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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교육비 부담 없이 원어민과 영어로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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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 어린이 영어놀이터’ 개관… 옛 사당지구대 건물 개조해 조성

2000원으로 즐기는 영어 미술 수업… ‘강남 인강’ 등 교육 격차 해소도

동아일보

20일 오후 서울 동작구의 ‘어린이 영어놀이터’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원어민 강사의 지도에 따라 자신의 얼굴을 그려보는 미술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시 최초의 어린이 영어놀이터인 동작구 어린이 영어놀이터에서는 미술·과학·요리·직업체험 등 모든 프로그램이 영어로 진행된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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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e you ever been to a fire station before?(여러분은 소방서에 가본 적이 있나요?)”

20일 오후 서울 동작구의 ‘어린이 영어놀이터’ 2층. 3개 벽면에 영상이 펼쳐지는 ‘버추얼 큐브’ 교실로 들어서자 미국인 영어 강사 리사 씨(45)가 아이들을 향해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강사 뒤로는 소방차들이 대기하고 있는 소방서의 모습이 펼쳐졌다. 이내 소방차 한 대의 경광등이 반짝이며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직접 소방관이 돼 불을 끄러 가보자”는 강사의 말에 앉아 있던 어린이들은 앞으로 뛰어나왔다.

● 서울시 최초 어린이 영어놀이터

원어민 강사와 함께 놀면서 영어를 배우는 이곳은 이번 달 문을 연 동작구의 ‘어린이 영어놀이터’다. 5일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해 26일 정식 개관했다. 옛 사당지구대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서울시 최초의 어린이 영어놀이터로, 총 116㎡(35.1평),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됐다. 이곳에서는 5∼10세 유아와 저학년 초등학생이 원어민 강사와 함께 놀면서 영어로 자유롭게 말하고 즐길 수 있다. 구 관계자는 “영어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차별 없는 보편적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어린이 영어놀이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여기서는 영어로만 대화합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영어로 흘러나왔다. 영어 원서, 영어 보드게임, 오디오 북 등이 놓인 1층의 놀이 공간에서는 원어민 운영요원 데이비드 씨(20)가 아이들에게 영어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다는 데이비드 씨는 “저 또한 어린 시절 집에서 영어 동화책, 영어 관련 놀이기구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영어에 대한 감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준비된 프로그램은 미술 수업과 소방관 직업체험 교실. 학부모들이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놀이터 안으로 들어오자 원어민 강사가 아이들을 미술 교실로 안내했다. 반사판에 투명 시트지를 깔고 자신의 얼굴을 따라 그리는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원어민 강사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모든 과정을 영어로 설명했다. 처음에는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어색해했던 아이들도 이내 강사가 알려주는 색연필의 색깔을 영어로 따라해보며 수업을 즐겼다.

7세 딸을 데리고 놀이터를 찾은 학부모 함모 씨(36)는 “아이가 평소에도 영어를 좋아하는데, 집 근처에 영어놀이터가 생겨서 좋다”라며 “영어 유치원 등은 가격이 부담되다 보니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를 자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작구 어린이 영어놀이터는 매주 화∼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단체는 1000원, 개인은 2000원의 시설 이용료를 내면 1층 자유놀이 공간과 2층 특화 프로그램 공간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 서울런으로 교육 격차 해소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서울시와 다른 자치구 차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만 5세 아동 대상 원어민 영어교실 운영을 시작한 송파구는 올해부터 만 4세까지 확대해 운영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치구가 운영하는 인터넷 강의 서비스인 ‘강남 인강’을 운영하는 강남구는 3만∼5만 원의 연회비를 내면 2만여 개의 강의를 횟수 제한 없이 제공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전국의 중고교생에겐 무료 수강권을 발급한다.

서울시도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 공공교육 플랫폼 ‘서울런’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런은 서울시민 중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중위소득 50% 이하인 차상위계층 가구의 만 6∼24세 자녀에게 유명 사설 인터넷 강의와 멘토링을 무료로 지원한다. 최근 서울시는 서울런을 이수한 뒤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지난해보다 48% 늘어났다고 밝혔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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