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아직 취직도 못했는데" 검사 전화에 덜덜?…20대 돈 수백억 턴 수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MT리포트]금융알못 MZ세대(下)

[편집자주] 디지털 네이티브인 청년 세대가 유독 디지털 금융환경에선 맥을 못춘다. 비트코인 등 신 금융문물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나 '리볼빙'이 고금리 상품인지 모르고 쓰다가 연체율이 치솟고 피싱 범죄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청년 금융문맹의 실태를 살펴보고 해결방안을 짚는다.



"중앙지검입니다"…검찰 사칭 보이스피싱에 파들파들, 20대 노린다


머니투데이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장년층이 주요 목표로 여겨지던 보이스피싱이 이젠 2030 청년을 노린다. 온라인·비대면 문화에 익숙한 20대 이하 청년도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한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에 속절없이 당한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 1521명 중 61.3%가 20대 이하였다. 30대 피해자도 10.1%였다.

기관사칭형은 수사 기관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말한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가 고도화하면서 경찰청은 보이스피싱 범죄 유형을 △기관사칭형 △대출사기형 △납치빙자형 △메신저피싱형 △몸캠피싱형 등 5가지로 분류했다.

기관사칭형 피싱범은 자신을 검사나 수사관이라고 소개하며 "휴대전화가 도용돼 대포통장이 만들어졌다" "악성 프로그램이 설치됐는지 확인해야 하니 지금 보내준 앱을 설치해달라"고 유도한다.

머니투데이

보이스피싱 1020 피해자 더 늘었다 보이스피싱(기관사칭형) 연령대별 발생 현황/그래픽=조수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의심하면 허위 형사사법 포털 사이트에서 만든 공소장이나 구속영장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가 지시를 따르면 계좌 이력 조회를 위해 주거래은행과 계좌번호, 메일주소를 알려달라고 한다. 확인 절차가 끝나면 채팅 내용과 통화 기록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다.

피해자가 구제 받도록 금융감독원 민원실 담당자와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속이는 수법도 있다. 검찰과 금감원 모두를 사칭해 양 기관에서 번갈아 전화하며 속이는 셈이다.

젊은층을 겨냥한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자수는 1만1503명으로 전년보다 10.2% 줄었지만 같은 기간 피해액은 1965억원으로 35.4% 늘었다.

전 연령층에서 피해액이 늘었지만 특히 2030 젊은층의 피해가 특히 컸다. 20대 이하 피해액은 전년보다 151.1%가 늘어난 231억원, 30대는 254.8% 급증한 188억원으로 집계된다.

◇'2030' 겨냥 보이스피싱, 2021년부터 성행…경찰 "SNS서 숏폼 통해 젊은층 대상 예방법 홍보"

머니투데이

인천 연수구 인천대학교에서 진행된 대학생 소비자 피해 예방 캠페인에서 경찰 관계자가 대학생들에게 보이스피싱 대처 요령이 적힌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최근 문제되는 해외직구·해외여행 및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디지털금융사기)에 대한 피해 예방 정보제공을 위해 진행됐다./ 사진=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젊은층을 노린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2021년부터 성행했다. 금융감독원이 2021년 2~3월 중 보이스피싱 피해자 6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사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 127명 중 절반이 20대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회경험이 없는 젊은층이 기관사칭형에 유독 취약하다"며 "수사기관은 어떤 상황에서도 금전 이체를 요구하거나 금융거래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올해 SNS(소셜미디어)에서 숏폼 등으로 2030 대상 보이스피싱 예방법 홍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보이스피싱 범죄 전반에 대해서도 강력 대응한다. 지난달 전기통신금융 사기(보이스피싱)를 비롯한 '10대 악성 사기'를 선정하고 사기별 대응책을 마련했다.

경찰청은 올해 2월 보이스피싱 전담부서인 '피싱범죄수사계'도 신설했다. 같은 달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센터)' 설치 근거규정을 신설해 보이스피싱 원스톱 신고·제보와 추가범행 차단 활동을 할 수 있는 법률 기반도 마련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스미싱을 겨냥한 특별단속을 지난달부터 진행 중"이라며 "각 경찰서 수사과에 '악성사기 추적팀'을 설치해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금융사기 피의자에 대한 집중적인 검거활동에도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엄마가 준 용돈으로 주식" 조기교육…흙수저는 "그게 뭐죠?"


머니투데이

전문가는 교육의 부재가 청년간 정보 격차를 키워 '청년 금융문맹'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사진제공=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청년 세대의 금융 활동이 과거보다 활발해졌지만 체계적인 금융교육은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교육 부재가 청년 간 정보 격차를 키워 '청년 금융문맹'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을 의무 교육과목으로 편성해 초중고등학교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공교육에선 금융교육이 의무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015년부터 금융사와 협업해 '1사1교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교육 대상자는 여전히 일부에 불과하다. 1사1교 금융교육은 금융사가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해당 학교 학생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유혜미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청년 금융문맹 현상을 정보 격차로 인해 생긴 문제로 판단했다. 청년이 주식 투자 등 금융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일부는 똘똘하게 금융 생활을 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양질의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청년은 금융문맹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 10·20대의 가장 큰 특징은 부모 세대가 과거보다 부유해졌다는 점"이라며 "상당히 많은 청소년이 부모가 준 용돈을 주식에 투자하면서 어릴 때부터 금융 생활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생활을 영위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상황이지만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청소년은 주식에 관해 들어본 적도 없고 금융을 알 기회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 금융이해력도 저소득층일수록 점수가 더 낮았다.

정보 격차를 메꾸기 위해선 체계적인 금융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청년 세대가 디지털 네이티브라서 금융 정보에도 접근하기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유튜브 영상 등을 5분·10분 본다고 금융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부는 금융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고 있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길 꺼려 금융을 공교육에서 의무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청년재단에서 20·30세대 약 2000명을 대상으로 금융 소비 행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빚투'가 상당수 있었다. 설문조사 주관식 문항에서 "청년들을 위한 금융교육이 많아져야 하며,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다수가 피력했다.

금융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최근 학교 차원에서도 금융교육을 신청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비영리 법인인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는 초·중·고교를 방문해 저축·신용 관리의 중요성, 투자의 기본 원리, 보험의 필요성 등 생활에 필요한 각종 금융교육을 실시한다.

박기효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민간단체가 금융교육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제한적으로나마 노력하지만 배정된 교육 시간이 1~2시간에 불과해 아직은 아주 기본적인 내용만 가르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 사무국장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홍콩 ELS(주가연계증권)나 리볼빙 등 고난도 금융 상품에 교육으로 넘어가려면 금융이 별도의 과목으로 편성돼 의무적으로 교육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2022년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기 금융·경제교육을 강화해 건전한 금융 생활을 영위하는 경제 주체로 육성시키겠다"고 밝혔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배규민 기자 bkm@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