결과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알약 형태의 이번 신약을 먹은 참가자들은 1상 결과 12주 후 체중이 평균 13.1% 줄었는데 이는 주사제 형식인 위고비가 12주 후 6% 체중 감량에 성공한 것과 비교해 눈에 띄는 효과다.
일라이 릴리는 앞서 테슬라를 누르고 뉴욕증시 시총 6위로 올라선 바 있다. 회사는 위고비를 누를 야심작으로 젭바운드를 출시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고 출시한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12월에 매출이 무려 1억7580만달러(약 2400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젭바운드는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수용체인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이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폴리펩티드(GIP)를 활성화해서 식욕과 음식 섭취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LP-1은 위고비와 젭바운드 공통 성분이다. 원래는 당뇨병치료제로 활용됐지만 인슐린 분비 촉진 기능 덕에 소화 시간이 늘어나고 식욕은 줄어드는 효과가 부각돼 비만치료 핵심 성분으로 주목받게 됐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비만약 젭바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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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부작용 리스크 감안해야
이 밖에 암젠(AMGN)이 비만약 개발 도전장을 내민 데 이어 비만치료제 개발을 포기했던 머크(MRK)도 다시 도전장을 내밀어 투자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암젠은 개발 중인 인크레틴 기반 비만약이 GLP-1 기반 위고비나 젭바운드보다 효과 지속성이 높다는 초기 임상 데이터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전기차 투자 열기가 주춤한 가운데 뉴욕증시에서는 AI뿐 아니라 비만치료제 분야로 증시자금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한편에서는 중소 바이오 기업들이 비만약 개발 도전장을 내밀면서 뉴욕증시 투자자들도 선택지가 넓어졌다. 3월 13일 기준 뉴욕증시에서는 바이킹 테라퓨틱스(VKTX) 주가가 연중 294% 가까이 폭등했다. 바이킹 테라퓨틱스는 비만·과체중 환자 170여 명을 대상으로 13주간 회사가 개발 중인 비만약 ‘VK2735’ 중간 단계 임상을 진행한 결과 이들의 체중이 평균 약 14.7%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지난 2월 말 밝힌 바 있다.
브라이언 리안 바이킹 테라퓨틱스 최고경영자(CEO)는 “VK2735를 투여받은 사람 중 88%는 몸무게가 최소 10% 줄었고 비교 집단은 4% 감소에 불과했다”면서 “투약 기간을 늘리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VK2735 용량을 얼마나 투입하든 13주 차부터 체중 감소세가 둔화되는 징후는 없었다”고 밝혀 투자 기대를 샀다. 이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삭센다나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 효과를 넘어설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요요 현상과 관련해 미국 의학계에서는 젭바운드를 비롯해 위고비·삭센다가 기반으로 한 GLP-1 활용 비만치료제가 식욕 억제를 통해 체중을 줄이는 식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비만치료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은 미국웨일코넬 병원과 영국 글래스고대 등 4개 연구기관이 70개 기관을 통해 비만 환자 670명을 대상으로 88주간 효과를 시험한 결과 젭바운드 주사를 맞은 실험군은 체중이 무려평균 25.3% 줄었지만 주사를 중단하는 경우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요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결과를 3월 3일 게재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한 여성이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투약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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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서는 올해 2월 초 나스닥거래소에 상장한 프랙틸헬스(GUTS)도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의 호평을 받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모건스탠리는 프랙틸헬스에 대해 각각 매수·비중확대 투자 의견을 내고 12개월 목표가도 순서대로 각각 26달러, 18달러로 설정했다. 제이슨 거베리 BofA연구원은 “프랙틸이 개발한 약물인 레비타와 레주바는 GLP-1 기반 약물과 달리 신진대사를 관할하는 장과 췌장을 직접 표적으로 삼아 기능 장애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더 건강한 해법이 될 수 있으며 GLP-1 계열 약물보다 내성 측면에서도 우월하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울즈 연구원은 “레비타는 위험 조정 기준 당뇨 관련 매출이 약 5억2600만달러, 비만 관련 매출은 4억21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레주바도 매출(리스크 조정 기준)이 최대 5010만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면서 “프랙틸이 GLP-1 계열 약물 치료를 중단한 환자를 대상으로 레비타 효과를 실험할 것으로 보이는 바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프랙틸의 주요 실험 결과는 올해 4분기 안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월가 기대에도 불구하고 단기 매매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프랙틸이 나스닥거래소에 제출한 기업공모(IPO) 자료에 따르면 상장일로부터 180일 후에 회사 주식 보호예수(락업·lock-up) 기간이 해제된다. 미국 공모주는 통상 해당 시점을 전후해 주가 변동성이 커진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비만약 ETF는
현재로서는 비만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임상 실패 혹은 부작용으로 인해 개발 기업 주가가 출렁일 가능성도 있다. 개별 종목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는 비만약을 테마로 한 ETF를 보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 상장된 세 ETF 외에 뉴욕증시에는 비만치료제와 관련한 ETF로 테마 심혈관·신진대사 ETF(HRTS)가 있다. 다만 HRTS는 비만약 개발을 넘어 심혈관·신진대사 치료약품 개발 기업들 약 40곳에 투자한다.[김인오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3호 (2024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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