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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4·10 총선’ 공약에 역대급 통신비 잡을 한방 없다… “부가서비스 다 빼면 요금 1만~2만원 내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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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 통신 공약은 가계통신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이 아닙니다. 공약 같지 않은 공약입니다. 결국 유통구조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통신비가 내려갑니다.”(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

“딱히 새로운 게 없는 맹탕 공약이네요. 연계 할인과 부가서비스를 다 빼면 통신비가 1만~2만원 내려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신철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

‘4.10 총선’을 겨냥해 여·야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통신비 절감 공약을 내놓았지만 가계통신비를 낮추지 못하는 맹탕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가구당(1인 가구 이상) 통신비 지출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월평균 12만9063원으로 4년 전 21대 국회의원 선거(11만9775원) 당시보다 1만원가량이 많아졌다. 시민단체들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통신비 정책이 나와야 치솟는 물가에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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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단통법 폐지 내걸어… “새로운 게 없는 기존 정책 확장판”

4.10 총선의 통신비 공약을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 △병사 통신요금 할인율 50%로 인상 △잔여 데이터 이월 추진 △공공 슈퍼와이파이 구축 △통신비 세액공제 신설(미성년 자녀, 65세 이상) △기업 기관 고객센터 상담전화 무료화를 내세웠다. 이 중 세액공제와 상담전화 정도가 새로운 내용이며, 나머지는 기존 통신 정책을 확장한 정도다.

국민의힘 역시 △단통법 폐지 △저가요금제 출시로 청년 혜택 강화 △신규 이통사 지원을 통한 경쟁 촉진 △공공 와이파이 확대 등 이미 진행 중인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발표하는 데 그쳤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게 딱히 없는 기존 정책의 확장판”이라고 평가했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공약으로 내세운 통신 정책은 좋게 말해서는 이동통신 3사에 협조를 구하는,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들을 압박해 가계통신비를 낮추는 방법”이라며 “이보다는 이통 3사가 스스로 경쟁에 나서는 자율경쟁 체제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단통법 폐지의 일환으로 발표된 전환지원금 정책은 더 비싼 요금제에 보조금이 더 많이 풀려 자칫 통신비를 더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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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신비 공약 표심 끌기용 단골… “현실화된 것 거의 없어”

과거 총선에서도 통신비 관련 공약들이 줄줄이 나왔지만, 현실화된 사례는 많지 않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이통사와 제조사 간 담합이 통신비 인하 효과를 억제한다고 판단, 이들의 연결고리를 끊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제시했다. 제조사는 단말기 공급 경쟁을, 이통사는 서비스와 요금 경쟁을 벌여 통신비 인하 효과를 가져오겠다는 것이었다. 또 고객관리랑 네트워크 유지와 같은 고정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부과되는 ‘기본요금 폐지’도 언급했다. 이외에도 고객에게 제공되는 단말기 지원금 중 제조사가 지원하는 금액과 이통사가 지원하는 금액을 별도로 표시하는 ‘분리공시제’를 들고 나왔다. 반면 당시 새누리당은 별다른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2020년 21대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이 공공 와이파이 전국 확대를 통해 데이터 ‘0원’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맞서 미래통합당은 ‘국민호갱방지법’을 신설하겠다며 △요금 인가제 폐지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불법지원금 적발을 위한 단말기 유통조사단 상설화 등을 통해 통신 시장의 불평등을 없애겠다고 했다. 이 중 현실화된 것은 요금인가제 폐지뿐이다. 요금인가제는 정부가 1위 사업자가 통신요금을 마음대로 인상하지 못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제도이나, KT와 LG유플러스가 이를 참고해 요금제를 신고해 사실상 요금 담합에 활용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요금인가제는 폐지됐고 통신사가 정부에 신규 요금제에 대한 이용약관을 신고하면 일정 기간을 거쳐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는 ‘유보신고제’로 바뀌었다. 공공 무료 와이파이는 부분적으로 현실화됐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표심을 잡기 위해 일단 지르고 보자는 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실행된 것은 손에 꼽힌다”며 “공약 불이행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니 최근에는 기존에 진행 중인 정책을 확장해 공약으로 내세우는 모습”이라고 했다.

◇ “정부 정책 헛발질… 총선 공약까지 맹탕이면 가계통신비 못 잡아”

4·10 총선은 어느 때보다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치러진다. 물가는 코스피지수, 경제성장률, 실업률, 근원물가상승률, 기준금리 경제 지표 중에서도 특히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지표다. 2019년 배형석·양성국이 분석한 ‘한국 대통령 지지율과 경제변수’ 논문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 취임 초인 1993년 3월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기인 2019년 5월까지의 대통령 지지율을 분석한 결과, 5가지 지표 중 물가와 금리가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파값이 논란의 중심이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가계통신비를 잡겠다며 제4 이통사 허가,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지원, 알뜰폰 육성책 등을 내놨지만 실효성 논란만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신 전문가는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헛발질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 공약까지 맹탕이면 가계통신비에는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통신비 인하의 대안으로 완전자급제를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중국과 미국 대비 자급제 비중이 매우 낮다”며 “현재는 가계통신비 주범의 대상이 통신사인지, 단말기 제조사인지 애매한 상황이라 서로 책임만 돌리고 있다. 스마트폰은 스마트폰끼리, 서비스는 서비스끼리 경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 역시 “경쟁력 있는 알뜰폰에 전산설비 구축에 대한 획기적인 금융비용을 지원해 이통사를 긴장시키든, 완전자급제와 같은 획기적인 안으로 유통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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