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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대비 원화 값 5개월 만 1350원대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값은 전 거래일 대비 2.5원 오른 1346.2원에 거래(환율은 하락)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소폭 올랐지만, 장 중 한때 원화 가치는 연저점을 경신할 정도로 달러 강세 분위기가 이어졌다.
정근영 디자이너 |
이날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이날 장 시작과 동시에 1350원대까지 떨어졌다. 달러와 비교한 원화 값이 1350원대까지 낮아진 것은 지난해 11월1일 이후 약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올해 초 달러 대비 원화 값이 1300원 초반까지 올라왔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3개월 만에 50원 가까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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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금리 인하에 달러 다시 강세
달러 독주가 다시 시작된 것은 우선 미국 Fed의 기준금리 인하 강도가 여전히 불확실해서다.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는 올해 0.25%포인트씩 3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기 지표들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기준금리 인하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 새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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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2% 오르면서, 시장 예상치(3.1%)를 소폭 상회했다. 이러한 영향에 27일(현지시간)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Fed 이사는 “최근 물가 관련 지표들이 실망스럽다”면서 “데이터에 따라 전반적 금리 인하 수를 줄이거나 금리 인하를 더 미루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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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진 한·미 경제 격차 “달러 강세 이어질 것”
불확실한 기준금리 인하 경로뿐 아니라, 미국과 한국 경제의 격차로 인해 구조적인 강달러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발표한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기준 3.2%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이 1%대 GDP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격차다.
한·미 경제 격차는 기준금리 인하 이후 더 벌어질 수 있다. 미국 경기가 여전히 확장 국면에 있는 만큼, 긴축 정책 완화가 미국 경제 독주 체제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은 기준금리 인하뿐 아니라 각국의 기초 경제 체력을 반영해 결정된다”면서 “유럽·일본·중국 등 다른 경쟁국과 비교해도 최근 미국 경제가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강달러 국면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김영옥 기자 |
엔화와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의 동반 약세 분위기도 원화 가치의 상대적 약세를 만들고 있다. 지난 19일 일본은행(BOJ)은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종료를 선언했지만, 추가 금리 인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에 ‘수퍼 엔저’ 분위기가 여전히 이어졌다. 여기에 중국 경기 침체 우려로 위안화 약세까지 더해지면서, 이에 동조하는 원화 가치를 더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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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 달러, 물가 복병…“‘울퉁불퉁(bumpy)’ 구간 왔다”
끝날 줄 알았던 강달러가 다시 시작하면서 한국 경제 불확실성도 커지는 모양새다. 달러 자산으로 자본이 쏠려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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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금융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물가 상승률에 악재다. 이 때문에 지난해 고물가가 장기간 유지됐던 ‘끈적한(sticky)’ 국면이 가고, 물가 변동성이 커지는 ‘울퉁불퉁한(bumpy)’ 구간이 찾아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률은 점차 둔화하겠지만, 완전한 목표 물가 상승률(2%) 달성까지는 물가 상승률의 변동 폭이 확대되는 등 불확실성이 당분간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 2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전 세계가 물가 안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평탄한 선형의 형태로 내려오지 않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등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우리는 지난 2개월 동안 울퉁불퉁한 물가 상승률 지표를 봤고 앞으로도 울퉁불퉁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강달러 자체가 국내 물가에 직접적 영향 주는 건 아니지만,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국내 물가에 부정적 영향 미칠 수 있다”며 “6월 연준의 금리 인하 여부가 강달러 추세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남준·이아미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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