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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대법, '일감 몰아주기' 하이트진로 박태영 사장 징역형 집유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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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혐의 행위 당시 법으로 처벌 못 해

2심 무죄 대법원도 수긍

편법 승계를 위해 총수 일가 소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박 사장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이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도 집행유예 형이 확정됐다.

일부 혐의의 경우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처벌 대상이지만, 행위 당시의 개정 전 공정거래법이 교사 행위를 처벌하지 않고 직접 행위를 한 자만 처벌했던 탓에 무죄가 확정됐다.

아시아경제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공정거래법 위반(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로 기소된 박 사장 등의 상고심에서 검사와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박 사장에게 징역 1년 3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 김창규 전 상무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확정받았다.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하이트진로 법인은 벌금 1억5000만원을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1심 유죄에서 2심 무죄로 뒤집힌 '공캔 제조용 알루미늄 코일 거래 지원' 혐의와 관련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의 해석,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또 재판부는 박 사장 등의 상고이유에 대해 "원심의 양형판단에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있다거나 책임주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결국 양형부당 상고이유에 해당한다"라며 "피고인들에 대해 형사소송법상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는 형(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 사장 등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하이트진로의 맥주캔 제조·유통 과정에서 박 사장이 인수한 생맥주기기 납품업체와의 거래 과정에 박 사장이 최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는 등 수법을 사용해 40여억원의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 준 혐의로 기소됐다.

박 사장 등이 범행을 저질렀을 당시의 공정거래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1항은 '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정하면서 4호에서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행위의 한 유형으로 열거하고 있었다.

이는 현행 공정거래법 제45조 1항 6호와 같은 내용이다.

한편 위 규정을 위반했을 때 개정 전 공정거래법은 제67조(벌칙) 2호에서 '제23조 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즉 법 제23조 1항은 직접 불공정거래행위를 하는 것과 계열사 등이 불공정거래행위를 하도록 교사하는 것 2가지를 모두 금지하고 있는데, 처벌 규정에는 이 중 직접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자만 포함돼 있고, 교사자가 빠져있었다.

반면 2013년 8월 법이 개정돼 교사자까지 모두 처벌 대상에 포함되게 됐다. 이 점이 이번 사건 재판에서는 쟁점이 됐다.

검찰은 이들이 공캔 제조용 알루미늄 코일 및 밀폐용기 뚜껑 거래 과정에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어 이른바 '통행세'를 받을 수 있게 했고, 하이트진로의 인력을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봤다.

하도급비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우회 지원해 서영이앤티가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을 유리하게 매각할 수 있도록 한 부분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1심 법원은 이들 ▲하이트진로 인력지원 ▲공캔 제조용 알루미늄 코일 거래 지원 ▲글라스락 캡 거래 지원 ▲서해인사이트 매각 지원 등 4개 혐의 중 서해인사이트 매각 지원 관련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3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 박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김 대표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 김 전 상무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하이트진로 법인에게는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 법원은 알루미늄 코일 관련 혐의에 대해 1심 유죄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박 사장은 징역 1년 3개월에 집행유예 2년, 김 대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감형됐다. 하이트진로 법인도 벌금액이 1억5000만원으로 줄었다.

앞서 본 것처럼 박 사장 등이 행위했을 당시의 공정거래법이 직접 행위를 한 자만 처벌 대상으로 삼았지, 교사한 자는 처벌 조항에 포함시키고 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사업자가 거래상대방에게 직접 거래상 지위남용행위를 한 경우가 아닌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하도록 한 경우는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 4호의 금지규정을 위반한 것으로서 과징금 부과 등 공정거래법이 정한 별도의 제재대상이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이유로 같은 법 제67조 2호에 따른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박 사장과 김 대표가 순차로 공모해 서영이앤티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삼광글라스로 하여금 서영이앤티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를 행하도록 교사한 것이므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검사는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이 같은 2심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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