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산재 심사, 내국인처럼 공정하게 해야"
"고아 문제, 알려진 것보다 적어도 2배 이상 심각"
"국회의원 특권 폐지하라" |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 이번 총선도 이전과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국회의원 후보가 서민들을 위해, 국가를 위해 자신을 던지겠다면서 하루에도 수백번씩 머리를 수그린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이 되면 누리게 될 실질 연봉 5억원, 특권 180여가지를 포기하겠다고 결연하게 약속하는 후보들은 드물다.
이러니 며칠의 선거운동 기간에만 머리를 조아리고, 이후 4년간은 호의호식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그래야 진심으로 국민과 국가를 위해 법을 만들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권력 놀이에 집중하면서 말장난을 일삼는 국회의원들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전거를 이용해 출근하고, 보통 시민과 함께 줄을 서서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타고, 좁은 공간에서 보좌진도 없이 법안을 만들기 위해 꼬박 밤을 지새우는 그런 국회의원을 국민은 보고 싶어 한다.
아래 내용은 연합뉴스가 2022년 9월부터 진행한 [삶] 인터뷰 내용 가운데 시선을 끌었던 사진들을 모은 것이다.
봉사와 희생을 하고자 하는 국회의원들이 늘어나면 이런 취약계층의 문제들도 적지 않게 해결될 수 있다. 이런 국회의원들은 취약자에 대해 공감하고, 해결책이 뭔지 진지하게 고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진 아래의 설명은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 인터뷰이들의 이후 의견 등을 담았다.
국회의원 특권은 이렇게 깨트리는 것입니다. |
라는 제목의 기사에 들어갔다. 독자들은 아흔을 앞둔 원로 배우 조춘 씨도 이렇게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나서고 있다면서 놀라움과 존경심을 나타냈다. 국회의원들의 이상한 특권들에 대해서는 개탄했다. 일부 독자들은 유권자 상당수가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진영논리에 빠져서 정치개혁에 눈길을 못 주는 현실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기사에 나오는 최연혁 스웨덴 린네 대학교 정치학부 교수는 본인의 인터뷰 기사가 나간 다음에 각계 인사, 시민 등으로부터 많은 연락이 왔다면서 국회의원 특권 폐지,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 열망이 얼마나 뜨거운지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정치개혁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내가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요 |
라는 제목으로 송고된 기사에 실렸다.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 노동자 아지트 씨는 인터뷰 내내 계속 울었다. 건장한 청년의 눈에서 계속 눈물이 나왔다. [삶] 인터뷰이들은 인터뷰 중에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울어도 그 슬픔과 고통이 씻겨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 다카의 명문대 출신인 아지트 씨는 한국의 수도권에 있는 공장에서 제품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그라인딩 작업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나오는 쇳가루로 폐가 손상돼 2020년 수술을 받았다. 그는 간질성 폐 질환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한다. 아지트 씨는 인터뷰 중에 자신의 질환이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면 치료비를 부담할 수 없어 죽게 된다면서 울었다. 독자 중에서는 아지트 씨가 너무 안 됐다면서 도움을 주겠다고 연락해오는 사람도 있었다. 아지트 씨는 오는 9일 산재 최종 심사를 앞두고 있다. 아지트 씨를 돕고 있는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심사위원들에게 회사 측의 일방적 의견만 고려하면 안 된다면서 공정한 심사를 촉구했다.
아지트 씨가 일했던 공장의 쇳가루 |
"너는 돈 없냐?" |
위 사진은 아지트 씨가 일했던 공장의 쇳가루다. 그라인딩 작업에서 이런 쇳가루가 많이 나오지만 회사측은 방진 마스크를 제공하지 않았다. 하루에 면마스크 1개를 줬을 뿐이다. 아지트 씨가 방진 마스크를 달라고 하면 "너 돈 없냐?. 그렇게 가난하냐?"라는 면박이 돌아왔다고 한다. 독자들은 이 사진을 보고 쇳가루가 저렇게 많은데, 저런 마스크로 어떻게 병에 안 걸릴 수 있느냐면서 사업주의 행태에 개탄했다.
기숙사비로 월 20만원씩 내고 이런 곳에 살아요 |
라는 제목으로 송고된 기사에 들어간 사진이다. 농장주들은 하루에 12시간씩 이주노동자들에게 일을 시키고, 200만원 안팎의 월급을 준다. 쉬는 날은 2주에 딱 하루뿐이다. 기숙사는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방식인 경우가 꽤 있다. 불법 건물이어서 수도와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물은 지하수를 사용하고, 전기는 농사용을 불법으로 끌어다 쓴다. 전기용량이 작아서 냉난방 가동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농장주는 이것도 기숙사라면서 월 20만원 안팎을 기숙사비로 받는다. 독자들은 이런 곳에 사람이 산다는 것을 알고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다른 일부 독자들은 한국의 근무 여건이 이런 줄 알면서 왔으니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싫으면 당신들 나라로 돌아가라고 했다. 김 목사는 우리나라가 어렵게 살았던 시절에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로 갔던 한국인은 이런 대접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 스스로 국가와 국민의 품격을 낮추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는 이런 곳에서 용변 봐요 |
라는 제목으로 송고된 기사에 들어갔다. 농장주들은 돈이 아까워서 화장실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 어떤 이주노동자들은 영하 20도의 한 겨울 밤중에 전등도 없고 잠금장치도 없는 이런 곳에서 용변을 봐야 한다. 김달성 목사는 이는 화장실이 아니라 '변소'라고 했다. 사실, 변소도 이보다는 낫다. 독자들은 한국의 품격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면서 개탄했다.
6년 전 찍은 조윤환 대표의 어린 시절 보육원(폐쇄 상태.왼쪽)과 원장 사택(비거주) |
라는 제목의 기사에 실렸다. 원장의 사택은 보육원 근처 산 너머에 있다. 겉모습만 봐도 차이가 크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어린 시절은 지옥 같은 삶이었다고 했다. 고아들은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성폭력, 폭행, 왕따 등을 당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물론, 이는 과거의 일이지만 지금도 보육원에서 인권유린은 여전하다고 했다. 보육원 관계자들은 이런 기사가 나가면 헌신적이고 도덕적인 보육원을 욕보이지 말라고 한다. 똑바로 확인도 하지 않고 인터뷰 기사를 쓴다고 비난한다. 주로 기사 댓글이나 메일로 욕설을 쏟아낸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보육원 현실은 기사로 작성된 내용보다 적어도 2배는 심각하다고 했다. 본인의 말이 맞는지 여부를 보육원 전수조사를 통해 확인하자고 여러 번 제안했다고 한다. 이런 제안에 지자체와 보육원은 꿀 먹은 벙어리다.
보육원에서 조윤환 대표의 어린 시절(가운데) |
독자들은 이렇게 어린 고아들이 모여서 뭔가를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고는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일반 가정에서는 아무리 먹으라고 해도 딴짓을 하는 자녀들이 많은데, 이곳의 아이들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지금 배를 채우지 않으면 당분간 배고픈 상태로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본인이 어렸던 시절, 보육원에 아기들이 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아기들이 도착하면 처음에는 큰 소리로 울다 금방 그친다고 했다. 울어도 보육사들이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 성장한 아이들도 처음에 보육원에 오면 눈물을 보이지만 곧바로 중단하게 되는데, 울면 두들겨 맞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아주 가끔 후원자의 초청으로 일반 가정에서 하루 정도 머무는 경우가 있는데, 저녁에 보육원으로 돌아와서는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그 포근한 가정이 너무 그립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의 보육원 인권은 이전보다 나아졌다. 그렇지만 정신과 약물을 무분별하게 먹이는 등 인권유린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조 대표는 말했다. 경찰, 지자체, 인근 정신과병원 등이 지역 유력자인 보육원장과 유착되는 일이 많다고 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수사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은 없다.
나도 혼자 인슐린주사 놓을 수 있어요 |
라는 제목으로 송고된 기사에 들어 있다. 김미영 1형 당뇨 환우회 대표의 아들 정소 명군이 이 사진의 주인공이다. 많은 독자가 이 사진과 기사 내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 아이는 4살 때 1형 당뇨라는 판정을 받았고, 5살 때부터 스스로 인슐린주사를 놓았다. 하루에 4번 이상이니 연간 1천500회 정도다. 1형 당뇨 아이와 가족의 삶은 힘들다. 아이의 엄마들이 모이면 처음 보는 얼굴인데도 마주 보고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그 고통을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환우회는 1형 당뇨라는 명칭을 췌도부전증으로 바꿔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1형 당뇨는 췌장의 기능이 갑자기 중단돼서 생기는 질병인데, 어린아이가 안 좋은 음식을 무분별하게 먹어서 당뇨에 걸렸다는 편견 때문에 힘든 일이 많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 기사 댓글 코너에서 의사들과 췌도부전증이라는 명칭을 놓고 이틀간 격론을 벌였다. 환우회는 또 1형 당뇨가 중증난치질환에 포함되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속혈당기 비용과 치료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환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해 죽는다면 그렇게 참담한 일도 없을 것이다.
"하나님, 혈당기 잘 작동하게 해주세요" |
라는 제목으로 송고된 기사에 실린 사진이다. 생후 40개월 만에 1형 당뇨에 걸린 아이가 연속혈당기가 한 번에 제대로 부착되도록 기도하는 모습이다. 이때가 5살 때다. 혈당기를 새로 부착했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떼어내고 다시 부착해야 한다. 이때 다시 주삿바늘을 피부 아래로 찔러 넣어야 하니 아플 수밖에 없다. 이 아이는 성장해서 지금은 초등학교 2학년생이다. 아주 씩씩하다고 한다. 아이의 엄마는 "나는 딸이 몸도 마음도 더 단단한 아이로 성장했으면 한다. 더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따뜻한 아이로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삶이 힘들지만,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선한 사람들이 이렇게 있다.
맛있어 보이죠?. 색깔이 선명한 명란젓은 건강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
라는 제목에 들어갔다. 이계호 태초먹거리학교 교장은 눈에 보기 좋은 식품이 반드시 건강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뷔페식당에서 가지런히 잘린 사과, 양상추 등은 시간이 흐르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음식의 색깔이 선명한 것은 식당업자가 산화 방지제인 아황산나트륨을 뿌려서 갈색으로 바뀌는 것을 막았기 때문인데, 이는 건강에 좋을리가 없다고 했다. 충남대 교수 출신인 이계호 교장은 대학생 딸이 유방암으로 숨지자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연구하고, 그 결과를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무료 강의를 열고 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을 주변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사례다. 이 교수는 자식을 잃은 고통이 얼마나 컸던지, 숨진 딸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는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은 거절한다고 했다.
나는 오늘 이렇게 하늘나라로 가야 하나 |
라는 제목의 기사에 들어갔다. 사람의 식용으로 제공되기 위해 죽기 전 개의 모습이다. 올 초 개식용종식법의 국회 통과를 계기로 개 식용은 불법화됐다. 식용에 대한 처벌은 2027년부터 시작되므로 그 전에 개들이 집단으로 희생될 수도 있다. 동물보호 단체들은 이런 점을 걱정하고 있다. 일부 독자들은 개 식용을 금지하는 게 정당하다면 소와 돼지고기도 금지하라고 하면서 동물단체들을 맹비난한다. 단체들은 개 식용 금지는 동물복지를 전진시키는 하나의 발판이며, 앞으로 불필요한 고통을 동물 전반에 주는 인간의 행위들을 줄이는 쪽으로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누구일까.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은 |
길고양이가 먹이를 먹다가 비를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우산을 펼쳐 놓은 모습이다. 고양이를 건물에서 집어 던져 죽이는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먹이를 놓아주고, 우산도 씌워주는 선량한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독자들은 여전히 희망을 품고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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