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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美中 반도체 전쟁에 '새우등' 터지는 동맹, 韓 역시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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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진핑, 네덜란드에 반도체 생산 장비 다시 팔라고 요구
"中 발전 막을 수 없어, 개방적 협력해야"
美 요구로 반도체 장비 수출 중단했지만 中에서 재개 압박
美는 수출 제재 확대 강조, 이미 판 장비도 지원 끊어야


파이낸셜뉴스

중국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27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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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제재에 둘러싸인 중국이 제재에 동참하는 네덜란드를 상대로 반도체 생산 장비를 다시 팔라고 압박했다. 이 가운데 미국은 동맹들에게 이미 판매한 제품마저 관리하지 말라고 요구했으며, 열강들의 이러한 힘 대결로 인해 한국처럼 양국 사이에 끼여 있는 국가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진핑 "中 못 막아, 협력만이 살 길"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는 27일에 이틀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뤼터와 만나 "인위적으로 기술 장벽을 만들고, 산업과 공급망을 차단하는 것은 분열과 대립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정으로 안전한 세상은 깊은 통합과 상호의존의 세상이어야 한다"며 공급망의 "탈동조화(디커플링)는 출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개방적 협력만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은 "중국은 항상 '네가 져야 내가 승리한다'는 흑백논리의 이원적 사고가 낡은 것이라고 여겨왔다"고 말했다. 동시에 "중국인은 발전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갖고 있으며 그 어떤 세력도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과 진보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중국의 리창 총리도 뤼터와 따로 만나 "오늘날 세계는 변화와 혼란이 교차하고 보호주의와 냉전적 사고방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며 양국이 협력을 확대해야한다고 밝혔다.

시진핑의 발언은 네덜란드 반도체 생산 장비 업체 ASML을 겨냥한 발언으로 추정된다. ASML은 현재 매출 순위에서 세계 2위지만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노광’ 장비 부문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ASML은 전 세계에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으며 EUV를 이용하면 실리콘 웨이퍼에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극도로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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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6일 네덜란드 노르트브라반트주 펠트호번의 ASML 사옥에서 조립 기술자들이 반도체 제작을 위한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검사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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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서 난처해진 네덜란드
과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2018년부터 중국 반도체 산업을 옥죄기 위해 네덜란드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벌였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2020년부터 ASML이 중국에 EUV를 팔지 못하게 막았다. ASML은 대신 중국에 상대적으로 구형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팔았다. 미 조 바이든 정부는 2022년 10월 중국 반도체 업계에 대한 미국산 장비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ASML과 매출 3위 업체인 일본의 도쿄일렉트론에도 규제 동참을 요구했으며, 최근에는 DUV 역시 팔지 말라고 압박했다. ASML은 지난 1월 1일 성명을 내고 “네덜란드 정부가 최근 DUV 시스템 출하 허가를 부분 취소했다”며 중국으로 가야할 DUV 장비 3대의 수출을 중단했다.

뤼터는 시진핑의 강경 발언에 "디커플링은 네덜란드 정부의 정책적 옵션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네덜란드는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며 "중국과의 동반자 관계를 지속해서 심화시키고 경제와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실무 회동에서도 네덜란드를 압박했다. 중국 상무부의 왕원타오 상무부장(장관)은 27일 헤오프레이 판레이우언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부 장관과 만나 노광장비를 언급했다. 왕원타오는 네덜란드를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덜란드가 계약 정신을 굳게 지키고, 기업의 계약 의무 이행을 지원하는 한편, 노광장비 무역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보장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판레이우언은 "네덜란드의 수출 통제는 어떤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고, 독립·자주적 평가에 따른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네덜란드를 압박하는 동시에 설득하려고 애썼다. 시진핑은 27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네덜란드로부터 첨단 제품 수입을 확대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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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왼쪽)가 지난해 1월 17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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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미 판 장비도 사후 지원 끊어야"
네덜란드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추가 압박을 받고 있다. 미 경제 매체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미 상무부의 앨런 에스테베스 산업안보차관은 27일(현지시간) 연례 경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동맹국 정부들과 접촉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 정부가 동맹국 장비 업체들이 중국 내 장비와 관련한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에스테베스는 “우리는 어떤 서비스가 중요하고, 어떤 것이 중요하지 않은 지 결정하기 위해 동맹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들과 대화에서 핵심 부품에 대한 서비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와 일본은 미국의 요청으로 장비 수출을 규제했지만, 장비 기업들이 수출 통제 이전에 중국에 판매한 장비와 관련해 유지·보수 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미 정부는 중국이 보유한 장비를 계속 운영하여 반도체를 생산할 경우 미국의 규제 효과가 떨어진다고 보고 사후 관리 및 지원마저 차단할 계획이다. 미 언론들은 이미 미 정부가 ASML을 상대로 지원 중단을 압박중이라고 전했다. 에스테베스는 일단 중국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수리할 수 있는 비(非)핵심 장비에 대한 서비스까지 막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에스테베스는 한국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 1월 17일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과 이스라엘, 대만 등을 언급하며 해당 동맹국들이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제재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IA는 미국 업체들만 중국 수출이 막혔다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미국의 동맹들도 제재에 동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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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반도체 전문 전시회 '세미콘 차이나'에서 관람객들이 반도체 제조 장비를 구경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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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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