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중 美 대표단에 “양국, 경제·무역·AI 서로 도움돼야”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 상공업계·학술계 대표단과 함께 회의장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베이징 신화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미국 경제계와 학계 주요 인사들에 중국 경제 낙관론을 설파하면서 양국 간 협력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 상공업계·학술계 대표단을 만나 “중국 경제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하다”면서 “지난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주요국 가운데 선두였고 전 세계 성장률에 30% 넘게 공헌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과거 ‘중국붕괴론’(중국이 사회주의 모순으로 결국 무너질 것이라는 가설)에도 중국은 붕괴하지 않았고, 현재 ‘중국정점론’(중국의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는 시각)에도 중국은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면서 “중국 발전의 전망은 밝다. 우리는 저력과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미 재계 인사들과 대면한 것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맞아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던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외신들은 이번 회동이 중국 투자를 줄이는 미국 기업들을 설득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안정화’와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 뒤 외교·경제·마약·기후변화 등 영역에서 소통이 재개됐음을 알리며 “지금 형세에서 중국과 미국은 공동이익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무역과 농업 등 전통적 영역이든, 기후변화·인공지능(AI) 등 신흥 영역이든 두 나라는 상대방 발전에 도움(助力)이 돼야지 방해(阻力)가 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 주석은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고 국제·지역 이슈를 해결하려면 중국과 미국이 협조·협력해 대국의 품을 열고 대국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면서 “미국은 중국과 마주 보고 올바른 전략적 인식을 수립하며 (대만 문제 등) 민감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중미 관계의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는 미중관계 전국위원회 에반 그린버그 이사회 의장(미국 보험사 처브 최고경영자)과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 창립자 스티븐 슈워츠먼,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 미중기업협의회 크레이그 앨런 회장 등이 참석했다. 2017년 ‘예정된 전쟁’이라는 저서에서 미중 관계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졌다고 지적한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도 함께 했다.

CCTV는 “그들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결코 필연이 아니다’라면서 ‘미국 기업계와 전략 학술계는 미중 양국이 층위별 왕래·교류를 강화해 상호 이해·신임·협력을 증진하고 글로벌 도전에 대응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패권국의 힘이 약해지고 신흥 강대국이 등장할 때 두 세력 사이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분석하는 틀로 자주 언급된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중국발전포럼(25~26일) 개막 기조연설을 했지만, 지난해 자신이 했던 글로벌 CEO들과 면담은 하지 않았다. ‘시진핑 1인 체제’ 강화로 총리의 위상 하락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류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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