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대병원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공백이 길어짐에 따라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가운데 입원 환자가 병원 출입문을 나서고 있다. 이충우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의과대학 정원 문제에 대해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정부는 물론 일반 국민과도 전혀 다른 인식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대 정원 확대 자체에는 일반 국민 80% 이상이 찬성하고 있지만 전공의와 의대생 중 64%는 오히려 의대 정원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가 최근 전공의·의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581명 중 1014명(64%)은 의대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 1581명 중 531명인 34%는 '차후 전공의 수련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정부와 여론이 의사 직종을 악마화하는 것에 환멸이 났기 때문'(87.4%·복수응답),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를 추진했기 때문'(76.9%) 등을 꼽았다.
이날 전공의·의대생들은 이번주 내로 '전국 암환자·만성질환자 분류 프로젝트(NCTP)'를 시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진료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NCTP는 환자·환자 보호자의 이름, 연락처, 질환명 및 진단 시기, 질병 현황, 예약·치료 지연 정도, 타 병원 및 1·2차 의료기관 한시 이용 의향 등을 수집한 후 진단 교수와 연락해 대안을 찾는 형태로 운영된다.
정부가 연일 대화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요지부동인 건 전공의들만이 아니다. 의대 졸업 후 전공의 생활을 시작하려던 인턴들의 임용 등록이 이날 마감되지만 올해 인턴 수련 예정자 2697명 가운데 전날까지 등록한 인원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오늘까지 등록이 안 되면 상반기에 인턴은 수련을 받기 어렵고 9월(하반기)에 공백이 생기면 수련을 받을 수 있다"고 막판 복귀를 촉구했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의정 갈등에 의료 현장은 이미 한계에 이른 상태다. 국내 '빅5 병원' 중 한 곳인 서울대병원은 결국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한편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들이 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 신청인들은 "의대 입학 정원 확대 절차가 계속되면 신청인들을 비롯한 국민에게 금전으로 보상이 불가능한 심각한 손해가 발생할 것이 명백하다"며 "각 의대 증원이 입시 전형에 반영되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닥칠 수 있는 만큼 (집행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신청인들이 이 사건 각 처분에 대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며 이들의 신청인 자격을 인정할 수 없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신청 제기는 부적법하다는 각하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의사 수 증가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피해는 사실적·경제적 이익 관계에 불과하다"며 "이를 근거로 직접 이 사건 각 처분의 취소를 구하거나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설령 의대 증원으로 전문적인 의학 교육을 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이는 각 대학의 교육 여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라며 "각 대학의 시설 구비, 적정한 교원 수 확보 등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지희 기자 / 박민기 기자 / 심희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