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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연금과 보험

8년 만에 국민연금 위탁자금 받은 가치형 운용사들… 보유 종목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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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가치형 국내 주식을 발굴하고자 8년 만에 위탁운용사를 선정했다. 그간 국민연금은 수익성을 이유로 가치형 운용사를 뽑지 않았다. 이번에 다시 가치주 위탁운용에 나서는 건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가치 상승) 프로그램에 발을 맞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위탁운용사들이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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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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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시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민연금의 국내와 해외 주식 수익률 격차가 11%포인트 넘게 벌어졌다. 국내 주식에서 수익률이 마이너스(-) 6%를 찍으면서 지난해 역대 최고 수익률을 냈었던 국민연금의 1월 잠정 수익률은 1.09%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의 50% 이상을 위탁 투자로 맡기고 있다. 가치형을 비롯해 대형주형, 장기성장형, 액티브퀀트형, 중소형주형, 책임투자형, 배당주형 등 8가지 유형으로 나눠 자산을 배분하고 있다. 국민연금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가 받는 수수료는 0.02%포인트 정도로, 해외주식 운용사의 절반에 못미친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세우면서 주요 연기금인 국민연금도 이에 동참하게 됐다. 가치형 자산운용사 선정이 그 일환이다. 이석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밸류업 참여 방식에 대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그렇게 작동하도록 국민연금이 할 수 있는 행동으로 위탁 투자, 가이드라인, (투자) 유형, 책임투자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 시장의 큰 손’ 국민연금이 지난달 선정한 가치형 운용사는 베어링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총 3곳이다. 이들 운용사가 최근 1년간 주식 등 대량보유상황보고를 공시한 내용을 보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넘지않는 등 이른바 밸류업 수혜주(株)를 주로 담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베어링자산운용이 가장 많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현대백화점 그룹 계열 패션의류 전문업체 한섬이다. 베어링은 지난해 11월 15일 한섬 지분을 8.20% 가지고 있었는데, 지난 2월 26일 추가 매입해 9.73%로 늘렸다. 한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해 말 0.33배 수준이다. 주가는 최근 1년 새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베어링은 종합장비회사 에스에프에이(SFA)와 제약기업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도 각각 9.13%, 9.10% 보유하고 있다. 이들 종목의 지난해 말 기준 PBR은 0.95배, 0.63배로 통상 저평가 종목을 구분할 때 기준이 되는 1배보다 낮다. 베어링은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는 반도체 특수가스 전문업체 원익머트리얼즈 지분 8.30%,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 7.05%를 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베어링은 의료·산업용 영상 설루션 전문기업 뷰웍스 6.17%, 특수목적용 기계 제조업체 피에스케이 6.02%, 현대백화점 계열 홈쇼핑 회사 현대홈쇼핑 5.03%, 콘택트렌즈 전문 생산업체 인터로조 5.02%, 용접용 관이음쇠 전문 생산업체 성광벤드 5.01%, 절삭공구업체 와이지-원 4.74%, 화장품 제조회사 코스맥스 4.56%, 자동화 설비업체 삼익THK 4.3%, 영상기기 제조업체 코텍 4.1% 등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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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링자산운용 로고(위쪽)와 트러스트자산운용 로고.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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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25일 기준 석유 화학제품 전문업체 한국알콜 지분(9.37%)을 가장 많이 담았다. 소주의 원료인 정제 주정을 생산하는 한국알콜은 시장에서 밸류업 관련 코스닥 종목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PBR은 0.52배이며 꾸준히 배당을 진행 중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화장품 제조업체 코스메카코리아와 씨앤씨인터내셔널 지분을 각각 8.41%, 4.74% 보유하고 있고 생활문화기업 엘에프(LF)도 7.11% 가지고 있다.

베어링자산운용은 지난달 전체 수탁고 규모가 17조원을 넘기는 등 외국계 자산운용사 중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크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최근 1년 내 공시는 없지만 BYC(8.13%)와 태광산업(5.8%) 등을 대상으로 주주제안을 진행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자산운용은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을 별도로 공시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지난해 대표적인 가치투자 자산운용사로 알려진 신영자산운용의 위탁 자금을 전액 회수하는 등 가치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이었다”면서 “8년 만에 가치형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게 된 데는 당국의 요청이 있었던 걸로 알려졌는데,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이들이 어떤 수익률을 보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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