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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두개의 전쟁, 美대선 전 안끝날 것…트럼프 재선시 방위비분담금 인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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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인터뷰

동아일보

패트릭 크로닌 미국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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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전쟁’은 빨라도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끝나기 어렵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하마스 지도부 등 전쟁의 당사자가 모두 미국 대선의 승자를 확인한 후 자신들의 다음 행보를 결정하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56)가 현재의 국제 정세를 진단하며 한 말이다. 회의 참석 차 내한한 그는 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각종 분쟁 등 현재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원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80년 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누린 일종의 ‘대가’이자 각국 권위주의 통치자의 장기집권 및 고령화와 관련이 깊다고 진단했다.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지키지 않으며 민주주의, 인권 등을 경시하는 푸틴 대통령(72), 네타냐후 총리(75), 시진핑(習近平·71) 중국 국가주석,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70) 등이 장기집권하면서 80여 년간 지켜졌던 국제 질서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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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닌 석좌는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승리하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불가피하며 그가 주한미군 철수 등을 다시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통점은 상대에게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위협’을 이용하는 것이며, 한국에도 이 위협을 가할 것이란 의미다.

또한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의도치 않은 미 대선의 ‘킹 메이커’가 됐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중재에 나선다 해도 ‘강 대 강’를 이어가는 양측 중 어느 한 쪽도 설득하기 어렵고,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날수록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강한 비판에 직면해 대선 국면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크로닌 석좌는 미국 플로리다대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땄다. 조지 부시 전 행정부 시절 미 국제개발처(USAID)에서 일했고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신미국안보센터(CNAS), 미 평화연구소 등의 싱크탱크에서 근무했다. 현재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로 재직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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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전쟁, 미국 대선과 한국 총선을 포함해 전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슈퍼 선거의 해’, 미·중 패권 경쟁 등으로 국제 정세의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는 규칙 기반의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에 익숙해져 있었다. 냉전이 종식되고는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는 믿음이 퍼졌다. 이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가 위기에 처했다. 지금 우리는 독재 정치의 귀환을 보고 있다. 미국이 과거의 위상을 잃고 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가 약해진 와중에 러시아 중국 북한 등 현상 변경을 원하는 국가들은 기존의 국제 질서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을 포함해 주요국 지도자들은 모두 70,80대 고령이 됐다. 푸틴 대통령, 시 주석, 네타냐후 총리, 에르도안 대통령 등은 모두 10년 넘게 장기집권하고 있다. 평균 수명 연장이 불러온 예상치 못한 결과다.

2개의 전쟁 또한 싫든 좋든 미국이 주요 행위자나 다름없어서 11월 미 대선 전까지는 확실한 휴전이 이뤄지기 어렵다. 푸틴도 하마스도 네타냐후도 대선 승자를 보고 다음 행보를 결정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세계 각국 모두 더 많은 갈등과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대비의 핵심은 ‘억지력 강화’에 있다.”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재선한다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방위비분담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을 통해 현재보다 분담금을 두 배 올린다 치자. 그렇다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이를 더 올리거나 또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운운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모두 상대에게서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위협’을 이용한다.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상대방이 물러나도록 압박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일종의 ‘파워플레이(powerplay)’다.

파워플레이는 적을 대처할 때는 좋은 방법이지만, 친구와 동맹을 대할 땐 끔찍한 방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과 가족 외에는 누구에게든 파워플레이로 일관한다.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등 그가 자신의 핵심 참모들을 내친 방식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가 재집권에 성공해 한국을 더 많이 압박할 수록 안타깝게도 한국 내 반미 여론과 자체 핵무장론 등이 고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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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부쩍 강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푸틴 대통령에겐 김 위원장이 거의 유일한 친구다. 김 위원장 또한 자신이 푸틴 대통령과 동등하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그는 자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 푸틴 대통령, 시진핑 주석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을 ‘작지만 위대한 국가(small great nation)’로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밀착한다고 해서 북한이 러시아의 말을 잘 듣는 것도 아니다. 북한은 누구의 위성국가도 되지 않으려고 한다.

김 위원장이 핵 위협을 가하는 목적은 ‘나도 푸틴처럼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공포감을 조성해서 자신을 더 중요한 협상 대상으로 만드려는 것이다. 그는 핵무기 위협을 통해 얻어지는 ‘힘’과 ‘영향력’을 원한다.”

─그 여파로 한국 일각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나온다.

“미국과 일본이 모두 강하게 반대할 것이다. 우선 미국은 한미일 3국 협력이 위협받기 때문에 반대할 것이다. 일본 역시 한국과 북한이 모두 핵을 가지게 된다면 자국 안보가 크게 위협받는다고 여길 것이다. 나의 일본인 친구도 이 사안에 굉장히 불안해 하고 있다. 한국이 지나치게 북핵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지난해 4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으로 미국이 한국을 방어할 것이라는 약속이 더 공고해졌다.

한국과 일본의 이해 관계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일치한다. 식민지배 역사 등 한국의 아픈 과거사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만 과거를 부정하지는 말되 너무 사로잡히지도 말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영국과 프랑스는 1000년 넘게 수 차례 전쟁을 벌인 앙숙이고 아직도 서로를 헐뜯고 조롱한다. 하지만 두 나라는 여전히 협력할 사안에 대해서는 긴밀히 협력한다. 한국과 일본 관계도 그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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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차로 접어들었다.

“최근 러시아가 일부 성과를 얻고 있으나 ‘승리(win)’가 아니라 ‘지지 않은 것(not losing)’에 가깝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일부 지역을 점령한다 해도 우크라이나 내부, 전세계적인 반(反)러시아 여론이 워낙 높아 과거처럼 친러 인사를 우크라이나의 ‘꼭둑각시 대통령’으로 세우기는 어렵다. 푸틴 정권이 원하는 친러 정권 수립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안타깝지만 우크라이나 또한 일부 영토를 잃는 것도 감내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국경은 언제든 바뀌는 것이고 지금의 국경이 영원불변한 것도 아니다. 폭주하는 푸틴 대통령을 저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11월 대선,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야당 공화당과 지원을 지지하는 집권 민주당의 정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멈춰진 상태지만 시 주석이나 김 위원장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우크라이나가 지도록 두면 안 된다. 11월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건 새 미국 대통령에게도 중국이나 북한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안에 관심이 있다면 푸틴 대통령이 쉽게 승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상황은 대만에 매우 중요하다. 푸틴 대통령이 목표를 이루거나 재집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면 시 주석 또한 대만을 침공할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또한 장기화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아프가니스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19세기 대영제국, 옛 소련, 미국이 모두 패한 아프가니스탄처럼 가자지구 또한 이스라엘의 영원한 뇌관으로 남을 것이다. 그 수렁에서 빠져나올 길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만 제거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하마스를 궤멸해도 제2, 제3의 하마스가 또 나올 것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는 군사 지원만 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달리 중동에는 미군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개입 정도가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훨씬 높다. 이로 인해 의도하지 않게 네타냐후 총리가 11월 미 대선의 ‘킹메이커’가 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긴밀하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을 도울 가능성은 낮다. 이스라엘이 강경책을 고수해 더 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죽으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될 것이고 그의 지지율 또한 타격받을 것이다. ”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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