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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총선 이모저모

[초동시각]총선 이후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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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번 선거도 결국 미래에 대한 비전을 그리는 선거가 아니라 회고적 투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 3년 차 정부에서 치러지는 총선이라는 특징도 없진 않지만,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심판’을 전면에 내세운 탓이 크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 지도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재판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지적하며 ‘범죄자’로 지칭하고, 심판해야 한다고 말한다. 야당은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민생에서부터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퇴행’으로 규정하고 심판하자고 말한다.

결국 총선 표심은 어느 한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고,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그 답은 어떤 쪽이든 ‘심판’일 수밖에 없다.

사실 정치권은 2022년 대통령 선거 이후 이번 총선을 향해서 내달렸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당은 대통령 선거는 물론, 지방선거 등에서 압승한 기세로 의회 권력까지 차지하기를 원했다. 거대 야당에 짓눌려 제대로 된 개혁에 못 나선 만큼, 법과 예산을 다루는 의회 권력까지 등에 업고 개혁에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그 근저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수세에 몰려 있던 정치권력을 근본적으로 되찾겠다는 바람이 깔려 있었다. 0.73%포인트 차이로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지방정부 권력을 내주고, 검경 등 사정기관의 수사와 조사 대상이 된 야당 역시 의회 권력을 다시금 차지해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꾸고 있다.

문제는 이번 선거 이후다. 여야는 선거 이후 갈등을 종식하기보다는 새로운 차원의 갈등을 벌일 것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번 공천에서 합의의 정치를 내세운 정치인들이 대거 물러나고, 물갈이라는 이름으로 진영의 전사들이 대거 의회에 진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친윤(친윤석열), 친명(친이재명) 분류에 불편해하기는커녕, 이런 분류를 전면에 내세워 선명성을 강조, 투쟁 노선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크다. 대화와 협상을 말하는 이들, 당내 다양한 의견을 주장해왔던 이들은 공천 과정에서 상당수 배제됐다.

둘째, ‘3년은 너무 길다’며 민주당과도 선명성 경쟁을 벌이게 될 조국혁신당이 제3당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당별 의석 배분을 지켜봐야겠지만 조국혁신당이 캐스팅보트를 쥐는 상황이 될수록 ‘심판론’은 22대 국회를 더 크게 지배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의회 정치의 복원을 얘기할 수 있는 협상론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치권은 스스로를 ‘최악의 국회’라고 지칭하며 선거제도 개혁 등을 통해 정치구조를 바꾸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극단으로 양극화한 정치 구조에서는 ‘뭐든 해보려고 해도 안 된다’는 자조에서 나온 정치개혁 움직임이었지만, ‘이겨야 한다’는 당리당략에 밀렸다.
정치를 오래 해왔던 이들은 넋두리처럼 "그 시절 우리는 낮에는 싸워도 밤에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나랏일을 걱정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 정치인들은 상대 당은 물론 자기 당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도 만나려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의원들이 상대 당 의원실 문턱을 넘어가 대화를 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22대 국회를 열어갈 선량들 앞에 놓인 숙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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