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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상 최종후보 이금이 "제 책 읽으며 자란 독자들 보면 보람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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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의 노벨상' 안데르센상 8일 볼로냐 아동도서전서 발표

"독자들 성장 지켜볼 수 있다는 것, 아동문학가의 큰 행복…빨리 차기작 쓰고 싶어"

연합뉴스

아동문학가 이금이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제 책을 읽으며 자랐다는 성인 독자들을 보면 보람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독자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 아동청소년문학을 하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큰 행복이지요."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의 올해 최종후보에 오른 이금이(62) 작가는 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어려서부터 자신의 책을 읽고 자란 성인 독자들이 감사의 뜻을 표해올 때마다 작가로서 막중한 책임과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 작가는 오는 8~11일 열리는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 참가해 해외 독자와 아동문학가들을 만날 계획이다. 8일(현지시간) 오후에는 세계적인 권위의 아동문학상인 안데르센상의 수상자 발표가 현지에서 예정돼 있다.

올해 안데르센상 글 부문에는 이 작가와 함께 마리나 콜로산티(브라질), 하인츠 야니쉬(오스트리아), 바르트 뫼예르트(벨기에) 등 총 6명이 최종 후보에 올라 있다.

안데르센상은 덴마크의 전설적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을 기려 1956년 제정된 세계적인 권위의 아동문학상으로, 2년마다 아동문학 발전에 공헌한 글·그림 작가를 한 명씩 선정해 시상한다. 이 작가가 수상할 경우 글 부문에서는 한국 작가 최초가 된다. 그림 부문에서는 2002년 그림책 작가 이수지가 한국인 최초로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이금이 작가는 "최종후보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면서 "한국의 아동청소년문학이 해외에 좀 더 알려질 수 있는 계기도 된 것 같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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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동화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밤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84년 등단해 50여 권의 작품을 쓴 그는 올해로 작가 생활 40년을 맞은 동시대 한국 아동문학계의 거장으로 꼽힌다.

1999년 펴낸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교과서에도 실려 약 70만부가 팔렸고, 새엄마를 통해 가족이 회복되는 이야기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은 출간 30주년을 맞아 최근 4권째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그의 작품들은 해외로도 판권이 팔려 여러 언어로 번역됐다. 일제강점기 하와이로 이주한 세 여성의 삶을 담은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지난해 미국의 저명한 출판상인 노틸러스 출판상(Nautilus Book Awards) 역사소설 부문 금상을 받기도 했다.

이 작가는 강연이나 사인회 등에서 만난 성인 독자가 자녀의 손을 잡고 참석해 "작가님 책을 읽으며 자랐다"고 인사하는 일이 꽤 많다고 했다.

"그럴 때면 가슴이 좀 울컥해요. 동화작가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한 사람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보람 있기도 하고 약간 부담스러운 무게감도 느끼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지요."

이금이는 새로운 설정과 소재, 참신한 캐릭터 등으로 한국 아동청소년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작가다.

1994년 처음 발표된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은 나쁜 사람으로 각인됐던 새엄마라는 존재를 긍정적으로 그렸고, 청소년 소설 '유진과 유진'에선 성폭력 피해 소녀들이 서로를 지켜주며 연대한다는 설정의 이야기를 썼다.

이 작가는 "작가는 인물의 전형성을 깨야 한다"고 했다.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을 쓸 때는 기존의 동화 속 새엄마들이 백설 공주나 신데렐라, 콩쥐팥쥐의 새엄마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었어요. '착한 새엄마가 온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라는 생각을 한 거죠. 대단한 시도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그 작품이 나오고 새엄마의 새로운 모습에 많이 주목하더군요. 그 덕에 지금도 낡지 않은 이야기로 읽히는 것 같습니다."

이금이 작가가 세계적인 동화 작가로 성장한 데에는 유년 시절 늘 곁에서 전래동화를 들려주던 할머니의 존재가 있었다. 할머니는 한글을 깨치지는 못했어도 다양한 우리 전래동화들을 줄거리를 바꾸기도 하고 새로 꾸며내기도 하면서 늘 손녀에게 상상의 세계를 펼쳐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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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문학가 이금이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할머니 덕분에 이야기라는 것이 대단한 사람이 따로 지어내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학교에 가기 전부터 제가 상상해서 만든 이야기들을 식구들에게 재롱떨듯이 들려주곤 했어요. 친구들과 놀기보다 혼자 이야기를 상상하고 남들에게 들려주는 걸 더 즐기는 아이였지요. 그러다 동화책을 읽게 되면서 작가라는 꿈을 갖게 됐습니다."

현재 30대인 두 자녀를 낳기 전부터 이미 동화작가였던 이금이는 "애들은 어려서부터 세상의 모든 엄마가 동화를 쓰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라면서 "자연스럽게 동화와 친숙한 환경에서 자라서 지금도 책을 아주 좋아한다"고 전했다.

차기작으로는 러시아 사할린 동포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를 준비 중이다. 이미 대강의 스토리를 다 짜놨지만 지난 1월 안데르센상의 최종후보에 포함되는 바람에 완성이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일(안데르센상 최종후보 선정)만 아니라면 벌써 쓰기 시작했을 텐데, 이번 행사 마치고 돌아오는 대로 하루 빨리 글을 쓰고 싶네요. 이런 기분이 들 때가 작가로서 가장 행복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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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청소년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
[창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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