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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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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히시태그! 이번에도 비례대표 투표용지 눈치싸움[여의도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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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제22대 총선을 14일 앞둔 27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당추천위원들이 인쇄된 거소자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정당 38곳으로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가 51.7cm로 역대 최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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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 공동대표인 민경욱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이 맨 윗줄에 위치한 원외 정당 목록을 올리고 “1등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당명 앞에 ‘가가호호’를 붙인 덕에 4월 총선에 나서는 원외 정당 중 비례대표 투표용지 맨 윗줄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민 대표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과거 남재준 전 국정원장 등이 몸을 담기도 했던 국민참여신당이 바로 이날 ‘가가’를 앞에 붙여 가가국민참여신당으로 당명을 새로 등록했기 때문입니다. 투표용지에서 최대한 앞 순번을 받으려는 원외 군소정당 간 ‘눈치싸움’의 최종 승자는 결국 가가국민참여신당이 되었습니다. 4월 총선 비례대표 투표에서 가가국민참여신당이 기호 10번,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이 기호 11번을 받았습니다. 기호 1~9번은 1명 이상 현역 의원이 소속한 원내정당입니다.

4월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 모두 38개 정당이 1명 이상 후보를 냈습니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35개 정당을 뛰어넘어 역대 최다규모입니다. 투표용지 길이가 51.7㎝로 역시 4년 전 48.1㎝를 뛰어넘어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38개 정당 중 원외 정당이 29개, 그중 ‘가’로 당명을 시작하는 정당이 모두 4개입니다. ‘가가’로 시작하는 두 정당 외에 가나반공정당코리아, 가락특권폐지당이 있습니다. 기호 12번인 가나반공정당코리아는 투표용지에 들어가는 당명으로는 공식 당명이 아닌 약칭인 반공정당코리아를 등록했습니다. 위아래 ‘가’로 시작하는 정당들 사이 눈에 띄는 이름이라 반사이익을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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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 공동대표인 민경욱 전 의원은 지난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원외정당 목록을 올리고 “1등”이라고 적었다. 민경욱 전 의원 SNS


공직선거법상 원외 정당은 당명의 가나다순에 따라 투표용지 게재순위를 정합니다. ‘가’로 시작하는 당명이 많은 것은 투표용지에서 최대한 윗줄을 차지하기 위해서입니다. 4년 전 총선 때 ‘가자’를 앞세운 당명이 유행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가자코리아(현 가나반공정당코리아), 가자!평화인권당, 가자환경당 등 3개 정당이 ‘가자’라는 말을 당명 앞에 붙였습니다.

치열한 윗줄 다툼 대신 맨 아랫줄을 차지하려 당명을 바꾼 곳도 있습니다. 지난달 국민정책당이라는 이름으로 창당해, 한 달 만인 지난 20일 당명을 새로 지은 히시태그국민정책당입니다. 국민정책당이라는 기존 당명 앞에 #를 붙였습니다. #는 통상 ‘해시태그’로 읽지만, 굳이 ‘히시태그’로 등록했습니다. 보다 안정적으로 투표용지 맨 마지막 줄을 차지하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굳이 평가하자면 ‘발상의 전환’인 셈입니다. 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설명을 보면 “훈민정음의 천(·), 지(ㅡ), 인(ㅣ) 정신을 계승하고자, 국민(사람) 중심의 정당이 되겠다는 의미를 더해 ‘해’의 ‘ㅐ’를 천지인 중 사람을 본떠 만들어진 ‘ㅣ’로 바꿔 ‘히시태그’로 칭하고자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만,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21대 총선 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정당에 문호를 넓힌다는 취지를 아직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대 양당은 비례위성정당이라는 ‘꼼수’로 의석수 손해를 피했고, 급조 군소정당이 난립하는 부작용만 생겼습니다. 당명 눈치싸움은 그로 인한 촌극 중 하나입니다. 정치 희화화라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제지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존 당명과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는 정당법 41조 외에 당명을 규제할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유권자들이 보기에 장난치는 것 같은 당명이라고 하더라도 그걸 제한할 근거가 없다는 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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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을 14일 앞둔 27일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이 비례대표 모의 투표용지 길이를 줄자로 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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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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