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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적대와 증오의 정치 그만” 서울대에 정치학 교수들이 모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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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김 시대만 해도 동업자 정신…이젠 ‘우리 편 모여라’식”

“공천에 대한 상호 비방과 막말을 과거에는 관행적으로 자제해왔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유독 잡음이 많은 선거라 유권자 입장에서는 결정이 힘든 선거가 될 것 같습니다.”

이화여대 유성진 교수는 22대 총선을 앞둔 지금의 한국 정치 지형을 이렇게 분석했다. 한국정당학회가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과 29일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공동 개최한 ‘2024 춘계학술회의’에 정치학 석학들이 모였다.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제22대 총선: 정당의 위기와 한국민주주의’를 주제로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바라보는 시각과 견해들을 공유했다.

조선일보

29일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한국정당학회와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주최로 열린 '2024 춘계학술회의'에서 발표자를 맡은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조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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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회의는 이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열렸다. 오후 4시 30분까지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등 각 대학 교수들이 위기의 민주주의, 정파 미디어와 디지털 문해력, 무당파와 부정적 투표 등에 대한 견해를 나눴다. 오후 4시 30분부터는 서울대 강원택 교수가 사회를 본 가운데 이번 총선을 둘러싼 쟁점과 전망을 자유롭게 논의하는 ‘라운드테이블 패널’ 세션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이번 총선이 과거의 선거와는 다른 구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발표자로 나선 이화여대 유성진 교수는 이번 선거를 “중간 평가적 성격과 정파적 양극화의 요소가 기본적 구도를 형성하면서 제3정당이 파열음을 내는 구조”라며 “과거와 달리 지지 연합까지도 붕괴되고 있고 양극화에 기대는 정치가 노골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치 지형을 ‘비호감 선거와 정치 실종의 시대’로 평가하며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유권자의 효능감은 낮아지고 결국 투표장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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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한국정당학회와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주최로 열린 '2024 춘계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조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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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정치에 대한 패널들의 지적은 계속 이어졌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과거 3김(金) 시대만 해도 동업자 정신과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었는데 이제는 여야가 모두 상대를 적으로 만들어 놓고 ‘우리 편 모여라’는 식”이라며 “약 30년간 제3의 물결을 탄 국가 중에는 한국이 유독 민주주의 지수 등에서 모범적이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왔는데 최근에는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야 모두에 대해서는 “적대와 증오에 기초한 정치가 만연해졌다”고 평가했다.

고려대 정재관 교수는 정치권의 선거제 개혁의 맹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양대정당에 의한 선거제 개혁은 사실상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위성정당이 나온 것은 이번 선거가 두 번째인데도 더 이상 큰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 것 같다. 앞으로의 선거제 개혁이 양대정당의 정치 엘리트에 의해서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경희대 서정건 교수는 “전통적인 이론에 비춰보면, 대한민국은 포퓰리즘이 설 자리가 없는 국가인데도 포퓰리즘적 정책이 중요한 정치적 화두가 되고 있다”며 “포퓰리즘 그 자체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게 되는 선거”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조원빈 교수는 “선거의 주요 기능은 비례성과 대표성”이라며 “국민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이날 학술회의를 주최한 박원호 한국정당학회장(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은 “근래 한국 정당들은 가깝게는 후보자 공천에서, 멀게는 선거룰의 결정 과정에 이르기까지 숨가쁘게 진행되는 한국 정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고도 새로운 역할을 수행했다”며 “문제 의식은 하나로 수렴되지만 바라보는 각도는 다양하듯 행태부터 제도, 입법 과정부터 선거 과정, 이번 총선의 쟁점과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고 했다.

[조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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