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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제 22대 총선

"내 집값이나 되돌려놔라" 심판론도 필요 없다는 이곳 [총선 핫플레이스-고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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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사람들 대화는 집값으로 시작해서 집값으로 끝나요. 요즘엔 부동산 때문에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고요.”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박모(53)씨는 “일산에서 지지율은 집값과 비례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31일 일산동에서 만난 그는 “집값 내려간 일산 사람들이 화가 많이 났다”며 “일산 사람들은 누구 심판하겠다는 정치 구호에는 관심이 없다. 집값 돌려놓겠다는 후보가 민심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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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정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후보와 국민의힘 김용태 후보(왼쪽부터)가 31일 오후 고양시 일산서구 송포농협 가좌지점에서 열린 현안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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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정은 일산신도시 서부 지역을 관할하는 지역구로 과거 고양시 일산서구를 계승했다. 신도시 개발과 함께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어 부동산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다. 최근엔 같은 1기 신도시인 분당과 격차가 벌어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치러진 선거에선 민주당계 정당 후보들이 승리했다. 19~20대 총선에선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연임에 성공했고, 21대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당선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20대 대선에서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0.5%로 4.4%포인트 더 득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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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영환 후보가 31일 오후 고양시 일산서구 한 대형 마트 앞에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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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만난 일산 주민들 중엔 ‘민주당 텃밭’이라는 평가에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도 있었다. 일산에서 20년째 거주 중인 박소은(61)씨는 “민주당이 의석수만 믿고 정부에 협조를 안 해주니 정책이 제대로 추진이 안 되고 있다”며 “요즘엔 파란 옷 입고 유세하는 쪽(민주당)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주거 환경 개선과 집값 회복 이슈에 거대 양당의 심판론은 공감을 얻지 못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일산서구 집값은 한 해 동안 11% 떨어져 수도권에서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정모(36)씨는 “이제 학군이고 집값이고 일산이 분당에 비빌 수준이 안된다”며 “재개발이나 교통난 해소 같은 현안부터 확실히 해결하려는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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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용태 후보가 31일 오후 고양시 일산서구 송포농협 가좌지점에서 열린 현안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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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전 장관 보좌관 출신으로 고양시에서 8~9대 경기도의원을 지낸 민주당 김영환 후보는 지역 일꾼론을 강조했다. 김영환 후보는 이날 오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대형 마트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우리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경제 산업 정책 전문가”라는 소개로 입을 뗐다. 김영환 후보는 “(국민의힘)김용태 후보는 일산에 온 지 25일밖에 안 돼 이제 막 지역을 알아가는 중”이라며 “저는 고양시에서 경기도지사 인수위원회까지 차근차근 올라간 전문가”라고 말했다. 유세 현장을 지나가던 김석심(60)씨는 “김영환 후보는 고양시장 선거에 두 번이나 도전했다”며 “지역 현안을 가장 잘 아는 후보라 뽑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보수정당 험지인 서울 양천을에서 3선에 성공했던 국민의힘 김용태 후보는 중앙 정치 경험을 앞세웠다. 김용태 후보는 이날 고양시 일산서구 가좌동에서 열린 지역주민 간담회에서 “이번에 당선되면 4선인데 제 1호 공약인 일산 경제자유구역 조기 확정은 집권당 중진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담판 지어야 한다”며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김영환 후보가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탄현동에 16년째 거주 중인 유효근(62)씨는 “민주당이 12년 동안 일산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이번엔 일 잘하는 여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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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국민의힘이 추진하고 있는 고양시 서울 편입에 대한 지역 민심은 엇갈렸다. 한 60대 주민은 “서울 편입은 여당이 추진하는 것이니 여당 의원이 잘 해내지 않겠느냐”며 김용태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성연수(64)씨는 “지방마다 특성이 있는데 안 그래도 비대한 서울을 더 키우는 건 웃기는 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박건ㆍ장서윤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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