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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망망대해 떠도는 선원들 ‘손목 통증’ 방치하면 병 키울 수도 [일터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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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성 청주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수산업 종사자, 손목 등 근골격계질환 위험 높아

손목터널증후군 방치 땐 영구적 신경손상될 수도

약침, 염증·통증 완화에 효과적···한약도 회복 도와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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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직후 항해사의 길로 들어선 박모(34) 씨. 그는 수많은 선원과 수백 톤의 어획물을 책임지기 위해 수년간 배 위에서 온갖 풍파를 겪었다. 1년여 간의 조업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해 모처럼만의 휴가를 맞은 그는 오래 전부터 예정돼 있던 가족여행을 미뤄야 할 상황에 처했다. 초대형 그물의 투망과 그물을 거둬들이는 양망작업부터 수십 킬로에 달하는 어획물들을 옮기는 전재작업 등 고된 업무를 수행하느라 고질적으로 나타나던 손목 통증이 악화된 탓이다. 밤마다 통증이 심해져 잠을 이루기 힘든 지경에 이르자 다음 출항에 대한 걱정도 커져갔다. 결국 가족여행을 미루고 병원을 찾은 그는 ‘손목터널증후군’이라는 소견을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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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 분야 최대 법정 기념일이자 수산업의 소중함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수산인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수산인의 날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는 해양정화 활동, 수산물 특판, 시상식 등의 행사들이 준비되고 있다. 신선한 수산물 공급을 위해 불철주야 헌신하는 수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중이다.

수산물은 우리 식문화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자산어보’와 같은 고서에 나타나듯 어업활동과 수산물 소비는 시대를 막론하고 다양한 형태로 이어져 왔다. 2020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통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54.6kg으로 일본과 중국, 미국보다도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수산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다랑어(참치), 오징어, 명태 등은 양식이나 국내 연안에서 수급하기 어려워 먼바다까지 나가야 어획할 수 있다. 이러한 조업을 하는 어선을 ‘원양어선’이라고 부른다. 한국원양산업협회에 따르면 총 253척이 16개국에 진출해 활발히 조업을 펼치는 중이다.

비록 원양어선 근로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일부 남아있지만 원양어선에 승선하려면 해기사 면허를 필수로 취득하는 등 전문적인 역량을 요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준의 원양조업국이자 선박 수에 비해 높은 생산량을 보여주는 등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발간한 ‘2023년 원양어업 통계조사’를 살펴보면 지난해 원양어업 수출액은 51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7% 증가했다.

하지만 긴 기간 거친 해역을 누벼야 하는 원양어선 근로자들은 근골격계 부상 위험이 매우 높다. 초속 20m가 넘는 바람과 5m 이상의 파도가 솟구치는 악천후를 일상적으로 견뎌내야 하는 데다 새벽부터 밤까지 고된 업무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무거운 어획물과 다수의 중장비를 직접 손으로 다뤄야 한다. 해양수산부의 ‘2021년 어업인의 업무상 질병 및 손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근골격계 질환이 어업인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질병의 46.9%를 차지했다. 발병 부위는 손과 손목이 19.1%로 가장 많았다. 근골격계 질환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는 ‘과도한 힘이나 중량물 취급’이 1위로 꼽혔다.

어업인들이 겪는 대표적인 질환은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증후군)’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어업인과 같이 손을 많이 쓰는 직종을 중심으로 나타난다. 손목터널증후군을 겪는 근로자의 약 72%가 어업종사자와 같은 노동근로자라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내부 신경통로인 손목터널(수근관) 내부의 구조물들이 두꺼워지거나 압박을 받아 신경을 눌러 생기는 질환이다. 반복적인 손과 손목 사용으로 인해 주변 근육이 뭉치거나 인대에 염증이 생기는 게 주원인으로 알려졌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앓는 환자들은 손에 찌릿한 통증, 저림과 함께 손가락이 타는듯한 작열감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주로 밤이 되면 통증이 심해진다는 특징도 있다.

만약 손목이나 손바닥 부위에서 저림, 통증과 같은 증상이 느껴지기 시작했다면 온찜질 등을 통해 손목 주변 근육과 인대를 이완시켜주는 게 현명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신경이 영구적으로 손상되고 근육이 위축된다. 가벼운 물건을 잡아드는 것조차 힘들어질 수 있으므로 장기간 항해를 떠나는 박씨의 경우 출항 전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는 손목터널증후군 치료에 침과 약침을 주로 활용한다. 손목 중앙부의 대릉혈과 내관혈을 중심으로 한 주요 혈자리에 침치료를 실시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경직된 손목 조직 및 손목터널의 이완을 돕는다. 이후 한약재 성분을 경혈에 직접 주입해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는 약침치료로 염증과 통증을 신속히 가라앉힌다. 이는 손상된 신경과 연부조직의 회복에도 효과적이다. 이외에도 약해진 뼈, 연골 등 관절의 강화에 도움을 주는 신바로 한약과 오적산, 당귀수산, 구미강활탕 등을 처방하면 회복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올해부터 원양어선에 근무하는 선원들을 대상으로 원격 의료서비스가 확대된다. 수산업 종사자를 위한 복지정책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 자신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망망대해에서 긴 시간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서둘러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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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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