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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형제가 이겼다…OCI와 통합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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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임종윤(왼쪽 둘째)·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이 2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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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 산업 간 결합으로 화제를 모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작업이 3개월 만에 무산되게 됐다. 통합을 반대해 온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차남이 주주총회를 통해 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과반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과 OCI 측은 “주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통합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28일 경기도 화성시 신텍스에서 열린 제51기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아들인 임종윤·종훈 전 사장이 약 52%의 지지를 얻어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됐다. 이들이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로 각각 추천한 권규찬·배보경, 사봉관 후보도 과반의 지지를 얻어 이사진에 합류한다. 반면에 딸 임주현 부회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출석 의결권 수 대비 약 48%를 얻는 데 그치는 등 회사 측이 추천한 후보 6명 모두 이사 선임에 실패했다.

총 9명의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중 형제 측 이사가 과반(5명)을 차지함으로써 송영숙 회장이 추진해 온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사실상 무산됐다. 주총에 앞서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치열한 지분 싸움을 벌였다. 형제 측은 지난 22일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우호 지분을 40.57%로 늘려 앞서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6일 국민연금(7.66%)이 회사 측을 지지하겠다고 밝히며 모녀 측이 42.66%의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양측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소액주주를 비롯한 16.77%의 표심이 이날 표 대결에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회사 측은 글로벌 진출 목표를 앞세우며 OCI와의 통합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다수의 주주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임 창업자의 부인인 송영숙 회장은 “OCI와의 통합은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한미의 정체성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회사를 ‘글로벌 빅파마’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날 주총장을 찾은 한 주주는 “통합이라 말하지만 사실상 OCI가 한미를 인수하는 것 아니냐”며 “시너지도 없어 보이고 주식 가치도 떨어질 것 같아 (통합을 반대하는) 형제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형제 측을 지지한 신동국 회장도 지난 2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속세 등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의 지배구조와 경영권에 큰 영향을 주는 거래를 추진했다”며 “이로 인해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이날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된 임종윤 전 사장은 “주주가 회사의 주인인데 이렇게 힘든 주총을 하게 돼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런 주총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한미약품을) 일하기 좋고, 좋은 제품을 많이 출시하는 회사로 빨리 복구시키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쁠 줄 알았는데 마음이 아프다”며 “퇴사한 직원분도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고 가족도 전부 화합하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전 사장은 향후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5일 사장에서 해임된 임종윤·종훈 사장은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할 전망이다. 형제 측의 이사회 진입이 확정된 직후(오후 3시) 전일 대비 15%까지 올랐던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9.1% 오른 4만4350원에 마감됐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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