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궁동 득표율 차이≒사상 전체 득표율 차이
장제원 일가 영향력… 불출마 변수가 영향
4·10 총선 부산 사상에 출마하는 배재정(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대식 국민의힘 후보. 두 후보 페이스북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편집자주
총선은 254개 지역구 의석 싸움이다. 하지만 각 지역구에서 승패를 가르는 핵심 ‘동(洞)’은 따로 있다. 이른바 선거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풍향동'이다. 행정구역의 가장 작은 단위인 동이 당락을 좌우하는 셈이다. 동의 유권자 구성이 달라지고 선거구 획정으로 일부 지역구의 경계가 바뀌면서 변동성이 더 커졌다. 한국일보가 이번 총선에서 주목할 만한 풍향동의 표심을 살펴봤다.4·10 총선에서 부산은 '낙동강 벨트'와 한데 엮여 전국 판세를 좌우할 승부처로 관심이 고조되는 곳이다. 그 중심에는 '부산 사상'이 있다. 2016년 이곳에서 무소속으로 거대 양당 후보를 꺾었던 지역 맹주이자 친윤석열계 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
국민의힘에선 장 의원 측근인 김대식 전 여의도연구원장이 공천을 받았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에선 세 번째 도전하는 배재정 전 의원이 나선다. 영남 정서를 감안하면 여당이 우세한 지역으로 평가받지만, 장 의원이 아성을 스스로 허물고 뒤로 물러나면서 민주당도 해볼 만한 지역구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부산 사상의 표심을 집약한 풍향동(洞)은 '엄궁동'이다. 지난 대선과 최근 3차례 총선에서 사상 지역구의 1·2위 후보 간 득표율 차이는 엄궁동의 격차와 흡사하게 연동돼 움직였다. 특히 장 의원이 출마했던 2016년과 2020년 총선이 그랬다. 2016년의 경우 장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배 후보에게 1.6%포인트(1,869표) 차로 이겼는데, 당시 엄궁동의 득표율 차이는 1.0%포인트(139표)였다. 2020년 장 의원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나와 배 후보에게 5.5%포인트(7,007표) 차이 승리를 거뒀는데, 엄궁동에서는 4.8%포인트(750표) 앞섰다.
2012년 총선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부산 사상에서 11.8%포인트(1만3,400표) 차로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당시 엄궁동 유권자들이 문 전 대통령에게 더 몰아준 표는 득표율로 19.3%포인트(2,888표)에 달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5.9%포인트(2만1,485표) 앞섰던 지난 대선에서도 엄궁동은 13.2%포인트(2,064표)의 표를 더 줬다. 엄궁동은 유권자 수가 2만 명을 웃돌아 사상구에서 인구가 많은 지역구로 꼽힌다. 주민들의 지지 성향이나 규모 면에서 부산 사상 선거의 당락을 좌우하는 무게추인 셈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상은 미묘한 지역구다. 이곳에서 학교법인 동서학원을 운영해온 장 의원 일가의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상이 부산 북구에서 분리되기 전에 재선 의원(11·12대)을 지낸 장성만 전 동서학원 이사장이 그의 부친이다. 부자가 이곳에서 5차례 당선된 것이다. 과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부산시장 선거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장제국 동서학원 이사장은 장 의원의 친형이다.
장 의원이 출마하지 않은 2012년 총선에서 문 전 대통령은 손수조 후보를 상대로 낙승을 했지만, 장 의원이 무소속 출마했던 2016년 총선에서는 배 후보가 근소하게 패했다. 2020년 총선에서 장 의원은 3선 고지를 밟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부산 공략에 심혈을 기울여온 민주당의 공세를 매번 막아선 모양새다.
장 의원 불출마로 빈자리를 메울 김대식 후보는 동서학원이 운영하는 경남정보대 총장이다. 장 의원과 각별하다지만 조직력이 예전과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산 해운대을에 출마한 전력에, 지역 내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던 송숙희 전 사상구청장이 컷오프되면서 공천 잡음도 일었다.
대항마로 나선 배재정 후보는 2016년 총선부터 내리 3차례 부산 사상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사이 국무총리 비서실장, 민주당 비상대책위원 등을 지냈다. 사상은 역대 선거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이 40% 이상의 꾸준한 득표를 해온 곳이다. 따라서 여야의 인물 경쟁력이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