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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7년 묵은 교통사고 손해배상 사건... 법원장이 맡자 “다음달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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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심리할 부분 다 정리됐죠? 재판을 너무 오래 끌어왔는데 다음 기일에 절차를 마무리하고 판단을 하는 것으로 합시다.”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374호 법정. 법복을 입고 자리한 김정중(사법연수원 26기) 법원장이 장기 미제 상태였던 손해배상 소송의 끝을 알렸다. 이날은 교통사고를 당한 김모(53)씨가 차주 측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지 만으로 7년이 되는 날이다. 김 법원장은 “여러 의료 감정 등에만 5년 10개월이, 소송은 7년이 걸린 사건”이라며 “영상 재판도 가능하니 다음 기일에는 절차를 마무리하자”고 당사자 측에 당부했다.

조선비즈

김정중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장기미제사건 민사단독(재정단독) 재판부 첫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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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법원장은 이날 민사단독62부의 재판장 자격으로 법정에 자리했다. 직접 재판을 하는 건 작년 2월 법원장 취임 이후 1년여 만이다. 민사단독62부는 지난달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설됐다. 이 재판부는 민사 사건 중에서도 접수된 지 3년이 지난 장기 미제 사건을 심리한다. 김 법원장은 합의부가 아닌 단독 재판부의 재판장으로서 배석판사나 재판연구원 없이 기록 검토부터 재판 진행, 판결 작성까지 모두 혼자 맡는다.

김 법원장에게는 주로 자동차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이 배당됐다. 자동차 사고 손해배상 청구 사건의 경우 신체 감정 및 의료 감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감정 절차가 더디기 때문에 재판 진행에도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손해액 산정 등도 까다로워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법원은 이처럼 쟁점이 복잡하고 다양한 고분쟁성 사건을 재판 경험이 풍부한 김 법원장에게 맡겨 신속한 재판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첫 사건 원고는 약 13년 전 신호가 있는 교차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보행자, 피고는 당시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 측 보험사다. 당시 사고로 허리와 무릎 등을 크게 다치고 이후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와 우울증까지 진단받은 원고는 사고 발생 약 6년 후 손해배상 범위와 금액을 다투기 위해 소송을 냈다.

김 법원장은 그간 진행된 6번의 신체 감정 결과를 검토한 후 재판 지연 원인이 원고와 피고 측 모두에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교통사고 상해와는 별개로 뇌종양을 진단받은 원고의 ‘기대 여명(예상 생존 기간)’이 확정이 안 됐다는 점과 피고 측이 감정의가 자체적으로 정한 노동력 상실률에 구체적 근거 없이 동의하지 않으면서 추가 사실 조회를 요청한다는 점 등이다.

김 법원장은 원고 측에 “만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상해를 당했다고 주장을 하려면 만 65세까지 생존을 전제로 일시 수입을 지급받는 방식으로 손해배상 청구 취지를 변경해야 한다”며 “변론 종결 시까지 확정 손해액을 산정하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 측에는 “감정의가 산정한 CRPS로 인한 노동력 상실률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거나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특별한 근거가 없는 한 추가 감정 신청은 불필요해 보인다”며 “추가로 심리할 게 있으면 재판부에 서면을 내라”고 했다.

김 법원장은 재판부에 제출된 추가 서면 등을 종합해 오는 4월 25일 마지막 변론기일을 진행하고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7년간 진행된 재판이 김 법원장에게 배당된 지 1달여 만에 막바지에 접어드는 셈이다. 이 같은 신속한 재판 진행은 작년 12월 취임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 행정에 주력했던 법원장을 재판에 직접 투입시키면서 기대했던 효과다. 이달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 박형순 서울북부지법원장, 김세윤 수원지법원장이 재판을 진행했다. 윤준 서울고법원장은 내달 18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민사사건 등의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이날 재판에 앞서 김 법원장은 “재판 장기화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법원의 변화 노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 법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그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 법관 증원, 법관 임용 자격 개선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민소 기자(mins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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