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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이슈 선거와 투표

여당은 북한 떼놓으려는데 '뜬금포' 정부, 북에 "선거 개입 시도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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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제22대 국회의원총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는 북한에 선거 개입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지난달 말 이른바 '종북세력' 관련 현수막을 게시했다가 철거하면서 북한 문제를 선거와 분리시키려 했던 상황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2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당초 예고에 없던 '북한의 우리 총선 개입 시도 관련 통일부 입장'을 발표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은 우리 선거 일정을 앞두고,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의 관영매체를 통해, 대통령을 모략·폄훼하며, 국내 일각의 반정부 시위를 과장하여 보도하고, 우리 사회 내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북한의 이러한 시도는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훼손시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우리 정부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현명한 우리 국민 어느 누구도 이에 현혹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강화되고 있는 북한의 이러한 불순한 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강력히 경고하며, 북한발 가짜뉴스와 선전·선동이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통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지적한다"고 덧붙였다.

남한에서는 정부가 언급한 해당 북한 매체에 접근할 수 없는데 이를 선전 및 선동으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내부 주민용이 아니고 대외용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노동신문이 비록 공식적으로 대내 매체이기는 하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여전히 보도 내용을 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답했다.

통일부는 이날 입장문에서 "지난 1월 4일 입장문을 통해, 북한이 우리에 대한 위협과 비방을 하며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는 것에 강력히 경고하고, 우리 총선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언급대로 북한의 대남 비방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총선을 일주일여 앞둔 지금 시점에 이런 입장을 발표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1,2,3월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대남) 비난의 빈도가 1월보다 2월, 2월보다 3월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의 설명대로 1,2월 보다는 3월에 대남 비난 보도 숫자 자체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통일부가 이러한 입장을 이 시점에 밝혀야 했을 정도로 북한의 대남 비난이 극적으로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통일부가 배포한 '북한의 우리 총선 개입 시도 관련 보도 참고자료'에 따르면 '대통령 모략‧폄훼'와 관련한 북한 기사는 1월에 2건, 2월에 2건, 3월에 3건 보도됐다. 통일부가 명명한 '반정부 시위 과장 보도'는 1월 1건, 2월 1건, 3월 2건이었으며 '우리사회 내 분열 조장'은 1월에 2건, 2월에 1건, 3월에 3건이었다.

또 통일부가 제공한 '올해 <노동신문> 정기 보도시 반(反)정부시위 구호'가 게재된 횟수를 보면 3월보다는 오히려 1월이 더 많다. 통일부에 따르면 신문은 1월에 '미국과 윤○○일당의 전쟁기도를 파탄시키자!'를 비롯한 반정부시위 구호를 5번 게재했고 2월에는 3번, 3월에는 4번 게재했다.

이에 이날 입장 발표를 두고, 정부 여당이 선거에 북한 이슈를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통일부는 제20대 국회의원총선거를 닷새 앞둔 그해 4월 8일 그간의 관례를 깨고 북한 이탈주민의 입국에 대한 세부사항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해외식당에 파견해 근무 중이던 지배인과 종업원 13명이 집단 귀순했다. 이들은 남자 지배인 1명과 여자 종업원 12명으로, 7일 서울에 도착했다"고 이례적으로 상세한 대언론 브리핑을 가졌다. 심지어 당시에는 이들의 사진도 언론사에 제공됐다.

그러던 정부는 총선이 끝나자 다른 북한 이탈주민의 상황에 대해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해 5월 24일 통일부 당국자는 식당 종업원이 또 다시 탈북했다는 인터넷 신문 <뉴포커스>의 보도에 대해 "최근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의 이탈 보도는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이들이 처한 현재 상황에 대해 확인해 주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통일부의 이날 입장 발표와는 달리, 정작 선거를 치러야 하는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북한 이슈를 선거와 떼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당정 간 메시지 조율이 잘 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3월 26일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더 이상 이 나라를 범죄자들과 종북세력에게 내주지 맙시다'라는 문구의 현수막 게시를 지시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여러 이야기가 있다"면서도 "좀 더 국민들께 더 좋은 말을 내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발표가 도리어 북한의 대남 비난 의도에 호응해주는 셈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남북 간에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예의에 대해서 분명히 지적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 정부서울청사 본관 통일부. ⓒ프레시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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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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