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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20세기 英 저널리즘의 거인"…헬라 픽 향년 96세 별세[통신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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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남성 중심 외교 저널리즘 뚫고 활약

"신뢰·호기심·우선순위 결정할 수 있는 좋은 안테나 필요"

뉴스1

4일(현지시간) 영국 유력지 일간 가디언 출신의 헬라 픽(96) 별세 소식을 전한 가디언지 기사 갈무리.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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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유력지 일간 가디언 출신의 존경받는 외신 특파원이자 외교 분야의 탁월한 저널리스트였던 헬라 픽이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불과 지난 1월까지도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가자지구 전쟁에서 고통을 겪는 주민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하고 분쟁을 끝내기 위한 해결책을 촉구하는 기사를 작성했다.

4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외교 전문기자로 활약했던 픽은 지난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세계 지도자를 만나 지정학적으로 격동했던 시기 속 권력 구도를 심도있게 취재했다.

픽의 유가족은 그가 4일 새벽에 숨졌다고 전했다.

픽은 1950년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던 외교 저널리즘 세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30년 동안 일간 가디언에서 일하면서 젊은 동료들에게 영감과 위협을 동시에 안겨줬다.

가디언의 편집국장 캐서린 비너는 "픽은 놀라운 힘과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다"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맥과 세계 정세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사실을 알아내려는 의지가 항상 강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처음 픽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여성 외신 특파원은 거의 없었지만, 곧 가디언과 더 넓은 세상에서 동료들의 찬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치를 피해 피난 온 난민이라는 픽의 개인적인 역사가 그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며 "불과 몇 주 전까지만해도 여전히 일하고 있었다는 것은 픽의 헌신과 근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1927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픽은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

하지만 1938년 나치 독일에 의해 오스트리아가 합병되고 유대인에 대한 공격이 급증하자 어머니는 11살이었던 딸을 영국행 킨더트랜스포트 열차에 태운다.

픽은 1958년 런던에 본사를 둔 매거진 '웨스트 아프리카'에서 저널리스트로서 첫 경력을 쌓았다. 3년 뒤 가디언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했다. 1962년 유엔 특파원으로 입사한 그는 1990년 중반에 외교부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픽은 과거 기술이 저널리즘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도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실제로 기술을 추구하는 방식에 있어서 오늘날의 세계는 내가 처음 일을 시작했던 세계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며 "하지만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고 호기심 많은 마음과 우선 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 좋은 안테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옵저버 편집국장이자 가디언의 전 외신 편집장이었던 폴 웹스터는 "픽은 냉전시대에 철의 장막(iron curtain)으로 나눠진 양쪽 진영의 고위 인사들을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의 당당한 존재감과 매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험난한 시절에 대한 훌륭한 보도를 제공했다"며 "냉전 마지막 격동기 속에 많은 존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의 전 편집국장이자 현재 프로스펙트 매거진의 편집국장을 맡고있는 앨런 러스브리거는 "1960년대 초부터 거의 모든 주요 외교 행사의 중심에 있었다"며 "픽은 취재에 대한 의지가 정말 대단했고 인맥 범위는 놀라울 정도로 넓었으며, 지식은 백과사전과도 같았다"고 기억했다.

또 다른 베테랑 외신 특파원인 미샤 글레니는 픽에 대해 "끊임없이 낙천적이고 호기심 많고 질문이 많았던 그는 20세기 영국 저널리즘의 거인이자 독보적 존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픽을 그리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tigeraugen.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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